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겨울 준비 - 이송희

이송희 승인 2024.11.19 10:22 의견 0

겨울 준비

이송희

바람이 숭숭 들어오고
베 상복 한벌 대충 걸려 있는 상념의 집

이름 석자 적을 화선지 한 장 바닥에 눕힌다
무릎을 세워 먹을 갈고 있으면
시계 초침이 웃으며 다가 온다
아주 오래된 친구처럼 반갑게
그는 알고 있다 그동안 함께 뒹굴던 모든 것을
하나도 갖고 갈 수 없다는 것을
길고 긴 시간을 마음대로 쓰고 버리고
희노애락이란 단어에 실어 보냈으니
딱히 애잔 할 것도 없다
단지 세상에 나 올 때 부터 정해진
떠나야 할 시간이 있다는 것을
가끔씩 잊고 살았던 탓에 그저 눈이 시리다

붓 담긴 벼루의 먹물이 따듯하다

이송희 시인

◇ 이송희 시인

▷2007년 미주아동문학 동시 등단
▷2008년 뿌리문학 시 등단
▷수상 : 문학공간 신인문학상, 경희해외동포문학상, Famous Poets Free Poetry Contest 영시 입상, 황순원디카시공모전 수상, 대한민국통일예술제 문학대상, 에피포도문학상 본상
▷한국디카시인협회 시애틀지부장, 미주시조시인협회 회원, 서북미문인협회 이사, 미주문인협회 이사
▷시집 《나비,낙타를 만나다》, 동시집 《빵 굽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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