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언제까지 '영원한 경제성장 동화'만 늘어놓을 건가, 당장 기후대응에 나서라!"
21세기는 저탄소시대이다. 지난 2014년 1월에 공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협의체)의 제5차 평가보고서는 근년의 지구온난화가 인위적인 온실가스의 배출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95%의 확률로 ‘가능성이 극히 높다’고 밝혔다. 지난 9월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스웨덴 출신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 각국 정상과 산업계 및 시민사회 지도자들 앞에서 “생태계가 무너지고 대멸종의 시작점에 서있는데 당신들은 돈과 영원한 경제성장이라는 동화같은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당장 기후대응에 나서라”며 분노의 연설로 기성세대를 질타했다.
21세기 들어서 세계 각국은 실질적인 저탄소사회 만들기를 위해 무엇보다 에너지 이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배출 억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는 있다. 이에 저탄소도시 조성 차원에서도 태양광, 풍력, 바이오연료 등의 재생가능 에너지 개발이나 녹지의 증가, 수변의 회복, 바람길 등 자연 재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저탄소도시를 지향하되 좀 더 지역의 개성을 살리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창조도시 부산’ 또는 ‘환경도시 부산’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기장군이나 강서구 등 도농복합지역을 중심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친환경 바이오디젤연료(BDF)를 적극 개발·보급하는 프로젝트를 민관 협력으로 구축해보면 어떨까.
기장군·강서구 도농복합지역, 민관협력의 친환경 바이오디젤연료 개발 프로젝트
유럽 및 일본 등 세계 환경선진도시의 경우 유채꽃 재배 프로젝트나 폐식용유 회수를 통한 바이오디젤연료(BDF) 생산 및 보급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도 2006년 이래 정부 차원에서 유채꽃 재배를 장려하고 있다.
바이오디젤연료는 유채꽃, 콩, 팜, 해바라기 등 식물성 유지를 주원료로 해 메탄올과 반응시켜 생성되는 바이오연료의 하나인데 탄소중립적이기에 기후변화협약에서 감축대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계산되지 않는다. 자동차용 연료로 사용될 때 이산화황의 배출이 거의 없고, 경유에 비해 PM(입자상물질), 일산화탄소, 탄화수소(HC)의 배출량도 적어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권장되고 있다. 바이오디젤을 태우면 이산화탄소는 배출되지만 이것은 식물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것이기에 신규의 이산화탄소의 배출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바이오디젤은 경유보다 생산단가가 높은 편이고, 이들 식물의 대량재배가 이뤄질 경우 식량과 연료가 대체되고 과도한 비료, 농약 사용문제를 초래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바이오디젤연료를 잘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선진 사례로 일본 시가 현 비와 호 인근 히가시오미(東近江) 시를 들 수 있다. 히가시오미 시는 유채꽃으로 식용유를 짜고, 폐식용유를 회수해 경유 대체 연료가 되는 바이오디젤연료로 정제해 공용차에 이용하는 등 ‘유채꽃 프로젝트’로 지역 브랜드를 높인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998년 당시 옛 아이토 정 아이토 지구의 휴경 밭에서부터 시작된 ‘헬로 유채꽃 프로젝트’는 지금은 40여 개 지자체로 확산돼 ‘유채꽃 네트워크’를 통해 전국적인 지역 이미지 제고에 성공했다. 이러한 ‘헬로 유채꽃 프로젝트’는 시민단체의 지혜를 행정이 받아들인 것으로 민관 거버넌스의 성공사례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5년 통폐합 이전의 옛 아이토 정에서는 1970년대 비와 호의 부영양화를 계기로 폐식용유를 회수해 비누를 만들고, 합성세제 대신 비누를 사용하는 주민운동이 확산됐고, 1980년대 들어 시가 현은 ‘비와 호 부영양화방지조례’를 제정해 합성세제의 사용을 금지했다. 1990년대 접어들어 폐식용유 회수운동을 전개해온 ‘시가 현 환경생활협동조합’은 비누 사용이 줄어들자 폐식용유의 새로운 출구를 바이오디젤연료에서 찾았고 그 결과 1994년 폐식용유에서 바이오디젤을 정제하는 플랜트를 자체 개발했다. 아이토 정은 다음해 이 플랜트를 도입해 바이오디젤을 아이토정의 공용차와 트랙터 그리고 유채꽃 조명용 발전기 연료로 이용해왔다.
일본 히가시오미 시의 '헬로 유채꽃' 프로젝트 ... 친환경 지역 브랜드 제고 성공 사례
옛 아이토 정은 1998년 국도 휴게소라고 할 미치노에키(道の驛) ‘아이토 마가렛 스테이션’ 주변 5000㎡의 휴경밭을 유채꽃밭으로 조성해 연간 약 3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로 바꿔놓았다. 그 뒤 당시 시가 현 지사가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진 뒤 시가 현 내 휴경밭 1만2000ha에 유채재배가 확대됐고, 2001년부터는 시가 현 내 지자체 절반이 폐식용유 회수운동에 동참했다. 그해 시가 현 신아사히(新旭) 정(현 다카시마(高島) 시)는 ‘제1회 유채꽃 서미트’를 열고 ‘유채꽃프로젝트네트워크’를 만들었는데 이 가입 회원단체수가 전국 40여 개 도도부 현에서 140개 이상이라고 한다.
히가시오미 시 아이토 지구의 폐식용유 회수량은 현재 매월 약 1,500ℓ 정도인데 ‘아이토 리사이클 시스템’을 통해 각 가정에 5ℓ 회수용기를 배포해 월 1회 폐식용유의 회수일에, 각 가정에서 집적소로 가져다준다. 2005년에는 ‘아이토 에코플라자 유채꽃관’을 준공해 유채꽃을 건조시키고 기름을 짜서 바이오디젤연료로 만드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게 해놓았다.
이러한 바이오디젤연료는 일본의 환경수도를 자임하는 교토 시의 경우 바이오디젤연료 버스 운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토시는 다른 도시에 앞서 바이오디젤연료화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지난 1996년 10월부터 가정이나 식당 등에서 버려지는 튀김용기름과 같은 폐식용유를 디젤차량용 연료로 전환시키는 바이오디젤연료화 사업을 적극 추진해왔다. 시민단체인 ‘지역쓰레기감량추진회’가 주체가 돼 현재 시내 약 1,000곳의 거점에서 연간 13만ℓ를 회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7년 11월부터는 220대에 이르는 교토 시의 청소차량 전부에 100% 바이오디젤연료를 사용하고, 2000년 4월부터는 교토 시 교통국이 운영하는 시영버스 100대 정도에 경유에다 바이오디젤연료를 20% 혼합하는 방식으로 연간 150만ℓ의 바이오디젤연료를 활용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바이오디젤연료를 청소차에 활용하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강동구청이다. 서울 강동구청은 교토 사례를 벤치마킹해 30대의 청소차에 바이오디젤연료(20%)를 공급하고 있다. 구청 청소행정과 직원이 정부의 BD20(바이오디젤이 20% 함유된 경유) 시범 보급 사업을 담당하면서부터 바이오디젤연료에 관심을 갖고 우연히 교토의 사례를 연구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강동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으로부터 기술적 조언을 받아 자체 주유 설비를 설치해 2006년 12월 마침내 BD20을 청소차 2대의 연료로 쓰는 성공했고, 2008년부터는 30대 모두로 확대하게 됐다. 강동구는 또한 2010년 전국 최초로 바이오연료 주유소를 설치하고, ‘바이오에너지 체험농장’을 조성해 유채와 해바라기를 활용해 매연·이산화탄소·유황 등의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게 했다.
세계적으로 보면 독일과 이탈리아는 2006년에 도심버스, 대형 트럭은 아예 100퍼센트 바이오디젤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 7월 이후에는 일선 주유소에서 일반경유에 5%의 바이오디젤이 섞인 혼합 경유를 판매하고 있고, 2015년 7월부턴 강제성을 띤 ‘신재생연료 의무혼합제(RFS:Renewable Fuel Standard)’를 도입해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을 2.5%로 높였으며 2018년부터는 이 비율을 3.0%로 올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채 재배면적은 대략 4000㏊에 이르는데 최근에는 벼 대체작목으로도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유채를 자원화하고 소득원으로 육성하는 방안은 ‘유채자원 순환모델’로 구체화되고 있는데 이 모델은 경관용으로 유채꽃을 재배한 뒤 수확한 씨앗으로 기름을 가공하고, 유채박은 유기질비료와 가축사료로 활용하며, 식용으로 사용한 폐기름을 수거해 바이오디젤로 재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유채자원을 순환적으로 이용하면 농가소득은 꽃을 관광자원으로만 활용할 때보다 3배 정도 늘게 된다. 즉 1㏊(3000평)당 170만원의 경관보전직불금에다 2.5t의 씨앗을 기름으로 가공할 경우 240만원, 기름 가공과정에서 나오는 유채박을 유기질비료와 사료로 활용할 경우 68만원, 폐기름을 정제한 뒤 바이오디젤로 쓸 때 21만원 등 모두 499만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물빠짐이 좋은 논에다 벼+유채, 해바라기+유채, 메밀+유채, 콩+유채 등으로 이모작 작부체계를 구축하면 소득은 훨씬 늘게 된다는 것이다(농민신문, 2016.9.21).
기장 철마 한우촌에 동·식물 유전을 만들자
자, 이제 다시 우리 부산을 보자. 요즘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전국이 방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 부산 기장군 철마 한우촌이나 강서구 진입국도 휴게소 주변에 일본의 ‘유채꽃 유전 개발’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해보면 어떨까 싶다. 특히 기장군 철마 한우촌의 경우 ‘동·식물 유전’ 프로젝트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면 더 좋겠다.
그것은 첫째 한우촌 주변 휴경논밭에 유채꽃 재배를 통해 바이오디젤연료를 확보하고 멋진 도시 경관을 조성함으로써 쾌적한 친환경 창조도시 기장의 이미지를 높이는 일이 가능할 것이다. 이것이 유채꽃을 통한 ‘식물유전개발’ 프로젝트이다. 이와 아울러 특히 불고기 요식업체를 대상으로 ‘폐식용유회수운동’ 을 적극 전개해 친환경에 앞장서는 지역업계의 이미지를 대외에 보여주고 폐식용유를 효과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일석이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폐식용유 회수운동은 단순히 이 지역의 요식업계뿐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단체와 연계해 가정용 폐식용유 회수운동도 확대해 전개하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둘째로 소 돼지의 도축과정에서 나오는 지방 등 기름을 활용한 ‘동물유전개발’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2010년 6월 돼지·소 지방에서 연료 효율성이 높은 바이오디젤연료 추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 소 돼지기름은 콩과 유채, 해바라기 등 현재 바이오 디젤의 원료인 식물보다 지방 함량이 많아 최대 70%까지 기름 추출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 바이오디젤에 경유 80%를 섞어 트랙터 연료로 사용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간 돼지기름이 약 32만t, 소기름이 약 10만t이 발생되는데 연간 40여만t의 동물성 유지에서 바이오디젤을 추출하면 매년 2,500억 원가량의 수입대체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디젤의 국내 수요는 현재 연간 4억ℓ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동물성 유지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농기자재신문, 2010.7.2). 이러한 데서 기장군이 소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요식업계를 대상으로 ‘동물유전’ 프로젝트를 병행하면 새로운 친환경 브랜드 만들기에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기장군이 청소차량에 바이오디젤연료를 사용하고, 철마 한우촌 불고기 요식업 번영회가 고객 유치 및 홍보 차량으로 바이오디젤연료차를 적극 활용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바이오디젤연료는 아직은 비용면에서 비싸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지역 브랜드를 제고하는 홍보비용을 포함한다면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누가 먼저 실천하는가 하는 것이다. 한우촌은 철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근 울주군에는 국내 최초의 봉계 한우불고기특구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아직 어떤 한우촌에서도 이같은 ‘동식물 유전개발’ 프로젝트가 추진된 적은 없다.
넷째, 기장군에는 2005년부터 매년 10월에 ‘기장 철마청정 농수산물 홍보’를 위해 ‘철마 한우불고기축제’가 열려 ‘맛좋고 값싼’ 한우 브랜드 만들기에 나름 성공하고 있다. 이 때 개최하는 메뚜기축제도 있다. 이러한 축제가 가을에 있다면 ‘동식물유전’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한 ‘기장 유채꽃축제’는 봄의 상춘객들을 기장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봄 축제가 될 것이다.
시민들이 유채꽃을 감상하고, 또한 폐식용유를 줄이고, 친환경 바이오디젤연료 홍보차량을 타고 최상급 품질의 철마 한우를 맛본 사람이라면 ‘맛좋게 값싸고 환경에도 좋은’ 기장 한우촌의 맛과 멋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경성대 교수·환경경제학자, 소셜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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