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가 군 생활 23년 하면서 바뀌지 않은 게 있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 충성하고, 조직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겠나.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 달라. 제 부하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부하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 -김형기 특전사 1특전대대장(중령)/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내란 사건 재판 피고인석 윤석열 면전에서/25.4.21-
#2. “전에는 사람에 대하여 그의 말을 듣고 그의 행실을 믿었는데, 이제는 사람에 대하여 그의 말을 듣고 또 그의 행실까지 지켜본다.”(始吾於人也 聽其言而信其行 今吾於人也 聽其言而觀其行) -논어/공야장10-
‘뱁새는 깊은 숲속에 집을 짓지만 나뭇가지 하나면 족하고, 두더지가 강물을 마시지만 제 작은 배 채우기만 하면 그만이다.’ 과연 그럴까? 이제는 그냥 옛말이다. 중세나 조선조에서도 소박한 삶은 신분제 질서 아래에서의 강요된 운명이었다. 더구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는 소박한 삶 자체도 불가능할 수 있다.
산불과 강물 오염이 증명한다. 모든 사건이 그렇듯, 산불의 원인도 중층적이다. 고온, 건조, 강풍을 부른 기후변화, 부족한 진화 장비와 인력 등등이다. 산업 시설의 오폐수 무단 방류로 강물은 오염된다. 결국 산불과 강물 오염의 원인은 인식 부족과 탐욕이다.
일부 이기적인 자들의 단기적 이익에 매몰된 탐욕이 산불이나 진화의 어려움, 강물 오염을 초래하고, 사람들이 그 탐욕의 부정적 결과를 미리 인식하지 못하니 인재(人災)는 반복된다. 또 사람들은 원인 인식을 어둡기에 단순한 해법에 끌리고 희생양을 찾는다.
“민주당의 예산 폭거가 산불 대응에 발목을 잡았다”(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이번에 경북 울진에서 산불 난 것을 보고 대전환을 해야 된다 (생각했다). 산은 돈이 안 된다. 낮은 산을 다 깎아서 청년들 일자리 만들어야 한다”(이철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RE100(Renewable Electricity. 재생에너지 100%)도 모르는 윤석열과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산림의 공익기능으로는 온실가스 흡수·저장, 산림경관 제공, 산림 휴양, 토사 유출 방지, 산림 정수, 산소 생산, 토사 붕괴 방지, 산림 치유, 생물다양성 보전 등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2020년 기준 259조원으로, 국민 1인당 연간 499만원의 혜택을 준다.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피터 터친/생각의힘/2025)에서, 분명 미국이 위기에 빠져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 그 원인 중 하나는 인종주의자와 백인우월주의자, 그리고 트럼프에 표를 던진 ‘한심한 사람들(deplorables)’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석열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은 ‘한심한 사람들’일까?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토마스 프랭크/갈라파고스/2012)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계급배반 투표를 하는 이유를 정치적·문화적 요인에서 찾는다. 저자는 특히 미국의 보수주의 운동이 경제적 이익보다는 문화적 가치를 강조하며,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에 반하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고 주장한다.
보수주의자들이 낙태, 동성결혼, 종교적 신념 등 문화적 쟁점을 부각시켜, 유권자들이 경제적 문제에서 관심을 떠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이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보다는, 자신들이 믿는 도덕적 가치와 일치하는 후보를 지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터친의 이론에 따르면, 엘리트 이익집단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중의 관심을 경제적 문제에서 다른 쟁점으로 돌리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곧, 특정 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하거나, 대중의 불안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
또 터친은 대중이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을 기준으로 투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문화적 정체성, 도덕적 가치, 그리고 정서적 공감이 정치적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터친은 집단이 거짓말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숨기거나, 대중을 오도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엘리트 집단의 정보 왜곡 전략과 관련이 있다. 대중이 이러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못하거나, 대안적 정보를 접할 기회가 제한되었다면, 이는 정치적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경우에 적용해 보자. ‘북풍’, ‘이재명 죽이기’, ‘이재명 범죄자 프레임’을 들 수 있겠다. 윤석열 정권의 대들보인 검찰이 몇 년 간 300여 번을 압수수색해도 나온 것이 없다는 것에 이제야 골보수를 제외하곤 중도층도 ‘범죄자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듯하다.
정치적 선택에도 감정은 이성을 앞선다. 이재명에 대한 정서적 반감의 원인을 모른다. 도대체 왜? 깊은 논의로는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판단중지’할 수밖에 없다. 다만, 윤석열에 정서적 공감을 가진 이들이 많았던 건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친사회적 관심’이나 ‘장기적인 이익’과는 다르게, 단기적이고 감정적으로 윤석열을 선택했으리라.
윤석열의 거짓말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 한데도 그 거짓말을 무시하거나 정당화하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여기서 ‘검찰 해체’만큼 ‘언론 개혁’이 중요한 것임을 인식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득권 카르텔의 3대축은 검찰-재벌-언론이다. 검찰은 해체의 길로 가고 있고, 재벌도 글로벌 경쟁력에서 바른 정치의 중요성을 이미 학습했다. 남은 건 언론이다. 언론은 민주주의의 핵심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득권 카르텔의 일부로 작용할 경우 정보의 왜곡과 편향으로 민주주의의 적으로 등장할 수도 있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시절이 하 수상하여,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해 앞의 책 외에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바버라 F. 월터/열린책들/2025)와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로버트 라이시/김영사/2011)를 구입해 읽거나, 다시 들춰보았다.
위 네 권의 책에서 우리의 정치·사회 현실과 관련된 공통분모가 있다. 사회적 위기나 붕괴의 원인은 ‘경제·사회적 불평등’과 정보 왜곡(가짜뉴스)과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간명하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누진세 강화와 부유세 도입으로 부의 재분배를 촉진해야 한다. 기본소득제나 보편적 복지제도 도입으로, 모든 시민이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 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권 강화와 공정한 임금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정보의 투명성과 언론개혁을 해야 한다. 언론사의 소유 구조의 투명하게 공개하고, 특정 재벌이나 권력 집단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언론인들의 윤리적 책임을 강조하는 교육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짜뉴스와 정보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시민들이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시민 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강화하는 게 절실하다.
윤석열에게 표를 준 사람들을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곤궁에 대해 ‘남 탓’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작가/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