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유토피아 실패했다”
“비트코인 유토피아 실패했다”
조송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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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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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밤 jtbc 긴급토론회에서 암호화폐의 실패를 주장하는 유시민 작가. 유 작가는 채굴업자의 연산 능력 독점을 논거로 들었다. 출처: jtbc 방송 캡쳐
국내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cryptocurrency)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최근 영국의 과학기술전문 매체인 뉴사이언티스트가 “비트코인 유토피아는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뉴사이언티스트는 미국 코넬대학 에민 귄 시러 교수팀의 연구를 인용해 ‘비트코인 유토피아 실패’의 이유로 ‘소수의 권력 독점’을 들었다. 이는 18일 밤 JTBC의 가상통화 긴급토론회에서 유시민 작가가 내세운 주장의 논거와 일치한다.
시러 교수에 따르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혹은 가상화폐)는 대형 은행의 중앙집권적 통제에서 벗어나 네트워크에 의해 관리되도록 계획되었다. 그러나 현재 암호화폐는 그들이 피하려고 한 바로 그 기관과 비슷한 형태로 성장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탈중앙집권화 혹은 분권화가 핵심이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합법성을 담보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나 유럽중앙은행 같은 게 없다. 대신 분권화한 네트워크가 거래를 증명하기 때문에 개인 이용자 누구도 그 절차를 조작할 권력을 가져서는 안 되며, 모든 사용자가 그 같은 상황을 억제할 힘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시러 교수팀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분권화 진행을 조사한 결과 분권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비트코인 시스템의 경우, 상위 4곳의 채굴업체가 연산 능력의 50% 이상을 점유한다. 이더리움의 경우, 연산 능력의 60% 이상을 단지 3곳의 채굴업체가 쥐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이 시러 교수팀의 진단이다. 왜냐하면 51%, 혹은 그 이상의 연산 능력을 보유한 개인이나 그룹은 다른 사용자의 비트코인 거래를 검열하거나 자신의 코인을 이중 사용하는 방법으로 시스템을 조작하고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중앙집권적인 통화 시스템과 마찬가지다. 현실 통화 체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정부가 아니라 익명의 낯선 사람들에 의해 중앙집권화했다는 것이다.
시러 교수는 “단지 다섯 사람이 코인과 검열 거래를 인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그들이 나의 코인을 동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러 교수팀의 연구는 출판 전 공개 논문 사이트에 게재되었다. arxiv.org/abs/1801.03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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