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69) - 티끌 마음과 속된 기운이 절로 사라지려면 …

허섭 승인 2021.09.25 16:30 | 최종 수정 2021.09.28 11:28 의견 0
269 왕면(王冕 1287~1359) 묵매도(墨梅圖) 113.2+49.8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왕면(王冕, 1287~1359) - 묵매도(墨梅圖)

269 - 티끌 마음과 속된 기운이 절로 사라지려면 …

산림천석(山林泉石) 사이를 거닐면 진심(塵心)이 절로 걷히고
시서도화(詩書圖畵) 속에 노닐면 속기(俗氣)가 절로 사라지나니

그러므로 군자는 비록 물건을 완상(玩賞)함에도 본심(本心)을 잃지 않을 뿐더러
또한 그윽한 경계(境界)를 빌려 마음을 고르게 하는 법이다. 

  • 徜徉(상양) : 노닐다, 어정거리다, 배회(徘徊)하다. 두 자 모두 같은 의미이다.
  • 塵心(진심) : 세속에 더럽혀진 마음.
  • 漸息(점식) : 점차 사라짐.  息은 원래 ‘(숨)쉬다’ 의 뜻이나 여기서는 ‘중지하다, 다하다, 없어지다’ 의 뜻이다.
  • 夷猶(이유) : 優遊(優游우유)하다 - 한가롭게 잘 지냄.  夷는 平(평)의 뜻이며, 猶는 悠(유)를 뜻함.
  • 詩書(시서) : 원래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을 일컫는 말로, 전(轉)하여 서책(書冊)을 의미함.
  • 潛消(잠소) : 저절로 사라짐, 모르는 사이에 소멸됨.
  • 玩物喪志(완물상지) : 쓸 데 없는 물건(物件)을 가지고 노는 데 정신(精神)이 팔려 소중(所重)한 자기(自己)의 의지(意志)를 잃는다는 뜻으로, 물질(物質)에만 너무 집착(執着)한다면 마음속의 빈곤(貧困)을 가져와 본심(本心)을 잃게 됨을 비유(比喩ㆍ譬喩)한 말이다.
  • 借境(차경) : 그윽한 경지를 빌림, 고상한 운치를 빌림.
  • 調心(조심) ; 마음을 고름, 마음을 조절(調節)함.

◈ 『서경(書經)』 여오편(旅獒篇)에

玩人喪德(완인상덕) 玩物喪志(완물상지).

- 사람을 애완(愛玩)하면 덕을 잃고, 물건을 애완하면 본심을 잃는다. 

* 玩을 ‘가지고 놀다’ 나아가 ‘희롱(戱弄)하다’ 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정확한 뜻은 ‘가까이 두고 지나치게 아끼고 사랑한다’ 는 의미이다. ‘물건은 물론 사람도 너무 옆에 끼고 사랑하면 오히려 자신의 덕을 잃게 된다’ 는 경계(警戒)의 말이다.

◈ ‘조심하다’에 해당하는 동양 3국의 단어는?

우리말 ‘조심하다’ 는 한자로 표기하면 ‘操心’ 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마음을 다잡는 것’ 이다. 단순히 ‘주의(注意)하다’ 의 의미를 넘어 ‘마인드 콘토롤(mind control)’ 의 의미를 갖고 있다. 

중국어로는 ‘小心’ 을 쓴다. 우리말 ‘소심하다’ 는 ‘대범하지 못하고 너무 조심성이 많다’ 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면, 중국어의 의미는 ‘마음을 잘게 나누어 쓰는 것’ 이니 우리말로는 ‘細心’ 에 가깝다. 따라서 상대에 대해서는 ‘배려(配慮)’ 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일본어로는‘用心’이라 쓴다. ‘두루 마음을 쓰다’란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는 ‘用心’이란 말은 일본인들의 절제(節制)된 행동양식을 잘 나타낸 말일 것이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기뻐도 드러내놓고 기뻐하지 않는, 지진(地震)이라는 대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일본인 특유의 몸에 밴‘절제의 마음’인 것이다.  

이들 단어의 출전들을 살펴보면,  操心이란 말은 아마 『맹자(孟子)』에서 나온 듯하다. 맹자가 말한 ‘방심(放心)-마음을 놓아버리는 것’ 에 대한 상대어라 해도 좋을 것이다.  ‘其操心也危(기조심야위), 其慮患也深(기려환야심), 故達(고달) - 마음 쓰기를 위태로운 듯이 하고 환난에 대해 염려하기를 깊이 하므로 사리에 통달하게 된다’ 라고 맹자는 말했다. 

小心이란 말의 가장 오래된 출전은 역시『시경(詩經)』이다. 시경에 나오는 시구 ‘小小翼翼(소소익익)’ 이란 ‘조심스레 쭈뼛쭈뼛하며 행동하는 모양’ 을 의미하는 말이다.

  用心이란 말은 『장자(莊子)』를 비롯하여 여러 경전에 두루 나오는 말이다, 물론 『채근담』에서도 자주 나오며 필자는 ‘마음가짐’ ‘마음씀씀이’ 등으로 옮기기도 했다. 

이제 결론을 말하자면,  ‘조심하다(Be careful)’ 에 해당하는 동양 3국의 같은 말 중에서 아무래도 우리말 ‘操心(조심)’ 이 가장 철학적 의미가 깊을 것 같다. 우리말 操心에는 마치 늘 곁에 두고 때때로 자신의 마음을 실어보는 거문고나 가야금처럼 ‘줄(弦)을 풀었다 조였다’ 하는 ‘조율(調律)’ 의 의미까지 보태게 되니, 나는 자꾸 操心 대신 ‘調心-마음을 고르다’ 라는 말을 쓰고 싶은 것이다. 

* 물론 여기서 ‘고르다’ 라는 말은, choose 나 select 가 아닌 fair 나 even 으로 ‘높은 것은 낮게, 낮은 것은 높게 조절하는 것’ 이며, ‘너무 느슨하지도 않고 너무 팽팽하지도 않는 적절함’ 을 말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平(평)-균형(均衡)과 편안(便安)’ 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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