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우주(宇宙)의 탄생 - 이송희
이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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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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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宇宙)의 탄생
이송희
여자는 시녀(詩女)다
소반 만한 탁자와 사과표 노트북
그리고 목이 구부러지는 스탠드와
보풀이 일어난 담요와 한 몸이 되어
한 평 남짓한 공간에 있다
자유의 색으로 물들여진 여자는
창조의 품에 안길 순간만을 기다리다가
운명처럼 혼을 맞이하면 울음을 터뜨리곤 한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혼의 운명을 기다리는 여자는
실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저 긴 시간
눕혀진 인형처럼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어느 날 우주(宇宙)가 온다
꼭 닫히지 않은 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머리카락을 만지고
가슴을 헤집고 심연의 바다에 파도를 일으키면
긴 시간 매달렸던 고치에서 애벌레가 되어 빠져 나온 여자는
초침을 타고 날아가는 시간을 움켜잡고
생사의 시공을 정성스레 수종들며
온 몸에 돌고 있는 수액을 비틀어 짜고 또 짜고
마침내 산모가 되어
아무도 닮지 않은 시아(詩兒)를 생산한다
그리고 감히 ‘우주(宇宙)’라 명명(命名)한다
◇ 이송희 시인
▷2007년 미주아동문학 동시 등단
▷2008년 뿌리문학 시 등단
▷수상 : 문학공간 신인문학상, 경희해외동포문학상, Famous Poets Free Poetry Contest 영시 입상, 황순원디카시공모전 수상, 대한민국통일예술제 문학대상, 에피포도문학상 본상
▷한국디카시인협회 시애틀지부장, 미주시조시인협회 회원, 서북미문인협회 이사, 미주문인협회 이사
▷시집 《나비,낙타를 만나다》, 동시집 《빵 굽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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