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원 교수의 정치칼럼]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를 종식하자
검찰과 언론, 법원과 헌재의 비정상적이고 왜곡된 정치
정치개혁의 종착역은 이런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를 종식하는 것
진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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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5 11:03 | 최종 수정 2020.05.0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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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안과 공수처설치법안 그리고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패스트트랙 국면이 일단락되었다. 정치개혁과 검찰개혁의 실타래가 풀리고 이들 개혁이 이제 본격적인 출발선 상에 오른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은 한국 정치개혁의 핵심이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선거제도는 선거의 결과를 좌지우지 하는 요술손이다. 선거제도가 다수대표제인지 아니면 비례대표제인지에 따라 정당 득표율과 의회 의석률은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 20대 총선까지 우리의 선거제도는 소선거구 단순다수결 제도였다. 즉, 하나의 지역구에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자를 당선시키는 제도로, 이런 선거제도는 사표를 양산하고 거대 양당구조를 가져오는 경향성이 강하다. 그런데 주권자이지 유권자인 시민들의 소중한 한 표가 의미 없이 사라지는 사표 현상은 대의 민주주의의 존립 근거와 정당성을 훼손하는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그리고 거대 양당구조는 하나의 거대정당이 국정운영을 발목잡고 국회 일정을 보이콧으로 일관하면 대의정치가 올스톱 되는 큰 부작용을 지니고 있다. 우리 정당정치와 의회정치가 이런 문제의 희생양이 되어 온 것이다.
이번 21대 4·15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진다. 단순다수결 제도가 비례대표제로 바뀐 것은 일단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국당의 반대와 민주당과 나머지 군소 야당이 참여하는 4+1 협의체의 협상을 거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소 누더기가 된 감이 분명히 존재한다. 4+1 협의체가 이번 총선만 이런 누더기 선거제도로 선거를 치르고, 다음 22대 총선에서는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로 한 역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일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한국정치는 거대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정당구조가 개편되는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당제는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다수당이 등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정당 간의 연정이 불가피하다. 연정은 대화와 타협과 합의의 정치를 살릴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다.
결국 한국정치는 이번 선거제도 개혁으로 인해 다수대표제의 특징인 독점의 정치와 배제의 정치에서 비례대표제의 특징인 포함의 정치와 합의의 정치를 이룰 수 있는 제도적 기초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정치개혁은 제도개혁 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제도뿐 아니라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단순다수가 승자독식 하는 정치구조를 타파하고 다양한 소수로 구성된 연정에 참여하는 절대다수가 포함의 정치와 합의의 정치를 추구하는 민주적 사고와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이런 사고와 태도가 없다면 선거제도가 바꾸어도 한국정치는 퇴행을 거듭할 것이다.
정치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과 사람들의 사고와 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를 종식시키는 것이다. 정치는 차이를 드러내고 조정하고 최종결정을 내리는 과정이다. 그런데 우리정치는 지금까지 이런 정치의 본래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정치가 차이를 조정하고 최종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차이를 증폭시키고 갈등을 부추기며 최종결정을 무책임하게 계속 회피하고 연기해온 것이다. 이 결과 정치인과 정당과 의회가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과 법원과 헌재와 검찰이 정치를 하는 이상한 상황이 굳어온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바로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이다.
정치개혁이 성공하려면 선거제도 개혁과 사람들의 사고와 태도를 바꾸는 것뿐 아니라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를 종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가 표출된 극명한 예는 수도이전 여부를 정치가 최종결정하지 못하고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이라는 웃기는 논리를 들어 대행한 것이다. 어디 이 뿐인가? 조중동 신문과 조중동매 종편이 정치를 하고, 이제는 하다하다 윤석열 검찰이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인사권을 공공연히 침해하며 아예 내놓고 정치를 하고 있다. 검찰의 과도하고 편파적이며 조직이기주의적인 법치주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언론인과 법관과 헌재 재판관과 검찰은 선출된 사람들이 아니다.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최종결정을 내리는 것은 분명히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런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는 명백히 좋은 상황이 아니다. 왜곡이고 비정상이다. 비정상은 정상화해야 한다.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정치가 언론과 법원과 헌재와 검찰로부터 정치를 되찾아 와야 한다. 집 나간 정치,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정치가 제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게 제대로 된 정치개혁이고 완벽한 정치개혁이다. 정치개혁의 종착역은 정치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를 스스로 종식하는 것이다.
<부산대학교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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