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철희와 표창원 두 의원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여당의 아이콘과 같았던 비교적 참신한 국회의원 상을 사람들에게 심어준 두 의원이 국회의원 더 안 하겠다고 선언 한 것,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충격적이다.
이들의 갑작스런 불출마 선언의 배경에는 조국 전 장관에 관한 일들 때문이다. 우병우는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이었고 조국은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이었다. 공攻과 수守가 뒤 바뀐 지금 여당의 소리를 야당이 하고 있고, 야당의 소리를 여당이 하고 있다. 불과 2년 내지 3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어떻게 정치인들은 한 입으로 두 소리를 할 수 있을까 한다. 자녀들이 들을까봐 부끄러울 정도이다. 불교에서는 이처럼 제 말에 자기가 어긋나는 것을 ‘자어상위自語相違’ 라 한다.
그래도 ‘3김 시대’ 즉, 5공 6공 시대만 해도 자어상위에 걸리면 한 순간에 정치인들의 생명은 끝나고 말았다. 대표적인 것이 김영삼 대통령이 “성역 없는 수사”라 해 놓고 보니 자기 최측근인 최형우와 자기 아들 김현철이 자기 말에 걸려들자 이들을 감옥에 보내고 김영삼 정부도 레임덕에 걸려들고 말았다. 김대중 정부의 옷 로비 사건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한 입으로 두 소리는 안 한다는 불문율이 어느 정도는 지켜졌다는 말이다.
유신헌법이 선포 되고 저항이 심해지자 김종필은 ‘악법도 법이다’ 그래서 지켜야 한다고 했다. 소크라테스가 감옥에서 탈옥을 권유하는 제자들을 향해 한 말이다. 당시 박정희에 저항하던 야권에선 악법은 지킬 필요가 없다고 소크라테스의 말은 악을 정당화 내지 합리화하는 것으로 지나간 시대의 격언 정도로만 치부하곤 악법은 고쳐야지 지킬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악법 철폐’란 구호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과연 소크라테스의 말은 시대를 초월한 영구적인 진리인가? 그렇다고 본다. 과연 소크라테스가 악법을 정당화하기 위해 악법도 법이라고 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다른 또 한 경우를 보자. 예수 역시 제자들이 예루살렘으로 향진하는 예수를 만류하면서 입성하지 말라고 권했다. 그러나 그는 로마 황제의 법을 준수했고 그래서 그는 죄수가 되었고 로마의 악법대로라면 예수는 내란소요죄에 해당하는 법을 어겼다. 결국, 그는 십자가형을 달게 받았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역사의 승자로 남았고, 악법을 만든 자들은 자기가 만든 악법으로 인해 망하거나 죽고 말았다. 박정희는 유신헌법을 지키는 최고권력자 보안사령관 김재규 손에 죽었고, 로마의 네로 황제의 말로 역시 그랬다. 아니 로마는 오히려 기독교에 의해 정복당하고 말았다.
소크라테스와 예수가 악법을 지켜야 한다고 했던 진정한 이유는 그 악법을 만든 자들이 자기들이 만든 악법에 의하여 처형당하고 심판을 받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조국 사태를 보면서 그때 우병우에게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한 말을 당시 여당이었던 한국당이 그대로 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당이 한 말은 민주당이 그대로 하고 있다. 아마도 지금 민주당은 이렇게 사정이 바뀔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야 할 것이라고 후회할 지도 모른다. 한국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거짓말을 참말로, 참말을 거짓말로 바꾸어서 말하지 않고는 여야 모두 말발이 서지 않는 지경이다.
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벗은 몸을 풍자하는 사진을 올리니 민주당이 사과하라 야단이다. 그러나 박근혜 나체 사진을 당시 화가가 올렸을 때에 민주당은 침묵했었다. 물론 문 대통령의 사진은 한국당이라는 정당이 만든 것이고 박근혜의 것은 한 화가 개인의 사진이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당시 아무튼 민주당은 박근혜 나체 사진을 보고 침묵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 정도라면 그리고 양식이 있고 양심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은퇴를 선언하는 것이 제 정신일 것이다.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점수를 줄 수 있다면 이철희와 표창원 같은 의원들이 있다는 정도일 것이다. 지금 황교안과 나경원이 얼마나 많이 사람을 많이 모았느냐 숫자 싸움으로 한 판 승부를 노리는 것 같은데 승부처는 딴 곳에 있다.
한국당 당 사이트는 나체 문재인 대통령과 수갑찬 조국 전 장관 사진으로 '조국 사태'를 풍자하고 있다. 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이 불과 2년 전에 우병우와 박근혜를 두고 옹호하지만 않았더라도 이 풍자 사진은 일품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나 똥 묻은 개들이 겨 묻은 개보고 손가락질 한다고 사람들이 이 그림 옆에서 하하 비웃고 있으니 무엇 하나 제대로 되겠는가?
결국, 악법을 지키는 자만이 최후 승자가 될 수 있다.
자어상위에 걸리지 말아야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여의도와 서초동 집회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다. 자어상위에 걸리는 한 승자는 될 수 없다.
지금 세상은 이런 글 쓰는 사람을 향해 돌을 던질 것만 같다. 그것도 사방에서.
<전 한신대학교 교수ㆍ한사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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