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돌이 된 공주 / 김길녀

김길녀 승인 2019.04.11 23:02 | 최종 수정 2019.04.11 23:10 의견 0

돌이 된 공주 / 김길녀

긴 건기 접으며 불어오는 빗방울
거꾸로 앉은 돌조각에 새겨진
그림 위로 함박눈처럼 쌓인다

이룰 수 없었던 사랑 갇힌
로로종그랑 공주 사원

빗물 위 산채로 뚝뚝
분홍 깜보자꽃들
전생의 노래인양 쓸쓸하여라

길 잃은 이국 여자
석탑 앞 서성이며
이루어진 사랑의 이름 조용히 불러본다

슬픔을 먹고 자라난 기둥에 스민
시간의 심줄
세상 하나뿐인 이끼 경전을 탈고했다

사원 뒤뜰에 홀로 선
빠빠야 나무에 기대어
붉은 꽃 점을 친다

사원 안 문틈 사이로
그녀의 웃음소리
희미하게 들려왔던가,

김길녀

 

 

 

 

 

 

 

 

ⓒ김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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