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박물관에서 만난 여자 / 김길녀

김길녀 승인 2019.06.26 13:52 | 최종 수정 2019.06.26 14:01 의견 0

박물관에서 만난 여자 / 김길녀

풀잎여자를 만나고 온 우기의 저녁
가죽 표지 일기장 안으로 박물관 뒤뜰
낮게 울리던 종소리에 묻어온 문장들

유리벽 안에서 먼 시절 풍경
탁본하는 검은 손을 가진 남자
손길 너머 그때의 천둥과 바람 잠시 다녀간 후
타로카드처럼 펼쳐지던 기록하지 않은 페이지

그 시대 풀밭 완벽한 타인과 울지 않는 아이들
그 시대 함박눈 우편배달부가 건네던 이국 엽서
그 시대 바위에 새겨진 이름과 동굴 천장 무덤
그 시대 하늘 체스판 위로 떨어지는 마른 꽃잎들
그 시대 달과 해 흑마법에 살거나 죽어간 사람들
그 시대 나무 울타리 안 사상가의 눈빛으로 전하는 안부
그 시대 혁명과 눈물 그리고 웃음소리

김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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