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김형로

김형로 승인 2019.04.30 17:03 | 최종 수정 2019.04.30 17:19 의견 0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김형로

 

칠암 야구 등대에 최동원이 있다

방파제 끝 마운드에 그가 등대로 섰다

부산이었고 부산 정신이었던 그,

칠 테면 쳐 봐라며 다시 그 자리에 공을 꽂아 넣었고

홈런을 맞아도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피식 웃던 배포,

연일 완투를 해내던 오기의 무쇠팔로

가마솥 부산을 들었다 놨다 했지

예수도 고향에서는 대접받지 못했다는데

그도 부산에서 쫒겨났다

자본은 흥행을 위해 스타가 필요했지만

스타가 더불어 사는 진정한 영웅이 되고자 했을 때

트레이드라는 갑질로 껌 버리듯 그를 보내버렸다

나는 그때 야구를 끊었다

담배보다도 먼저 끊은 것이 그토록 사랑한 야구였다니

폭거에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야구를 버리는 것뿐이었다니

야구만 알았던 부산 사내가 아니라

부산만 알았던 야구 선수 최동원,

그 후 그는 다시 부산에 서지 못했다

부산을 팔아넘기고도 부산을 팔아 장사하는 천민 자본!

마음의 상처가 그를 얼마나 아프게 했을까

타관을 떠돌다 고향 짠 바다가 그리웠을 최동원,

죽어 칠암 바닷가에서

부표의 부산 갈매기들과 마지막 야구를 하고 있다

모자챙에 하얀 송진가루를 묻힌 채

금테 안경을 고쳐 쓰고는 진정한 거인으로 우뚝 섰다

전설은 바다처럼 마르지 않고

파도와 바람은 사직의 함성처럼 세차다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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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 야구의 자랑이요 부산의 상징이다.

한국 시리즈에서 다섯 차례 등판하여 4승을 거둔 기록은 전무후무 할 것이다.

그에게 부산은 고향이었다. 억센 부산 사투리는 그의 어깨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가 트레이드라는 합법적 갑질을 통해 타 구단으로 쫓겨났다. 지금처럼 인터넷 민주주의가 활성화되었을 때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일이다.

아무튼 그는 갔고 다시는 부산에 서지 못했다. 이 점이 애통하고 안타깝다.

누가 그의 영화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그에게 졸시 한 편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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