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시간’이 다시 돌아올 것인가? 문재인 시간의 추동력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정치, 경제를 비롯한 전 방위의 사회개혁이다. 6월 30일 ‘초현실적(surreal)’ 남북미 정상의 역사적 회동이 판문점에서 현실이 되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의 심지를 돋운 것이다. 또 한 축인 사회개혁은 지금 어떠한가?
지난 6개월은 ‘황교안의 시간’이었다. 2017년 탄핵사태 이후 줄곧 10%대에 묶여 있던 자유한국당의 지지도가 1월 20%대로 급등한 데에는 황 대표의 역할이 컸다. 그가 등장하자마자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보수층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유한국당으로 결집했다. 경제에 대한 불만까지 가세하면서 ‘문재인의 시간’은 가고 ‘황교안의 시간’이 오는가 싶었다. 때마침 쪼그라들었던 한국당 지지층의 60%가 복원됐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황 대표의 실력과 밑천이 여지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를 방문해서는 수제화 업계가 어려운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들었다. 그러나 그곳 제화공들은 최저임금과 노동시간과는 관련 없는 자영업자들이다. 부산상의 간담회에서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같은 임금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했다. 근로기준법과 국제규약 위반인 발언일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무지하고 무작스런 발언이다. 그 중 압권은 ‘아들 스펙 발언’이다.
취업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취업전략이 문제인 것처럼 훈계하면서 자기 자식을 성공 모델로 자랑한 것이다. 죽어라 스펙을 쌓아도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절망하는 청년들에게 스펙 없이 신의 직장에 취업한 사례는 애당초 염장지르기다. 물론 망발의 후과는 지중하다. 황 대표는 그 ‘가벼운 입’ 때문에 아들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청년민중당은 “황교안의 아들이기 때문에 스펙이 없어도 입사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업무방해 혐의로 황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남부지검은 그 사건을 최곤 형사6부에 배당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자유한국당의 지지도는 30%대로 굳건하다. 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5일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0.6% 오른 30.6%로 30%대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층, 대구경북(TK)과 서울, 20대와 60대 이상은 오른 반면, 중도층과 진보층, 경기·인천과 충청권, 부산·경남, 50대에서는 내렸다.**
황 대표의 망발이나 나경원 원내대표의 무뇌아적 정치행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막말을 고려하면, 이 30%의 지지율은 상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결과이다. 더욱이 ‘샤이 보수’(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이 조사에 응답하지 않거나 응답 시에도 성향을 숨기는 현상)를 감안하면, 30%대의 지지율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다시 뒤로 돌리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어떻게 이런 지지율이 가능하게 되었을까? 이를 이해하는 데는 마틴 슈람(Martin Schram)의 분석이 도움이 된다.
2020년 대선을 앞둔 오늘날, 트럼프의 포퓰리스트적 열정과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현실에 대해 원인분석을 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는 지도자의 실패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실패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어느 때보다도, 유권자들은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뉴스만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미디어든지 상관하지 않고, 심지어 그 뉴스가 진실인지 아닌지,에도 관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말하는 정치인들에게 약속을 받고 싶어 한다. 그 약속이 실현될지 안 될지,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
트럼프의 경우를 보자. 그는 모든 통념을 다시 썼다. 지금까지의 통념은, 어떤 정치가가 고의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뉴스가 나면, 그 정치가는 파멸한다는 개념에 근거해 있었다. 트럼프는 수천 가지 거짓말을 해왔다. 그러나 사실확인자들(fact checkers)이 대중들이 거짓말을 듣고 있다고 증명을 해도, 많은 사람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 거짓말이 자신들을 기분 좋게만 한다면 말이다.***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의 회담이 전격 실현되었다고 해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일거에 해소될까? 비핵화라는 사안 자체는 복잡하고 누층적인 문제이다. 본질적으로 일거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최소한 몇 년이 걸린다. 물론 한반도 평화 정착의 밑돌을 깐 자체가 역사적 업적이다. 그러나 평화 정착은 민생의 주춧돌이지만 민생의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 미세먼지에 심장박동이 약해지는 것보다 손가락 끝 가시에 더 민감한 게 보통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문재인의 시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린 글랜턴(Dahleen Glanton)은 ‘민주당이 트럼프의 재선을 돕는 여섯 가지 방법’에서 그 첫째로 ‘트럼프의 지지기반을 깨뜨리려고 하라’를 들었다. 곧 트럼프 지지자들에 아무리 옳은 말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민주당이 아무리 노력해도 트럼프 지지자들을 확신시킬 수 없다. 그러므로 민주당은 자신의 에너지를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에게 쏟아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대량으로 투표장에 나오게 해야 한다. 민주당이 2020년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트럼프가 지독히도 끔찍한 인간이라고 아무리 불평해 봐야 소용이 없다. 방법은 잘 조직되고 진흙탕에 발을 담그는 선거운동이 요구된다.****
조국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 검토에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거세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하면, 조 수석이 검찰개혁의 최적임자라는 사실에 아무도 토를 달지 않을 것이다. 검찰개혁은 촛불 시민의 개혁과제 제1호이다. 한국당의 반발은 어쩜 조 수석의 법무무 장관의 당위를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지 않은 적이 있던가.
‘문재인의 시간’을 위한 촛불의 심지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사회개혁이다. 한국당 저들은 문재인의 평화 정착 노력과 그 성과도 폄훼한다. 저들이야 어쨌건,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은 일정 성과를 내고 있고, 세월의 문제일 뿐 그 결실을 거둘 것이다. 다른 한 축인 사회개혁은 아직 체감할 정도는 못 된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서는 벌써 한국정부가 재벌 개혁에의 열정이 식어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검찰개혁은 모든 사회개혁의 디딤돌이다. 검찰개혁을 통해야 재벌개혁도 가능하다. 검찰개혁을 가장 두려워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수구기득권 세력들일 뿐이다. 야당의 반발에 개혁의 고삐를 늦춤은 차라리 정치공학적이다. 정면돌파가 필요하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들 한다. 오점 없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사심 없이 검찰개혁의 밑그림을 그린 ‘조국 법무부 장관’, 이 인적 조합보다 더 좋은 개혁의 기회가 다시 올 것 같은가?
촛불로 일군 ‘문재인의 시간’을 위해서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해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한국당의 반발에 맥없이 물러남은 촛불의 심지를 자르는 일이다.
※*한귀영(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다시 ‘문재인의 시간’이 올까」, 『한겨레신문』, 2019년 6월 28일. **홍준철, 「〔여론조사〕文 대통령.민주당.한국당 ‘소폭’ 동반 상승」, 『일요서울』, 2019년 7월 1일. ***Martin Schram(Tribune News Service 칼럼니스트), 「Defusing danger of Trump's populism」, 『The Korea Herald』, 2019년 6월 24일. ****Dahleen Glanton(<시카코 트리뷴> 칼럼니스트), 「Six ways Democrats could help reelect Trump」, 『The Korea Herald』, 2019년 6월 27일. *****「Government v chaebol in South Korea」, 『The Economist』, 2019년 6월 22일~28일. 19~20쪽.
<작가·인저리타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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