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교수의 '북중접경 5000리를 담다' (21)압록강 얼음 빨래터
강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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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7 18:26 | 최종 수정 2019.01.0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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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시럽다’는 표현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
차디찬 압록강 물에 손가락 하나 잠시 담갔을 뿐인데 손마디가 떨어져 나갈 만큼 아렸다.
살갗에 닿은 바람이 따가울 정도로 추위는 매서웠다.
장엄한 물줄기를 자랑하며 유유히 흐르는 압록강도 일렁이는 물결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런 추위에 북녘의 여성들은 두꺼운 얼음장을 깨고 빨래터를 만들었다.
시리도록 차가운 강물에 두 손 호호 불어가며 옷을 헹궈낸다.
한껏 물을 머금은 옷을 통에 담아 머리에 이고 미끄러운 빙판길을 수백 미터는 걸어가야 겨우 집에 닿는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내야 하는 조선의 여성들...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 말하는 북한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생애 다함없는 고통의 세월을 그저 견뎌내야 하는 일인가 보다.
두 동강난 이 땅의 참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 줌의 밀알이 되기를 희망하며.
<동아대학교 교수 / 북한이탈주민지역적응센터(부산하나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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