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요한 것은 검찰 개혁이다, 그것도 시급히.”
국내·해외 교수와 연구자 4090명이 검찰 개혁의 시급성과 절박성을 강조하고 범시민 검찰 개혁 운동의 횃불을 들었다.
김호범 부산대 교수와 김동규 동명대 교수, 원동욱 동아대 교수, 부산대 진시원 교수 등 교수‧연구자들은 26일 오전 부산광역시의회 브리핑실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시국선언은 '시급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국내 및 해외 교수‧연구자 일동' 명의로 발표됐다. 이날 사회를 맡은 원동욱 동아대 교수는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참여자를 모집했고, 그 결과 총 6120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후 3단계 검증과정을 밟아 비연구자이거나 이름과 소속이 불명확한 사람 등을 삭제한 결과 현재까지 4090여 명이 집계됐다.
시국선언 명단은 최종 확정된 게 아니며, 추가 작업을 거친 후 조만간 서울에서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대표발의자인 김호범 부산대 교수는 "대한민국 검찰 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 비겁하게 중립을 지키는 것은 우리가 지켜야 할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이번 우리 선언이 부산에서 시작되었다, 부산은 1979년 부마민주항쟁의 시발점이고 1986년 민주항쟁을 승리로 이끈 곳으로 대한민국 민주화 투쟁의 맥을 잇는 곳에서 하게 되어 더 뜻깊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본 원동욱 동아대 교수는 "부마항쟁 때 절대권력에 심장을 꽂았던 부산에서 시국선언을 하게 되어 뜻깊다, 지방에서 시국선언을 하게 된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국선언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검찰 개혁이 조국 장관만 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김호범 교수는 "바로 지금 검찰 개혁을 하려는 순간에 조국 장관이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라며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검찰 개혁을 한다면 그 사람을 지지할 것이다, 자연인 조국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동규 교수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시국선언문에 담겨 있다"라며 "조국 개인은 세계 역사상 유래 없는 독점적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역사적‧시대적 소명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다, 조국 개인이 아니라 다른 능력 있는 누구라도 검찰 개혁을 한다면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범 교수는 "조국 지지선언이 아니고 검찰 개혁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교수연구자의 충정이 담긴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교수연구자들은 이날까지 참여한 4090명의 교수연구자 명단을 언론사에 이메일로 공개하고, 최종 명단은 추후 발표하기로 했다.
검찰 개혁의 시급성과 당위성은 이날 시국선언에 참석한 박선정(영문학 박사) 인문학당 ‘달리’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잘 나타난다.
이제 곧 셋째를 데려다주고 부산시의회로 향할 것이다.
나의 참여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나는 인문학자다. 그런 내가 이 자리에 함께 하는 것은
절대권력이라 여기는 이들의 폭력과 오만함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 일이 아니지만 지금 외면하면 그들의 칼날이 훗날 내 아이들 중 하나의 목을 겨눌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1저자, 표창장,
이것들이 집요하고 끈질기고 비열한 갖은 방법으로 장관과 그 가족의 목을 죽으라고 조를 수 있는 타당한 이유가 되는지, 나는 납득이 안 간다. 지나가는 강도를 잡을 수 있는데 나와 무관하다고 잡지 않았던 그 강도가 잠시 후 내 가족을 살해하는 영화 장면을 기억한다.
나는 '국민의 세금'으로 '정의'라는 망토를 걸친 채 강도짓을 일삼는 저들을 가로막는데 한 힘이라도 보태러 간다. 훗날 내 아이 중 하나가 다른 이유로 조국장관과 그 가족의 수모를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행동이야말로 가진 자의 횡포이기 때문이다.
나는 공평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대한민국 검찰'이란 이름의 이들의 횡포를 더는 볼 수가 없다!
문득!
엄청 맞고도 끝내 잘못했다고 고개 숙이지 않고 계속 바른 소리 한다고 더 두들계 패던 누군가가 떠오른다! 지금 검찰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다음은 시국선언문 전문과 대표발의자 명단이다.
시국선언 성명서
지금 중요한 것은 검찰 개혁이다!
1.
법무부 장관 취임과 관계된 마녀사냥이 한 달 보름 동안 삼천리강산을 뒤흔들고 있다. 검찰이 불쏘시개를 제공하고 언론이 기름을 붓고 적폐야당이 그 불길 앞에서 칼춤을 추는 형국이다. 촛불혁명의 위임 아래 출범한 개혁정부의 미래를 좌초시키려는, 이른바 수구기득권 세력의 총동원이 개시된 것이다.
여름철 나무가 그러하듯이 곁가지가 무성하면 몸통이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게 소란스럽다 보니, 그 와중에 정작 나라의 명운이 걸린 핵심적 사안은 수면 아래 숨어버리는 본말전도가 전개되고 있다.
과연 현재 사태의 핵심은 <조국의 가족문재>인가? 그렇지 않다. 커튼을 젖히면 전혀 다른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수십년 동안 이 나라 민주주의의 성패를 결정지읏 핵심적 사안은 바로 검찰문제인 것이다.
2.
대한민국 검찰을 중심으로 구축된 무소불위의 사법권력 시스템, 그것은 흔히 신성가족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세상 누구도 자기들의 기득권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 가공할 시스템의 핵심에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 독점이 자리 하고 있다.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 공소취소권,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자체수사력 보유, 체포구속 장소 감찰권, 체포구속 피의자 석방지휘권, 압수물 처분시 지휘권 등. 언뜻 떠올려 봐도 숨이 가쁠 지경이다.
대한민국 검찰은 사건 발생부터 형집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사절차를 독점한 채 칼을 휘두르는 세계 유일의 절대권력집단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역사학자 존 액튼의 말을 떠올릴 필요도 없다. 검찰이 불을 보듯 훤한 사법정의를 외면하고 군사독재를 비롯한 역대 권위주의 정권의 충직한 하수인 노릇을 한 과거 전력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왜곡된 분배구조와 노동현실, 그것과 쌍을 이루는 이러한 기형적 권력시스템을 허물지 않고서 이 땅의 진정한 민주주의는 실현 불가능하다. 참다운 검찰 개혁 없이는 나라의 참다운 개혁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국 법무부장관은 그같이 엄중한 역사적 과업의 도구로 선택된 것이다. 그가 모든 굴레를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리 없다. 하지만 스스로와 온 가족의 삶이 망가지는 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국 자신이 그 운명을 기꺼이 남매하기로 결심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3.
그러므로 지금 중요한 것은 검찰 개혁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검찰과 고위공직자의 권력 남용을 저지하는 핵심 정치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주목하는 바이다.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 지금 이보다 더 시급하고 결정적인 과제는 없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한 목소리로 다음을 요구한다.
하나. 검찰의 독점권력을 혁파하기 위한 강력한 내부개혁을 더욱 속도감 있게 진행하라.
하나. 국회와 정부는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계류 중인 <공수처 설치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키고 집행하라.
하나. 검찰의 수사, 기소, 영장청구권 독점을 개선하는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을 한시바삐 실행하라.
시급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국내 및 해외 교수‧연구자 일동 / <대표발의자> 김호범 교수. <대변인> 김동규 교수. <공동발의자> 부산대 김호범 교수, 동아대 원동욱 교수, 한국해양대 김태만 교수, 동명대 김동규 교수, 부산대 이대식 교수, 서울대 김민수 교수, 창원대 유진상 교수, 경상대 최상한 교수, 서울대 우희종 교수, 동국대 임배근 교수, 우석대 소준노 교수, 극동대 고영구 교수, 공주대 진종헌 교수, 한림대 이기원 교수, 경희대 임채원 교수, 경남대 이은진 교수, 광주대 류한호 교수, 전남도립대 박창규 교수, 경남대 장동석 교수, 마산대 이한기 교수, 군산대 정균승 교수, 동의대 박순준 교수, 우석대 최광수 교수, 경희대 김성수 교수, 군산대 최동현 교수, 전남대 김병인 교수, 충북대 강훈 교수, 서원대 김연찬 교수, 전남대 노봉남 교수, 청주대 이효성 교수, 전남대 염민호 교수, 한신대 송주명 교수, 상지대 박정원 교수, 강릉원두재 이재현 교수, 강원대 배선학 교수, 충남대 맹수석 교수, 한라대 이덕수 교수, 원광대 강남호 교수, 전주교육대 천호성 교수, 충남대 정세은 교수, 고려대 정태헌 교수, 광운대 김정식 교수, 전주대 이용욱 교수, 안동대 이성로 교수, 충북대 손현준 교수, 전북대 양오봉 교수,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 전남대 신경호 교수, 광주교육대 정인수 명예교수, 부산대 이행봉 교수, 부산대 진시원 교수, 동아대 한명석 교수, 덕성여대 박건영 교수, 고려대 이진한 교수, 영산대 주유신 교수, 영산대 박상현 교수, 동아대 하동호 교수, 부산대 김현민 교수, 부산대 차창훈 교수, 동아대 홍영습 교수, 경성대 조정은 교수, 부산가톨릭대 박선정 교수, 영산대 장은주 교수, 부산외국어대 김홍구 교수, 경성대 김선진 교수, 한신대 노중기 교수, 동덕여대 조권익 교수, 경성대 김영배 교수, 서일대 조경순 교수, 경성대 정기호 교수, 경성대 이재희 교수, 부산대 박근태 교수, 부경대 나희랑 교수, 부산대 장동표 교수, 부산외국어대 권기철 교수, 한국외국어대 임근동 교수, 우석대 박진희 교수, 숭실대 윤철홍 교수, 한국외국어대 이주헌 교수, 충북대 김종연 교수, 공주교대 박찬석 교수, 공주교대 남수중 교수, 건양대 이진 교수, 선문대 석양기 교수, 숙명여대 김응교 교수 등.
<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