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도 깨질 위기에 처했다. 2017년 한해 출생아 수가 40만 명대 밑으로 떨어진 지 2년만이다. 10월 27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누적 출생아 수는 23만2317명이다. 지난해(25만2280명)보다 7.9% 감소했다. 만약 1~9월 감소율(7.9%)이 4분기에 이어진다면 올해 출생아 수는 30만1003명이다. 겨우 30만 명대에 턱걸이 하는 셈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낳는 아이 수)은 0.98명이었고, 올해 3분기는 0.88명이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현재 약 5천1백만 인구는 2050년에는 4천4백만으로 줄어든다. 그리고 그때부터 매년 60만 명이 감소할 것이다. 인구감소는 북한 핵무기보다 더 위협적이다. 그렇지만 북한은 예측할 수 없지만, 인구문제는 몇 년 전부터 데이터로서 충분히 예견이 가능하다.
인구감소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지대하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뿐 아니라, 소비력도 쇠퇴하기에 국가경제 파이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북한 핵무기보다 인구감소가 더 위협적이라는 조영태 교수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 그리고 예견 가능하기에 정책적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문제다.
조영태 교수의 주장을 근거 삼아, 아시아 경제담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다니엘 모스는 칼럼(코리아 헤럴드. 2019년 11월 20일자)에서, 지금 한국경제에 절박하게 요구되는 것은 인구팽창에 초점을 맞춘 정책뿐이라고 주장했다.
모스는 현재 인구의 3.7%인 외국인을 이민의 문턱을 낮춰 더 받아들이기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물론 정부는 출산장려 정책과 동시에, 외국 인력 유치, 교육체계 개편 등 ‘저출산 시대’에 큰 충격 없이 적응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모스는 한국의 정치현실을 모른다. 정부의 효율적인 정책도 다 백약이 무효다. 한반도 비핵화와 인구 증가 정책을 가로막는 세력이 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반도 분단으로 부정의한 이익을 편취하고, 인구 증가 정책도 ‘선심용’이란 딱지를 붙이며 반대하는 세력이다. 일러 기득권 카르텔. 현재로서는 재벌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 검찰과 보수언론과 자한당의 카르텔이다. 정의냐 불의냐, 국익이냐 아니냐, 대의냐 아니냐의 문제는 불문에 부친다. 오로지 기득권을 고리로 동맹한, 시멘트보다 더 강고한 카르텔이다.
검찰은 조직 이익만 지상명제인 집단이다. “현 정부(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노무현 정부)에 비해 적어도 검찰에 적대적이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참여정부 시절 위축된 검찰의 권한을 되찾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에서 현직 대통령과 ‘맞짱’ 뜰 정도로 기개를 과시한 검사들과의 인터뷰에서 <한겨레> 김종구 편집인이 들은 말이다(2019년 11월 28일자). 이 말에 아득한 절망감을 느낀 김종구는 검찰의 정체 두 가지를 짚는다. 첫째, 검찰은 태생적으로 진보정권과는 유전적 코드가 맞지 않는 집단이다. 둘째, 검찰은 권력의 충견으로 기꺼이 용맹을 떨칠 수 있어도, 자신들의 이빨을 약화하려는 시도는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 김종구의 이 통찰은 검찰개혁의 선봉장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를 통해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다.
‘이른바 보수’ 언론은 친일 협력 언론이다. 아무 근거 없이 ‘전략물자가 북한 등으로 흘러갔다’고 보도해 한-일 갈등 초기 일본에 수출 규제 핑곗거리를 제공한 것도 이들이다. 그래놓고 아베 정부 대신 우리 정부를 겨냥해 ‘경제보복을 자초했다’고 비난했다. 강제징용과 징병에 동참하라며 일제에 적극 ‘부역’한 것도 이들이다. 민족 앞에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거꾸로 ‘배상’하라고 판결한 대법원과 늦게나마 우리 국민 지키겠다는 우리 정부를 헐뜯었다. ‘일본은 한 번 각오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나라’라며 ‘힘이 부족하면 굴욕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라도 있어야 한다’고 조롱했다(<한겨레>. 김이택 칼럼. 2019년 11월 26일자). ‘00일보가 신문이라면, 우리 집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다’라고, 보수 신문을 희화화한 글을 본 적이 있다. 보수언론의 정곡을 찌른 화룡점정이다. 화장지에는 정보가 없다. 그러니 결코 남을 해치지는 않는다. 정보로 포장한 사실 왜곡으로 인한 보수 언론의 해악은 작량 불가능할 정도다.
자한당의 주역,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맥락 없는 언행에 대한 언급은 그 자체로 정신건강에 해롭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인 정당에 대한 논급은 차라리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엄연한 제1야당이기에 우리 민생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짚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예산안 심사에서 자한당은 '총선용' '총선용 퍼주기 예산'이란 딱지를 붙여, 일자리 예산에 집중적으로 ‘삭감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국민취업제도 예산 2802억4200만 원과 일자리 안정자금 예산 2조1647억1600만 원을 전액 삭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인일자리 예산도 '단기 알바 일자리에 불과하다'며 반 정도의 삭감을 고집하고 있다. 미취업 청년, 특수고용노동자, 폐업 영세 노동자, 노인 등이 어찌되든 말든, 국민에게 절실히 필요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책은 ‘총선용’이고 ‘선심성’이라고 자한당은 주장한다.
검찰과 보수언론과 자한당의 기득권 카르텔은 기득권 수호에만 머물지 않는다. 역사의 진보를 극력 저지하려 한다. 마키아벨리는, 사람들의 이기심은 능력자가 중요한 일에 필수적인 권한을 갖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득권 카르텔은 진보 세력이 역사진보의 수단을 손에 쥘까봐 노심초사한다. 역사진보 수단의 우두머리가 정권이고 국회 권력이다.
북핵보다 인구절벽보다 더 위협인 기득권 카르텔을 깨부수는 최상의 쇠망치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이 힘이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화산이 폭발하듯 분출하기를 기대한다. 정신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서.
<작가·인저리타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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