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2020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국제관광도시 공모에서 국제관광도시로 최종 선정돼 2024년까지 5년간 500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게 됐다. 국제관광도시 부산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마련된 만큼 이제 ‘총제적인 부산의 관광브랜드 파워’를 만들어낼 소프트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번에 부산이 국제관광도시로 선정된 것은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 집중되는 한계를 해결하고 지역에 새로운 관광거점을 육성하고자’ 하는 점이 중요하다. 서울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또 하나의 관광거점으로서의 부산을 생각해야 한다. ‘한국관광의 미래, 원더풀 부산’이라는 부산시의 관광비전 아래 앞으로 5년간 3개 사업 분야, 57개 세부사업에 총 1500억 원(국비 500억, 시비 1000억 원)이 투입된다.
핵심사업 분야는 국제관광도시 육성 기본계획 수립 및 브랜드 전략 수립, 부산브랜드 관광기념품 개발 등의 ‘부산 브랜딩’ 사업, 해외매체 광고 및 드라마 촬영지원 등의 전략적 홍보·마케팅, 일상이 관광이 되는 해양레저체험 콘텐츠 및 걷기코스 개발, 사계절 축제와 마이스(MICE) 발굴 등이고, 전략사업 분야는 부산형 관광플랫폼 구축, 부산관광패스 개발 및 대중교통 불편개선 등의 ‘편리한 여행환경 조성’ 부산형 관광생태계 조성, 범시민 외국인 친절 캠페인 등이라고 한다. 이러한 것들은 관광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시민과 함께 치밀하게 추진돼야 하는 일이다.
지난 2월 13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한 재생사업과 국제관광도시 부산의 비전’을 주제로 한 시민대토론회가 열렸다. 그날 동아대 건축학과 김기수 교수가 이 주제로 발제를 했다. 김 교수는 관광자원 또는 관광콘텐츠를 강조하며 리버풀, 볼티모어, 함부르크와 같은 해양도시의 ‘창조관광’과 도시재생 사례 그리고 부산지역의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천연기념물, 사적, 명승지, 등록문화재, 근대문화유산, 미래유산, 우수건축자산 등을 정리해 소개했다. 특히 성곽·봉수유적이나 초량왜관·청국거류지, 근대도시문화유산, 피란수도 등을 잘 정리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21세기의 관광학』(2006)의 저자인 마에다 이사무는 21세기 관광으로 지속가능한 관광, 자연생태관광, 헬스의료·웰빙관광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 부산은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세계 5대 갯벌인 낙동강 하구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살릴 ‘현명한 이용’의 정책 마련과 헬스의료관광에도 의료기술, 외국어, 코디교육, 보험, 관광비자 등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 교수가 소개한 ‘창조관광’은 창조도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부산시와 시민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창조도시의 핵심을 3T 즉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포용성(Tolerance)이라고 했는데 부산 시민의 ‘멋’과 ‘톨레랑스’를 더 키우고 널리 알리는 것이야말로 국제관광도시 부산의 동인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제관광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민관이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첫째, 세계인이 부산을 찾을 수 있도록 부산의 매력을 발굴하고, 이를 부산의 정체성과 연결해 부산의 도시브랜드, 부산의 관광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일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개별관광의 시대엔 무엇보다 도시브랜드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 부산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항만도시, 영화도시, 컨벤션도시?
부산의 도시브랜드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이내믹 부산’의 종합 콘텐츠를 만들 필요가 있다. 나는 그것을 지난해 칼럼을 통해 ‘부산을 사랑하는 101가지 이유’ 만들기를 제안했고, 그것이 지금은 부산연구원과 부산관광공사가 나서 시민참여를 통해 이를 책자화하고 있다. ‘부산의 매력’에 대해 많은 부산시민들이 다양하게 표현을 하고, 이를 정리해 발표하는 마인드와 이를 펼칠 수 있는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또한 부산시민뿐만 아니라 부산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 이방인의 눈으로 부산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SNS나 언론을 통해 국내외에 널리 발신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또한 부산브랜드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TV 드라마나 영화 속에 부산을 기획한 내용이 자연스레 녹아나게 해야 한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개최도시이자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인 부산을 배경으로 한 세계적인 영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로마의 휴일〉 〈뉴욕 아이러브유〉 〈미드나잇 인 파리〉와 같이 스토리와 도시 영상이 어우러진 그런 명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SNS를 통해 다양한 영상을 세계적으로 많이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부산을 종합적으로 조명하고 카탈로그적인 내용이 영상화된 멋진 영화나 드라마가 나와야 한다.
둘째, 부산의 브랜드파워를 높이기 위해서는 관광객의 여행의사결정 시스템을 잘 파악해 부산에 맞게 적절히 단계별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부산관광에서 대한 총체적인 흐름과 단계마다 해야할 것들을 종합적으로 체크하는 일이 중요하다. 관광객의 여행의사결정 단계는 흔히 ①여행욕구 발생 ②정보탐색 ③관광목적지 인지 ④방문욕구 발생 ⑤정보수집 ⑥대안비교 ⑦여행결정·선택 ⑧여행실시 ⑨피이드백으로 구성된다고 한다(관광산업과 플랫폼 전략, 정기정, 2014). 이 가운데 결정단계별로 대응을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 ① ②단계에서는 시장분석이 중요한데 앞서 말한 부산브랜드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 ③ ④단계에서는 브랜드 인큐베이팅이 중요한데 부산을 방문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⑤~⑦단계에서는 세일즈로 상품 관광콘테츠를 개발해 다른 상품과 비교해 부산을 선택하고 싶게 해야 한다. ⑧ ⑨의 경우 부산을 방문했을 때 환대와 피이드백이 중요하다. 외국관광객의 경우 ‘시장선택-브랜딩-세일즈-웰커밍(환대)’이라는 과정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리서치를 통해 시장을 분석하고, 목표시장을 선택해 공략방안을 마련하여 브랜딩 활동을 전개하며 수요를 만들어 내고, 세일즈 활동을 통해 실질적인 방한이 이뤄지면 웰커밍활동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셋째, 국제관광도시로 가려면 도시브랜드 만들기에 시민이 중심에 나서야 한다. 이번 국제관광도시 선정은 부산관광이 부산의 관광산업 종사자만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부산시민의 비즈니스라고 하는 생각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
『마이스산업,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2009)에서 황희곤·윤은주는 도시의 브랜드 이미지, 아이덴티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바탕으로 도시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도시마케팅이란 도시가 목표대상(투자자, 관광객, 시민 등)에게 경쟁도시보다 효율적으로 도시상품(도시이미지와 각종 도시자산 및 자원)을 제공하고, 이들의 만족 극대화를 위해 도시상품, 가격, 유통, 촉진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계획, 실행, 통제)하는 것이라고 한다. 도시마케팅은 전통적 마케팅의 4P 모델(Product. Price, Place, Promotion)에다 People(사람)을 추가한다. 우리 부산의 매력을 더해줄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해 조직화하고, 지역주민이 도시 생명력의 열쇠로 도시마케팅의 의사결정에 참여해 각종 문화활동에 대한 의견제시나 관광프로그램 및 국제행사 유치의 동기부여가 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도시 매력도 평가는 보통 8가지 분야로 한다고 한다(관광산업과 플랫폼 전략, 정기정, 2014). 요인을 보면 ①사람(도시 거주민들에 대한 평가) ②여행형태(그 도시를 어떤 형태로 여행하는 것이 좋은지) ③야간유흥(야간 경관이나 유흥요소가 풍부한 지) ④문화(지역의 문화적 수준, 관광자원의 보유 여부) ⑤쇼핑(쇼핑시설) ⑥음식·식당 ⑦삶의 질·방문자 경험(도시환경이나 분위기) ⑧방문 최적시기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국제관광도시가 됐을 때 가장 으뜸 평가요소는 바로 우리 부산시민의 삶의 모습이다. 도시 매력도 평가에서 사람 항목의 세부평가는 11가지이다. ①매력적인지 ②친근하게 대하는지 ③인텔리전트한지 ④바깥 운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인지 ⑤다양한지 ⑥스타일이 멋진지 ⑦틀에 박힌 데서 벗어나는지 ⑧스포츠를 좋아하는지 ⑨자기가 사는 도시에 자부심이 있는지 ⑩기술을 잘 다루는지 ⑪지역에서 쓰는 말이 매력적인지 등을 들고 있다. 이런 면에서 우리 부산시민의 ‘개방성’을, 부산지역의 ‘다양성’을 외부에 보여줄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결국 도시는 그 도시의 환경과 문화 그리고 시민의 매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제관광도시가 되려면 다문화·이문화에 대한 이해를 넒혀야 한다. 특히 동북아시아나 영미권은 물론이고 이슬람국가의 문화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문화·이문화에 대한 이해교육을 국제관광도시 전략에 넣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관광가이드·해설사를 양성해야 한다.
넷째,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행사를 계기로 통합적인 브랜드파워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일보(2019.6.30)에 따르면 부산의 국제회의 개최 도시 순위가 세계 7위(2017년 기준)에서 12위(2018년 기준)로 다소 하락했다고 한다. 국제협회연합(UIA)이 최근 발표한 국제회의 개최 도시 순위에 따르면, 2018년 1위가 싱가포르(1313건), 2위가 벨기에의 브뤼셀(735건), 3위가 서울(449건)이었다. 부산은 2018년 국제회의 개최 건수가 총 137건으로, 2017년(239건)보다 100건이 넘게 줄어들면서 세계 순위가 5계단 하락했다. 아시아 순위는 싱가포르, 서울, 도쿄에 이어 4위로 2018년과 동일했지만.
이러한 것은 ‘2030 부산월드엑스포’와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나 회의 유치가 매우 중요함과 동시에 이러한 행사를 계기로 ‘부산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세계에 발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19일부터 24일까지 6일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될 ‘물류올림픽’이라고 하는 ‘2020년 세계물류협회(FIATA) 세계총회’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제 우리 부산은 단순한 물류항만만이 아니라 세계인을 끌어들이는 매력 있는 항구도시로, 한류(韓流)를 세계에 알리는 ‘밀레니엄문화항’으로 거듭나야 한다. ‘2020년 세계물류협회(TIATA) 세계총회’ 때는 종래의 1876년 개항이 아니라 조선 초기 개항 600여년의 역사를 세계에 알리고 ‘21세기 문화개항’을 대대적으로 선언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미래의 부산관광을 위해서라도 부산에 유엔 산하 기구의 지역조직을 적극 유치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유엔 산하기구의 본부나 지역사무소가 있는 도시는 국제화와 지역브랜드 차원에서 수준 높은 도시로 인정받는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 1955년 유엔총회 결의로 설치된 유엔묘지(2001년부터는 유엔기념공원으로 명칭 변경)와 같은 기념공원은 있으나 유엔의 권위 있는 산하기구의 지역 사무소가 없다. 그런데 경쟁도시인 인천광역시는 2013년 기후변화대응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인 GCF(녹색기후기금)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유엔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 산하 ICT 분야 전문교육기관 및 다자간 국제협력 증진기구인 UNAPCICT(아·태정보통신기술교육센터)나 EAAF(동아시아․대양주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사무국, AFOB(아시아생물공학연합체)나 유엔지속가능발전 아·태지역센터도 모두 인천시가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면에서 우리 부산은 국제화라는 데 있어 그동안 ‘잠자는 토끼’였는지도 모른다.
이런 데서 우리 부산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부산시와 대학, 시민단체, 상공계, 외교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유엔개발계획(UNDP)의 한국연락사무소나 유엔홍보센터(UNIC) 부산사무소(UNIC Busan) 유치에 나서보면 어떨까?
다섯째, 앞으로 국제관광산업에서 제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 인터넷 네트워킹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부산의 명소나 스토리를 가상현실 또는 증강현실과 연결시키고 ICT 빅데이터를 이용해 관광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기후변화 등에 따라 항공료 인상, 경기침체, 기업회의 화상회의 증가로 국제관광의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고 이번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감염병이 창궐하면 국경 이동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자주 발생할 수 있어 앞으로는 디지털관광이 가능할 수 있도록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부산을 홍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부산콘텐츠를 간접적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소스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산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화’가 절실하다.
국제신문 박지현 기자는 ‘국제관광도시 부산 시민 자세는’이란 기자수첩(2020.2.3)에서 ‘시민들의 환대의 매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은 관광업이에요. (중략) ‘내가 식당 주인이라면, 내 부모나 친구가 식당을 한다면…’ 이런 가정만으로 아량이 생겨요. 그렇게 외식 환경이 성장하면 국민도 바깥 손님인 외국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요. 환대의 매너가 잡히는 거죠.” ‘외식왕’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최근 인터뷰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박 기자는 백 대표의 인터뷰가 오래 기억에 남은 건 ‘환대의 매너’란 말 때문이란다. 그의 말은 관광한국을 하나의 식당으로 비유하면 가게 주인은 주방을 책임지고 국민은 홀서빙을 담당하는 격이라고 했다. 그의 말은 부산 시민도 국제관광도시 부산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주체임을 새삼 일깨웠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어려운 지금이야말로 ‘부산브랜드’를 세계에 알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안전한 방역과 동시에 ‘미래의 중국 관광시장’을 생각하고 ‘환대의 매너’를 갖는 것이 매우 쭝요하다고 본다. 2016년에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관광객 1700만명 가운데 800만명이 중국인이다. 이런 점에서 적십자사를 통해서 중국뿐만 아니라 부산이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세계 각국 도시와 ‘코로나19 방역’의 도시외교를 펼치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지금 어려운 한일관계를 뚫어나가는 데 있어서도 ‘후쿠오카’ ‘시모노세키’ 등과의 ‘방역 도시외교’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끝으로 중요한 것은 이번 국제관광도시 부산 선정과 관련해 부산브랜드를 부산만 볼 것이 아니라 부울경의 상생관광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에 선정된 5개 지역관광거점도시에 △강원 강릉시 △전북 전주시 △전남 목포시 △경북 안동시가 들어가는데 유서깊은 김해시, 양산시, 진주시, 밀양시 등이 있는 경남도와 울산광역시와도 충분히 논의해 ‘부울경관광벨트’를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래야 부산이 스쳐지나가는 ‘일일관광’이 아니라 장기체류 관광지가 될 수 있으며, 진정한 의미에서 ‘서울을 넘어서 국제관광객을 빨아들이는 지역의 새로운 관광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성대 교수·환경경제학 박사, 소셜디자이너>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