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난에 속웃음 짓는 정치꾼들

조송원 승인 2019.04.14 12:21 | 최종 수정 2019.04.14 13:02 의견 0
출처 : 픽사베이

“가장 욕먹는 직업인 국회의원이 왜 가장 존경받는 소방관을 안 도와 주느냐” 우상호 민주당의원의 일갈이다. “국가직이 아니면 불을 못 끄느냐” 이진복 한국당의원의 반대의 변이다. 게다가 한국당은 “경찰은 자치경찰로 가면서 왜 소방직은 반대로 하느냐”고도 말한다. 업무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억지 주장이고 궤변이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라 일부러 반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촛불정부’인 줄 알았더니 ‘산불정부’네요.” 이렇게 언어적 희롱을 즐기는 김문수의 속내는 무엇일까? 산불이 많이 발생하여 문재인 정부에 타격을 주니 고소하다는 뜻일까? 저들은 산불 이재민에 대한 공감능력은 전혀 없다. 국민의 아픔을 어떻게 하면 정파적 이익에 복무하도록 ‘이용’하는냐에만 관심할 뿐이다.

미세먼지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대응이다. 저들은 “탈원전으로 석탄발전을 더 늘렸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늘었다”는 가짜뉴스를 남발할 뿐이다. ‘팩트’는 이 정부 들어 원전 가동률은 75%로 더 늘어났다. 4기 추가건설도 진행 중이다. 석탄발전소가 늘어난 것은 저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정부가 허가를 많이 내줬기 때문이다. 정파적 이익에만 충실한 저들은 팩트에는 능청스레 눈을 감는다.

기후변화로 인해 연중 발생하는 산불과 대기오염을 상징하는 미세먼지는 에너지 사용의 당연한 업보이다. 특히 석탄과 석유를 이용한 에너지를 발전, 산업, 수송, 생활에서 사용하면서부터 대기오염과 기후변화가 심해졌다. 21세기 들어 지구온난화는 인류 생존과 직결된 ‘환경재앙’을 예고한다. 산불이나 미세먼지는 환경재앙의 전조이다. 환경재앙이 현실화되면 인류 그 자체가 이 지구에서 생존이 불가능하게 된다. 근본적인 해법은 에너지 전환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노아 스미스(Noah Smith)의 논의를 살펴보자.*

‘자본주의가 지구를 죽인다.’ 일부 소셜 미디어와 출판물에서 주장한다. 그들의 기본 생각은, 이윤 동기로 사기업들이 대기에 함부로 탄소를 뿜어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부 경제학자들과 몇몇 기후 활동가들은, 탄소세(carbon tax) 부과로 시장 동기(incentive)를 수정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일부 기후 활동가들은 중앙계획경제 노선으로 경제를 재건하지 않고서는 이 문제에 대처할 수 없다고 믿는다.

기후 위협은 확실히 긴박하고 끔찍하다. 탄소세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충분치 못하다. 그렇지만 생태사회주의(eco-socialism)가 이 위협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닐 것 같다. 전체 경제시스템을 해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무장 분쟁이나 정치적 격변을 유발할 것이다. 이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사회주의자들도 화석연로 사용에 대한 제한을 포기할 것이다. 왜냐하면 군부의 지지를 얻어야 하고, 대중이 그들에게 등을 돌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국제 분쟁이 없다하더라도, 자본주의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환경에 미치는 우리의 영향이 완화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사회주의자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가 볼리비아에서 정권을 잡은 후에, 평균 볼리비아 인들의 생활수준은 실질적으로 향상됐다.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이 성취는 더 많은 탄소 배출의 대가로 이루어졌다. 반면에 같은 기간에 자본주의 미국은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줄었다.

다른 말로 하면 경제 성장과 탄소 배출이란 관점에서, 볼리비아는 자본주의 신흥개발국과 좀 더 유사한 것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시사한다. 국민을 부유하게 할 것이냐 기후를 구하는 데 일조할 것이냐의 선택에서 사회주의 지도자들까지도 국민 부유富裕 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와 똑같은 정치적 계산은 최대 탄소배출국 미국과 중국에도 적용될 것이다. 곧, 환경 목표를 추구하여 생활수준의 가혹한 하락을 요구하는 지도자들은 권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므로 기후를 위한 가장 좋은 희망은 물질적 번영과 탄소 배출 사이의 교환 비중을 낮추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technology이 요구된다. 태양열·풍력 에너지, 에너지 저장, 전기 자동차, 무탄소 시멘트 생산 등등. 모든 좋은 기후정책은 핵심적 특징으로서 기술 향상을 포함한다.

최근의 발전으로 인해 기술 중심 접근법이 유효하다는 걸 보여준다. 46개국 7000프로젝트를 분석한 블룸버그 신에너지금융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열·풍력에너지와 리튬전지의 비용이 대폭 하락하여 전력 공급 규모의 재생에너지가 화석 연료와의 경쟁력이 충분해졌다는 것이다.

이 성취는 어떻게 달성되었을까? 현명한 정부 정책과 민간 산업이 결합한 덕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곡신 카브락(Goksin Kavlak) 등 연구원들은 1980년부터 2012년까지의 태양 전지판(solar panel) 가격 하락의 요인을 조사했다. 1980년부터 2001년까지는 정부 자금 지원 연구와 개발이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 주요 요인이었다. 그러나 2001년부터 2012년까지의 가장 큰 요인은 규모의 경제**였다. 이러한 규모의 경제는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민간 산업에 의해 주도되었고, 정부 보조금은 민간기업이 생산을 결정할 동기(incentive)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러므로 명백한 일로, 정부와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이 해야 할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정부는 초기 단계의 기술 개발에 자금을 대고, 민간분야가 이 기술을 채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편 기업들은 점점 더 싼 기술을 발견하기 위해 경쟁한다. 생태사회주의 대신에 생태산업주의(eco-industrialism)이다. 기후변화를 물리칠 어떤 시스템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이와 같을 것이다.

스미스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지형을 고려하면 걱정이 앞선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논리와 표현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당은 9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를 두고 정부를 직간접적 원인으로 지목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 회장 별세를 두고 “문재인 정권 아래 기업 수난사를 익히 잘 아실 것”이라며 “급기야 국민의 노후자금을 앞세워 경영권까지 박탈했다. 연금사회주의라는 무거운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업통제, 경영개입, 기업인 축출에 열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주주들의 권한 행사를 ‘정권 차원 경영권 박탈’로 규정하고 조 회장 죽음과 무리하게 연결 지은 것이다.***

환경재앙이 목전에 다다른 지금, 정치는 우리의 ‘밥’을 넘어 생명을 담보하고 있다. 정치생태계가 건전해야 자연생태계가 온전하다. 정치꾼(politician)은 물리치고, 진정한 정치가(statesman)만 남도록 해야 한다. 하여 정치꾼들을 기억하고, 심판하여 정치무대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건전한 정치생태계에서만 우리, 우리의 후손, 그리고 지구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Noah Smith(블룸버그 칼럼니스트), 「Dumping capitalism won't save the planet」, 『The Korea Herald』, 2019년 4월 9일. **Economies of scale. 생산요소 투입량의 증대(생산규모의 확대)에 따른 생산비 절약 또는 수익향상의 이익. 예를 들면, 생산량이 두 배로 증가할 때 생산비용이 두 배 이하로 증가하는 경우를 말한다. ***허남설, 「“조양호 죽음도 정권 탓, 인민재판 벌어져” ··· 도 넘은 한국당」, 『경향신문』, 2019년 4월 10일.

<작가·인저리타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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