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거짓말과 나경원의 망언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당하지 않을 것이다. 로버트 뮬러Robert Muller 특별검사가 곧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트럼프 지지자든 비판자든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사법방해죄의 증거가 너무 많다고 불평할 것이고, 비판자들은 트럼프와 러시아 사이의 범죄적 공모에 대한 증거가 너무 적다고 비판할 것이다. 곧, 같은 보고서를 당파(partisans)에 따라 보고 싶은 부분만 골라 보고 다른 부분은 무시해 버리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첫 사이비종교 지도자적 대통령이다. 그의 핵심 지지층은 유권자의 35~38%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규제완화를 통해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주었다. 이들은 집회에 참석하거나 트럼프의 모든 주장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선거자금 면에서는 큰 조력자가 될 것이다.)
트럼프의 언론에 대한 무시는 추종자들에게 엘리트에 대한 의심을 만족시켜 준다. 곧, 중산층 이하의 추종자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엘리트 탓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무시를 통해 트럼프는 사실 여부를 떠난 수천 가지 거짓말을 해대는 데도, 추종자들은 트럼프의 말을 대체 진실(alternate reality)로 믿는다.**
계속적인 거짓말은 일종의 역 연금술(reverse alchemy)이다. 귀중한 금덩어리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썩돌(푸석돌)로 만들어 버린다. 거짓과 진실의 차이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거짓말이지만 대중들의 마음속에 진실로 각인된 몇 가지 예를 보자. 힐러리 클린턴이 개인 이메일 서버를 사용한 것은 중죄여서 감옥에 가야한다는 것, 2012년 리비아 벵가지에서 죽은 미국인 4명은 오바마 행정부가 꾸민 음모의 희생자라는 것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최근의 예로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를 들 수 있다. 트럼프는 실패의 한 원인으로 민주당이 같은 날 코헨 청문회를 연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사실은 그 정상회담보다 청문회 날짜가 먼저 잡혀 있었다.
뮬러 보고서에 의해서도, 하원의 여러 청문회에 의해서도 트럼프는 탄핵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트럼프에 대한 심판은 2020년 대선에서 행해질 것이다. 미국 유권자는 어떤 심판을 하게 될까?
나경원의 막말이 점입가경이다.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 “좌파 독재”, “막장 정권”이란 궤변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다. 그러나 정신 건강을 위해 감정을 추스르고 그 저의를 파악해야 했다.
아무런 정치적 자산이 없던 황교안이 ‘박근혜 탄핵 부정’ 발언까지 했다. ‘태극기 (모독) 부대’에 야합한 것이다. 어쨌든 당 대표에 당선됐다. 터널 시야인 나 원내대표에게는 큰 시사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무조건 문 대통령과 진보세력을 까면 된다.’
그러나 14일 “해방 뒤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 인해 국민이 분열됐다”는 발언에는 분노를 넘어 연민까지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의분을 삭여서는 안 된다. 분명히 친일세력임을 커밍아웃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과 함께 중국에서 항일운동을 하던 김창숙 선생은 일제 경찰의 고문으로 하반신을 못 쓰게 됐다. 장남은 19살에 고문 후유증으로, 차남 역시 독립운동 도중 세상을 떴다. 해방 뒤 반독재투쟁으로 숱하게 옥고를 치렀고, 정치깡패들에 의해 본인이 재건한 성균관대 총장직에서 쫓겨난 뒤엔 여관방을 전전했다.
김창숙 선생을 성균관대에서 쫓아내고 재단이사장에 오른 이가 바로 일제 아래서 조선유림연합회 대표 등을 지내며 침략전쟁의 나팔수 노릇을 하던 이명세다. 그의 손녀 이인호(전 한국방송 이사장)는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은 소련에서 나온 지령이었다"며 “내 조부가 친일이면 일제시대 중산층은 다 친일파”라고 주장했다.***
나경원은 판사 출신이다. 비례대표제를 없애자는 위헌적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 과연 법률가가 맞는지 의심마저 든다. 나아가 법조계와 ‘양심과 정의’와의 상관관계는 얼마나 될까? 우리 법조계의 뿌리는 어떠하며 법조계의 현실은 어떠할까? 김두식 경북대 교수의 『법률가들』을 통해 알아보자.****
김 교수는 해방 직후 법률가로 활동한 이들을 네 부류로 나눴다. 첫째는 일제 때 ‘고등시험 사법과’ 출신의 판검사 경력자들, 둘째는 ‘조선변호사시험’ 출신의 변호사들이다. 이들은 일제에 의해 자격을 인정받은 법률 전문가였으나, 모두 친일파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첫 단추는 이미 잘못 끼워진 것이나 다름없다.
셋째는 일제 때 법조계에서 서기, 통역생으로 활동했던 ‘미자격자’들이다. 이들은 미군정에 의해 판검사로 임용됐는데, 1946년 말 기준으로 서기 출신이 전체 판사의 30%, 검사의 50%를 차지했을 정도다. ‘공안검사’의 기원으로 꼽히는 오제도의 경우에서 보듯, 이들은 대체로 ‘실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내기 위해 ‘관제 빨갱이’를 생산하는 데 주된 구실을 했다고 한다.
넷째는 해방 뒤 각종 시험 출신들인데, 이 가운데 ‘이법회’(또는 ‘의법회’)란 존재가 있다. 1945년 8월 15일 조선변호사시험이 치러지던 시간에 일제가 항복하는 바람에, 여기에 응시했던 200여 명은 ‘이법회’를 만들어 시험도 없이 합격증을 받아냈다. 이 가운데 남쪽에 있던 106명은 즉시 임용되거나 다른 시험에서 필기시험을 면제 받으며 법관이 됐다. 훗날 대법원장까지 지낸 유태흥, 인권운동의 대부로 활약한 홍남순 등이 이법회 출신이다.
유태흥과 홍남순이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것처럼, 그들의 선택은 모두 같지 않았다. 김 교수는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돌이킨 사람들은 예상한 것 이상의 불행을 맛봤고, 끝까지 개인의 안위만을 추구한 사람들은 기대한 것 이상의 영광을 누렸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이다. 김 교수는 ‘출세의 개인성’이라는 말을 들어, “‘주인’이 누구로 바뀌든, 판검사나 변호사 업무가 갖는 공적인 성격과 관계없이 철저하게 개인적 출세를 추구했다는 점이 한국 법조계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고 지적했다.
나경원은 나경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기득권 세력은 대부분 ‘나경원들’이다. 핵심 지지층의 주목에 목탄 나경원이 사려 깊지 못하게 ‘진심’을 털어놓은 것뿐이다. 지금 북한을 악마화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두려워하는 세력들은 모두 나경원들이다.
이상한 병명으로 병역을 면탈한 전직 대통령이나 현 자한당 대표 또한 충실한 나경원들이다. 나아가 ‘친일’과 ‘남로당’ 전력을 ‘반공’으로 덮어온 박정희와 그 딸을 추종한 무리들은 거의 모두 나경원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망발도 틀어막아서는 안 된다. 표현의 자유는 그들의 막말보다도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 시장에서 진실과 허위, 옥과 돌을 가리게 해야 한다. 지루하지만 그래도 세월은 약이요, 해결책이다.
매화가 때맞춰 만개해, 겨울 찬바람에 이운 살풍경에 생기를 꽃피우고 있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다. 내년 벚꽃이 필 무렵엔 민주주의 꽃이 핀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시효 다된 기득에 매달리는 '나경원들'을 심판하는 진실의 꽃이 만개하기를 염원한다.
※ *David Ignatius(워싱턴 포스트 필진), 「Can Muller provide any resolution?」, 『The Korea Herald』, 2019년 3월 8-10일. **Elizabeth Drew(저널리스트), 「Trump's trouble may not bar him from being reelected」, 『The Korea Herald』, 2019년 3월 12일. ***김이택(논설위원), 「100돌 3·1절에 되새기는 ‘5·18 망언’의 뿌리」, 『한겨레신문』, 2019년 2월 26일. ****최원형, 「출세 지향의 법조계···‘사법농단’은 빈약한 뿌리 상징」, 『한겨레신문』, 2018년 11월 21일.
<작가·인저리타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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