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활동이 지구에 심대한 피해를 야기해, 8백만 동식물 종(species) 가운데 1백만 종이 절멸의 위험에 처했다고, 5월 6일의 유엔 생물다양성 보고서가 경고했다. 과거 1천만 년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종의 감소는 전 세계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지구에는 70억 명 이상의 인류가 살고 있다. 그들은 천연자원을 착취하고,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기후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도시면적은 1992년 이래 거의 배로 늘어났고, 곡물 수확량은 1970년 이래 세 배로 늘어났다. 플라스틱 오염은 1980년 이래 10배로 폭증했다. 인간 활동은 바다 환경의 66%, 육지 환경의 75%를 “심각하게 변화시켰다.”
대부분의 육지 서식지에서 토종은 5분의 1로 감소했다. 해양 포유류의 33% 이상, 암초를 형성하는 산호의 3분의 1, 양서류의 40%가 절멸의 위험에 처해 있다. 또한 곤충의 10%도 같은 위험에 직면해 있다.
생물다양성의 감소는 자연 애호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삶은 자연 생태계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곡물의 4분의 3은 동물의 수분(受粉·가루받이·pollination)에 의존한다. 꽃가루 매개자(pollinator. 새, 벌, 나비 등)가 사라지면 매년 5770억 달러 가치의 곡물 수확량이 줄어든다. 토지의 23%가 이미 지력地力이 쇠하여 생산력이 떨어졌다.
해안 거주지의 파괴로 1억 명에서 3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홍수와 허리케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우리는 전 세계의 경제, 생계, 식량, 건강 그리고 삶의 질의 기반을 잠식하고 있다.” 유엔 생물다양성 보고서 작성자 중의 한 사람인 로버트 왓슨은 말했다.
과학자들은 생물 종의 감소와 기후변화는 ‘변혁적인’ 조치들에 의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조치에는 국제무역의 정밀조사, 숲과 녹색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 육식을 줄이는 등의 개개인의 행동 변화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방식에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입안자들은 근본적인 환경적 조치에 대해 의견이 갈려 있다. 만약에 우리가 빠른 시일 내에 근본적인 환경 대처 계획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미래는 우리 모두에게 참혹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감소, 그리고 해수면 상승 등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위협에 대처 방안은 각국의 국내 사정에 의해 합의 되지 않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이것은 비극이지만 ‘인간의 한계’를 감안하면 이해할 법도 하다. 문제는 ‘지금 여기’의 한심한 당리당략적黨利黨略的 정쟁만을 일삼는 무리들이다.
‘탈원전 가짜뉴스’가 창궐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앞장서고 있다. 부실공사를 보수하느라 낮아진 원전이용률을 ‘탈원전’ 탓으로 몰아간다. 지난 3년 사이 석탄 이용률이 최저점을 찍었는데도 탈원전 때문에 석탄발전소를 돌려 미세먼지가 늘어났다고 거짓주장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가짜뉴스로 무슨 이득을 보려는 것일까?
가히 ABM(Anything But Moon. 문재인만 아니면 돼)이라 부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이라면 일단 무조건 부정하고 보는 태도이다. 여기에다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기득권 수호’를 목적으로 한다.
미국 원자력시설 안전을 책임졌던 그레고리 잭코 전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은 “원자력이 거대한 과학적 업적인 동시에 강력한 비즈니스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원자력규제위원장을 지내며 핵산업계의 광범위한 로비를 목격했다고 했다. “(후쿠시마 사고 발생 뒤에도)자연재해 발생 시 미국 원전들도 비슷한 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핵산업계는 더 강력하게 로비했고 보고서 내용을 반박했다”고 했다.
잭코 전 위원장은 원자력을 지어야 화력발전소의 탄소 배출량이 줄어든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뒤 50개 원자로 중 40여개를 멈췄지만 오히려 탄소 배출량이 사고 수준 밑으로 떨어졌다”며 “에너지 효율과 태양광 발전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독재자 후예(김정은)의 대변인 짓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현 정권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노력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왔다. 이 또한 ABM에 근거한 작태이다. 엄중한 국제경제 환경에 대한 일말의 고려가 있는가. 미-중 무역전쟁에서 보듯 갈수록 보호무역이 기승을 부리고 그만큼 우리의 수출 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송기호는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을 남북 경제 통합에 쏟아야 한다. 남과 북의 인구를 합해 7000만 명이 넘는 중규모 내수 시장을 가져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이른바 ‘좌파독재’ 투쟁이 얼마나 낙후되고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것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국민경제를 생각하는 야당이라면 개성공단 기업의 공장 방문을 지지해야 한다. 제조업이 국민경제 안에서 숨 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정상모는 『보수혁명론』에서 한국 보수주의는 서유럽처럼 자유주의 사상 확산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반공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장했다고 썼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주의주장을 일관되게 설명할 철학적·정치적·정책적 체계를 갖지 못하고 있다. 반공 이념과 ‘북한 악마화’로 조성된 적대감을 바탕으로 정치적 경쟁세력을 ‘좌파’로 몰아 권력을 잡는 집권 전략이 있을 뿐이다. 한국보수는 말은 보수지만 별로 지킬 게 없다는 얘기다.****
모든 병에는 그것을 치료할 약이 있는 법이다. 문제는 처방전이다. 이것은 팩트(사실)에 기초해야 한다. 팩트에 기초하지 않는 처방은 되레 병세를 악화시킬 뿐이다. 『문정권 경제실정 징비록』이나 ‘5·18 망언’이나 ‘탈원전 때리기’ 등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가짜뉴스일 뿐이다. 정의롭지 못한 기득권에 기대어 호의호식하던 기득권 세력이 기득권의 달콤한 향기에 취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최후의 발악일 뿐이다.
식물은 10대 원소 중 어느 하나가 결핍해도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경제 문제뿐 아니라 인권이 없는 요양원, 과로사하는 우편집배원, 버스공영제 등 우리 서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가 산적해 있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자유한국당 등 기득권 세력은 서민에게 절실한 이런 문제에는 비껴나 있다는 사실이다. 저들은 정부의 어떤 합리적 정책도 반대만 할 뿐 논의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심판해야 한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득권에 핍박된 내 자신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성장보다 환경을 먼저 생각는 녹색당,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의당 등도 약진하기를 기대한다. 21대 국회에서는 서민의 안녕을 우선시하는 대표들이 서민들의 고충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모습을 보아야지 않겠는가.
※*CIARA NUGENT, 「A million species-and human society-face dire risk」, 『TIME』, 2019년 5월 20일, 7쪽. **신다은, 「“원전은 실존적 위협···지구를 구할 텐가, 산업계를 도울건가」, 『한겨레신문』, 2019년 5월 21일. ***송기호(변호사), 「한국 제조업의 생존조건」, 『경향신문』, 2019년 5월 16일. ****백기철(논설위원), 「보수의 정신, 보수의 민낯」, 『한겨레신문』, 2019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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