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혁명 : 암호화폐가 불러올 금융 빅뱅
저자 : 홍익희(세종대학교 대우교수), 홍기대(위제너레이션 대표)
서평자 : 김기흥(경기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경제학 박사)(sghkim@naver.com)
우리는 달러가 자충수를 두고, 암호화폐가 세계화폐의 자리를 차지하기를 기다리고만 있어야 할까? 세계화폐의 자리를 차지하는 암호화폐가 꼭 미국이나 중국, 유럽에서 만들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암호화폐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우리가 지지한 암호화폐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투기의 광풍에 휩쓸리지 않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자세다. 그럴 때만이 암호화폐가 불러올 화폐혁명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436p.)
블록체인 혁명이 가져온 암호화폐 탄생과 진화논쟁
최근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열풍으로, 화폐에 대한 신뢰 패러다임의 변화가 급속하게 다가오고 있다. 블록체인의 생태계가 체계를 갖추지 못하는 사이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가격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암호화폐와 가상 화폐에 대한 법적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거래소의 해킹 문제가 대두하자 사기와 투기로부터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부정적 입장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의 터키, 아르헨티나 등의 금융 위기는 달러라는 기축 통화의 거대한 패권에 대한 결과이며, 현 기축 통화 금융시스템인 달러 패권을 무너뜨리려는 시각에서 암호화폐가 등장하였다.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에서 새로운 화폐 혁명의 전조, 2~4장에서 각각 제1~3차 화폐혁명, 5장에서 암호화폐를 둘러 싼 최근의 논쟁 등을 다룬다. 기존의 화폐 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문제에 대하여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하고 있으며, 암호화폐의 현재와 과거 역사를 시계열적 시각으로 살펴보았다.
신뢰에 기반한 화폐로 원시 시대에는 물건과 물건을 교환하는 데 돌과 같은 물건을 사용하다가 이후 인류의 경제 활동이 발전하면서 세 번에 걸쳐서 전환기를 나타냈다. 첫 번째 실물 화폐의 등장은 그리스의 드라크마 은화, 로마의 데나리우스 은화, 스페인의 페소 데 오초 은화 등으로서, 제국의 확장에 따라서 이들 화폐가 기축 통화로서의 역할을 하였다.
두 번째 신용화폐로서 1차 세계대전 전까지 영국의 파운드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달러화가 금본위제와 연결을 단절하고 패권국 통화로 기축 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세 번째 신뢰 기반의 분산 원장형 암호화폐의 등장이다. 암호화폐는 탈중앙화 방식으로 생성·운영되는 신개념 화폐이다.
암호화폐는 P2P망을 이용하여 직접 거래되므로 수수료가 낮고 시간이 단축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발행량 제한으로, 기존 통화 당국의 화폐 발행 남발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책은 최근 암호화폐를 둘러싼 유대 금융 자본과 암호화폐 세력 간의 세계대전,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 미국 헤지 펀드들의 공격 싸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디지털 화폐에 대한 대응 등을 금융 자본주의적인 시각에서 분석하여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기득권 세력 간의 대응 전략’ 부분에서는 탈중앙화 암호화폐와 중앙집권적 암호화폐가 공존하는 화폐 시스템으로 갈 것을 예측하고 있다.
‘국가 암호화폐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스웨덴 중앙은행의 ‘e-크로나’ 발행을 소개하면서, 국가 발행 암호화폐의 등장도 예고하고 있다. 더 나아가 경제 블록별 암호화폐의 발행도 제안하고 있다. ‘미국에서 벌어진 암투’ 부분은 유대 금융 세력과 암호화폐 세력의 세계대전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 예로 2017년 12월 시카고 옵션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선물 상장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한 것을 들고 있다.
선물 거래를 이용하여 암호화폐의 버블을 터트린 유대 금융의 작전으로 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암호화폐는 금융 빅뱅을 불러올 것인가’ 부분에서 암호화폐는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세 단계를 거쳐서 금융 빅뱅을 불러 올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도입기에 암호화폐는 세 종류로 나타난다. 첫 번째는 비트코인과 같이 화폐의 디지털화를 향한 암호화폐이다. 두 번째는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들에서 출시하는 코인 또는 토큰이다. 이는 암호화폐 자체의 시뇨리지(seigniorage) 효과와 더불어 암호화폐 자체 가치 상승을 예상한다. 세 번째는 각국 정부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이다.
저자는 국가가 발행하지 않는 화폐가 시장에서 유통되어 국가 경제의 통제가 어렵고 세금 징수가 힘들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화폐의 통제권과 세금 징수권 확보를 위하여 암호화폐를 규제하고 국가 주도 암호화폐를 발행하여 대응하려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성장기에는 암호화폐 시장도 구글과 같은 소수의 기업 화폐가 독과점할 것이 예상되고 이에 따른 일반 투자자들의 손실이 나타난다.
이 책의 장점은 미래 암호화폐가 가져야 할 모습으로 기술의 한계성 극복, 세금 문제, 특정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탈중앙 분산 관리 오픈 소스 등을 제안한 부분이다. ‘성숙기에 암호화폐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달러화가 기축 통화로서의 역할을 다할 때 암호화폐가 세계 화폐로 진화될 것임을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 진화 관계, 블록체인 혁명에 대응하는 세계 각 금융 기관의 블록체인 암호화폐 적용과 대응, 각국 정부의 노력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분석이 없는 것이 단점이다. 더 나아가서 블록체인 혁명이 금융 빅뱅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제도와 규제 개혁으로 우리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분석이 아쉽다. 그럼에도 이 책이 암호화폐의 금융 빅뱅에 대한 이해의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 이 서평은 국회도서관의 승인을 받아 '금주의 서평'을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www.nane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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