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블랙홀=암흑물질’ 호킹의 예측은 빗나가다

이정훈 승인 2019.04.07 13:01 | 최종 수정 2019.04.07 17:26 의견 0
그림 1 : 은하계 (왼쪽)과 안드로메다 은하 (오른쪽)는 260 만 광년 떨어져 있습니다. 항성들이 함께 모인 지역과 비교할 때, 암흑 물질은 훨씬 더 많은 양으로 분포되어있는 것으로 믿어집니다. (제공 : Kavli IPMU)
은하의 크기와 은하를 둘러싸고 있은 암흑물질 분포 개념도. 우리 은하계(왼쪽)와 안드로메다 은하(오른쪽)는 260만 광년 떨어져 있다. 항성들이 함께 모인 지역과 비교할 때, 암흑물질은 훨씬 더 넓은 공간에 분포한다. 제공 : Kavli IPMU

암흑물질의 후보의 하나로 거론된 원시블랙홀은 후보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국제공동연구팀에 의해 발표됐다고 과학전문매체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가 최근 보도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천문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 최근호에 게재되었다.

원시블랙홀(pimodial black hole)은 암흑물질의 후보들 중 하나로, 빅뱅 초기 밀도가 아주 높았을 때 생긴 약간의 요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작은 블랙홀이다. 우주의 팽창에도 안정적으로 상태를 유지해왔을 것이며, 10¹¹kg 미만의 원시블랙홀은 ‘호킹 복사’에 의해 증발되었을 것으로 예견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븐 호킹은 1974년, 원시블랙홀 가설을 내놓았다. 호킹은 작은 원시블랙홀의 많은 수가 우리 은하 헤일로 지역에 존재할지 모른다고 했다. 사이언스 데일리(Sciencedaily)의 보도에 따르면, 이 가설에 대해 국제연구팀은 현재까지 가장 엄격한 검증을 거쳤으며, 연구 결과는 10분의 1mm보다 작은 원시블랙홀이 암흑물질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시켰다. 연구의 세부사항은 이번 주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게재되었다.

물리학자들은 우주를 이루는 구성성분 중 85%가 암흑물질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암흑물질에 의한 중력은 우리 은하계 내의 별들이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붙들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지하 실험들이나 세계에서 가장 큰 가속기인 LHC(Large Hadron Collider)를 이용해 암흑물질 입자를 관측하려는 시도들은 계속 실패했다.

이런 실패들은 빅뱅 직후 생긴 원시블랙홀의 존재에 대한 이론과 호킹의 추측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호킹은 물리학자들이 오늘날 찾아내고자 하는, 그러나 종잡을 수 없는 암흑물질의 대부분을 만들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림 2 : 지구상의 스바루 망원경은 안드로메다 은하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안드로메다의 별은 원시 블랙홀이 별 앞을 지나갈 때 상당히 밝아집니다. 원시 블랙홀이 정렬을 벗어나 계속 움직이면 별이 어두워집니다 (원래의 밝기로 되돌아갑니다). (제공 : Kavli IPMU)
지구상의 스바루 망원경은 안드로메다 은하를 바라보고 있다. 안드로메다 은하의 별 빛은 원시블랙홀 근처를 지날 때 상당히 밝아진다. 제공 : Kavli IPMU

국제연구팀은 칼리브연구소의 우주물리학·수학연구팀(Kavli Institute for the Physics and Mathematics of the Universe) 책임자 마사히로 타카다(Masahiro Takada) 등 일본·인도· 미국의 과학자들로 구성되었다. 연구팀은 지구와 안드로메다 은하 사이의 원시블랙홀을 찾기 위해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했다.

중력렌즈 효과는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처음 제시한 현상으로, 먼 별에서 오는 빛이 중간의 원시블랙홀과 같은 무거운 물체의 중력으로 인해 휘면서 생긴다. 극단적인 경우, 이런 빛의 휘어짐은 별을 원래보다 더욱 밝게 보이도록 한다.

그러나 중력렌즈 효과는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데 ‘안드로메다의 별’ – ‘중력렌즈 역할의 원시블랙홀’ – ‘지구의 관측자’가 정확하게 서로 일직선상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순간들을 포착할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하와이의 수바루(Subaru) 망원경에 HSC(Hyper Suprime Cam)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한 번에 안드로메다 은하 전체를 포착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성간 우주에서 원시 블랙홀이 움직이는 속도를 고려해, 중력렌즈효과로 인해 수 분에서 수 시간 동안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별의 깜빡거림을 얻기 위해 여러 개의 사진을 찍었다.

맑은 하룻밤 동안 7시간에 걸쳐 연속으로 찍은 190개의 안드로메다 은하의 사진에 숨겨진 중력 렌즈 효과를 찾기 위해 데이터들을 샅샅이 뒤졌다. 만약 암흑물질이 주어진 질량을 가진 원시 블랙홀로 이루어졌다면 연구팀은 1000회 정도의 중력 렌즈효과를 관측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원시 블랙홀의 질량은 달보다 작다. 달의 질량은 7×10²²kg 정도 된다.

실험에서는 달 정도의 질량에 의한 미세 중력렌즈 효과를 측정할 만큼 카메라의 성능이 좋았으며, 미세중력에 의한 밝기 변화는 별의 플레어에 의한 밝기 차이나 쌍성계에 의한 밝기 차이와는 다른 경향을 가진다.

안드로메다와 우리 은하 사이, 암흑물질이 풍부하다고 추정되는 헤일로 영역에 원시블랙홀이 많을 것이고 중력렌즈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 추정했다. 
(참조 : https://arxiv.org/pdf/1701.02151.pdf)

그러나 꼼꼼한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결과, 단 하나의 경우만이 발견되었다. 연구팀의 결과는 원시 블랙홀이 모든 암흑 물질의 0.1% 이상 기여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스티븐 호킹의 이론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구팀은 안드로메다 은하의 분석결과를 더욱 확장시킬 예정이다. 그들이 조사할 새로운 이론은 중력파 탐지기 LIGO에서 발견된 블랙홀 쌍이 실제로는 원시 블랙홀이었을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기사출처 : ♠Science Daily, Dark matter is not made up of tiny black holes
Nature Astronomy, Microlensing constraints on primordial black holes with the Subaru/HSC Andromeda observation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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