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알코올(에탄올)은 2개의 탄소에 5개의 수소 원자가 하이드록실기(–OH)와 결합된 화합물로 술의 원료로 사용된다. 니코틴, 카페인과 함께 합법적으로 남용되는 향정신성 약물(향정)이다.
사람이 술을 발견한 것은 신석기 시대라고 한다. 사람들은 자연에 존재하는 효모가 꿀을 발효하여 만들어진 알코올을 우연히 사용했을 것이다. 그 경험은 기원전 3700년 경 이집트인들이 헤크(hek) 라고 하는 걸쭉한 맥주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2000년이 지난 후 바빌로니아인들은 와인을 제조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조선 이전부터 술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쿠아 비트(Aqua vitae, 라틴어로 생명의 물)는 중세시대 이탈리아에서 와인을 증류해서 만든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이다. 알코올은 정교하게 분리된 주정이라는 뜻의 아라비아 말로써 증류를 통해 얻어진 것을 의미한다.
효모는 당을 가지고 있는 물질과 만나면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에탄올을 만든다. 술의 종류는 당을 제공하는 식재료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에 모든 문화권에서 다양한 종류의 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효모는 알코올에 대한 내성에 한계가 있어서 도수가 15%에 이르면 죽기 때문에 발효에 의해 만들어지는 술은 이 정도의 알코올 도수를 가지게 된다. 더 높은 도수의 알코올을 얻기 위해서는 열을 가해서 만들어진 알코올 증기를 냉각시켜 40~50%에 이르게 하는 증류의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은 연속식 증류법으로 얻은 높은 도수의 주정을 희석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도수의 술을 제조한다.
알코올은 소장에서 대부분 흡수되어 혈류를 따라 몇 분 안에 뇌에 도달한다. 알코올은 매우 간단한 화합물이기 때문에 뇌혈관장벽을 쉽게 통과하여 뇌 안의 여러 신경전달 시스템을 교란시킨다.
알코올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의 분비를 감소시켜 기억 장애를 일으킨다. 그러나 알코올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다가 중단하면 글루타메이트 분비가 증가하여 칼슘(Ca2+) 통로인 NMDA 수용체를 과도하게 자극한다. 칼슘은 흥분성 신경전달의 2차 전달자로서 뉴런 안으로 과도하게 유입되면 뇌 손상을 일으켜 금단 기간 중에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알코올은 억제성 가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일으켜 염소(Cl-) 이온의 뉴런 내 유입을 증가시킨다. 염소가 뉴런 내로 유입되면 뇌 기능이 억제되어 진정효과를 일으킨다. 알코올이 수면진정제와 함께 중추신경 억제제로 작용하는 원리이다. 그러나 알코올의 지속적인 노출은 가바 수용체의 기능을 억제하여 진정효과를 낮추게 된다. 억제제로 작용하는 알코올이 오히려 뇌의 흥분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느 중독성 마약과 같이 알코올은 보상계에서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킨다. 반복적인 알코올의 노출은 도파민 분비를 감소시켜 유포리아는 감소하고 디스포리아가 더욱 증가하여 금단 증상을 일으킨다.
알코올은 엔돌핀이나 엔케팔린과 같이 뇌 안에서 만들어지는 아편의 분비를 증가시켜 알코올을 취하고자하는 욕구를 일으킨다. 그러나 알코올의 지속적인 사용은 아편의 분비를 감소시켜 유포리아 대신 증가하는 디스포리아로 인해 금단 증상을 일으킨다.
뇌가 알코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정서와 인지 능력을 조절하는 글루타메이트, 가바, 도파민, 아편의 신경전달이 변화되는 것이다. 그 정도는 사용한 알코올의 도수와 양 그리고 기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알코올에 의해 감소한 흥분성의 글루타메이트 신경전달은 알코올에 반복적으로 노출 되면 더욱 증가한다. 그 결과 중독자의 흥분성은 과도하게 나타난다.
뇌를 구성하는 뉴런은 외부로부터 지속적인 약물 자극을 받으면 약물과 결합하는 수용체의 민감성을 낮추어(이를 탈민감화라고 함) 약물 자극으로부터 뇌를 보호한다.
알코올의 지속적인 노출에 의해 민감화되는 NMDA 수용체와 다르게, 가바, 도파민, 아편 수용체의 민감성은 감소된다. 가바 수용체의 탈민감화로 인해 억제성의 가바 신경전달은 더욱 억제되어 흥분성이 과도하게 나타난다. 가바 신경전달과 마찬가지로 도파민과 아편의 신경전달 또한 감소한다. 그 결과 중독자의 정서는 유포리아 대신 디스포리아가 증가하여 금단 증상의 극복을 위해 알코올을 갈망하게 된다.
술을 오랜 기간 동안 마시다 갑자기 끊으면 뇌가 과도하게 흥분하여 손 떨림, 불안, 초조, 수면장애, 경련과 같은 금단 증상이 일어난다. 심한 경우, 경련 발작, 정신 착란, 고통스러운 환각을 일으키는 진전 섬망(delirium tremens)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2011년 27살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 가수 와인하우스(Amy Jade Winehouse)의 사망 원인은 알코올 남용으로 인한 금단 증상으로 알려졌다.
1994년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에 대한 진단 및 통계 지침(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은 알코올을 향정에 포함시켰으며 알코올 중독 이라는 말은 알코올 남용과 알코올에 대한 의존성을 의미한다고 정의하였다.
알코올은 중추신경 흥분제인 메스암페타민이나 코카인보다 중독성이 강하지는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남용하기 때문에 가장 해로운 마약이라고 한다. 술을 개인과 사회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하지만은 않다. 음주와 주류 광고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넘쳐난다. 캠퍼스를 순환하는 버스에도 주류 광고가 등장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알코올 남용에 대한 역치가 상당히 높아져 있음을 반증하는 것 같다.
술은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지만 개인의 삶과 집단을 파탄에 이르게 한다. 알코올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이다. 알코올의 이중성이 음주로 인한 뇌질환, 반사회적인 폭력과 음주 운전을 비롯한 각종 사고를 일으킨다. 해마다 천문학적인 사회, 경제적인 손실에 대한 비용과 정책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알코올은 영양소를 만들지 못한다. 도수가 높거나 공복 상태에서는 빨리 흡수된다. 이산화탄소는 위장으로 들어온 알코올을 소장으로 급속하게 이동시켜 알코올의 흡수를 빠르게 한다. 탄산음료를 섞어서 만든 폭탄주를 마시면 술이 빨리 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폭탄주가 아닌 낮은 도수의 술을 안주와 같이 천천히 마시는 것이 알코올의 이중성을 희석하는 현실적인 음주법이라고 생각해 본다. 물론 최선의 방법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지만.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 brain.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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