자신의 그림이 전시된 석당미술관에서 박우순 명예교수

“무엇보다 우리네 삶이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고당(古堂) 박우순(朴雨淳) 동아대 행정학과 명예교수가 출판기념회를 겸한 그림전시회를 마련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형인 박 교수는 18일(금)부터 22일(화)까지 5일간 (사)드림씨티다문화공동체 장학기금 마련을 위한 그림전을 동아대 부민캠퍼스 석당박물관 내 석당미술관에서 연다. 19일(토)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은퇴 후 보이는 것들』(행복에너지) 출간기념 저자와의 대화 자리도 마련한다. 동시에 오는 20일까지 ‘온라인 출판기념회’도 연다.

『은퇴 후 보이는 것들』표지

『은퇴 후 보이는 것들』은 저자가 “인생은 온통 후회로 얼룩져 있다”며 은퇴 후 자신이 마주한 감정과 깨달음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풀어내고 있다. 박 교수는 30여 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한 후, 그제야 비로소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했으며, 퇴직 다음 날 찾아오는 허전함, 뒤늦은 후회, 예상치 못한 병마, 그리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그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책장을 뒤적이며 발견한 것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줄 친 부분이 더 많다는 사실이었다.”라며 자신이 쌓아온 지식과 경험이 사실은 별것 아니었음을,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리고 인생이란 결국 후회와 반성 속에서 살아가는 과정임을 저자는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썼다. “화를 내야 할 때는 화를 내는 것이 정상이고, 감사해야 할 일이 생기면 감사하면 되고, 웃을 일이 생기면 크게 한바탕 웃으면 된다. 나이 먹었다고 철학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철학을 하지 않아도 70세를 넘긴 삶 자체가 철학이다.”

박우순 동아대 명예교수의 그림이 전시된 석당미술관

저자 박우순은 경남 창녕에서 흙수저로 태어나 지독히도 가난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운 좋게도 1970년대에 한국외국어대와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고, 1981년부터 동아대 교수로 30년 넘게 근무했단다. 2017년 8월 정년퇴직하고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폐암에 걸리고, 곧이어 닥쳐온 동생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모든 게 일시적으로 멈추었다고 한다. 게다가 1년 전에는 급성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시술까지 받고 또 운 좋게도 살아났다고 한다.

이 책을 출판한 권선복 행복에너지 대표는 저자와 함께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퇴직한 후에 인생을 살면서 새삼스럽게 눈에 보이는 것들을 그려내고 있다. 그의 눈에 비친 인생, 행복, 건강, 사랑, 인간, 성공, 죽음 등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에 잔잔한 휴식과 여유를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인생을 투쟁하듯이 살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와 잘하지 못해도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위안을 주는 거 같아서 좋다. 또 남보다 못나고 남보다 조금은 뒤처져도 큰일 나지 않는다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거 같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 책을 동생의 영전에 바침으로써 그가 느끼는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내려놓고자 하는 것 같다. 나는 박원순 전 시장의 죽음을 애도하고, 저자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저자 박우순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행정학 박사(1992)로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사회복지대학원장, 교무연구처장, 사회과학대학장를 역임했으며, 미국 미주리대 트루먼 공공정책대학원 방문교수로도 있었고, (사)한국행정학회 이민정책행정연구회장, (사)한국지방정부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사)드림씨티다문화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으며, 동아대 부민캠퍼스 앞에 공유도서관 ‘우주’(051-246-5482)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조직생활의 이해』 『행정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조직관리론』 『현대조직론』 등이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은퇴 생활 안내서가 아니다. 시(詩)와 그림으로 전하는 인생 이야기가 있다. 저자는 직접 그린 수채화 위에 짧은 시를 더해, 삶의 다양한 단면을 시각적으로도 보여준다.

“나는 꽃이 좋다/ 색깔 때문이 아니다/ 때가 되면 지기 때문이다/ 안 지면 지겨울 것 같다.”

이 책은 아래와 같이 총 7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 은퇴: 퇴직 후의 삶, 준비되지 않은 은퇴의 현실, 2) 인생: 후회와 깨달음, 인생의 운명, 3) 관계: 부모와 자식, 친구와의 관계 변화, 4) 건강: 은퇴 후의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 5) 노인: 대한민국의 고령화 문제와 노인의 삶, 6) 행복: 돈과 행복, 은퇴 후의 삶의 만족도, 7) 죽음: 폐암 진단 후 죽음을 마주하며

이 책은 △은퇴를 앞두고 막막함을 느끼는 분 △퇴직 후 삶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는 분 △가족과의 관계, 건강,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 △인생 후반전을 의미 있게 살아가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고 한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하지만 그 시작을 어떻게 준비하고 맞이하느냐에 따라 남은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저자는 암 투병을 하면서도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는 말한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오늘 하루도 행복하다.”

박 교수의 이번 ‘은퇴후 기념 전시회’에는 은퇴 후 폐암 진단을 받고 1차 항암치료를 마치고부터 인근 미술학원을 다니며 배운 수채화 작품 48점이 선보인다. 주제도 ‘고향가는 길’ ‘우포늪’ ‘한옥의 여름’ ‘해바라기 농막’ ‘카페 앞’ ‘짐차’ ‘수평선’ 등 생활 속에서 만나는 친근한 풍경들이다.

출판된 책과 전시 작품은 현장에서 판매하며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사)드림씨티다문화공동체 장학기금으로 후원하기로 했다. 책 구입은 1만 원 이상 후원금을 내고 이름 주소 핸드폰 번호를 저자(010-7157-6130)에 남겨주면 책을 발송해준다. 후원계좌는 국민은행 943606-200314(박우순), 카카오뱅크 3333-31-7526069이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본지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