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사실이 아주 많은데요. (···)제가 어떤 여배우의 스폰서라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저가 어떻게 하란 것입니까? 저만이 아니라 그 여배우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희 딸아이가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고 합니다. 어떡하란 것입니까? 너무 쉽게 확인될 수 있는 사안이 많았습니다. 그 많은 사안에 대해서 저와 관련된 것은 부분적으로 허위가 있다 하더라도 공직자, 공인에 대해서는 언론이 비판할 수 있고 검증해야 된다고 봅니다. 언론의 취재과정에서 완벽한 자료를 취합할 수 없기 때문에 언론기사 안에 부분으로 허위가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감수하겠습니다. 그런데 애초부터 명백한 허위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그런 비판을 하고 공격을 하는 것은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를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것이 저희 딸아이와 관련돼 있을 때는 너무 힘듭니다. 지금 저희 딸아이한테 밤 10시 심야에 혼자 사는 딸아이한데 집 앞에 오피스텔 앞에 밤 10시에 문을 두드립니다. 남성기자 둘이, 남성이 두드리면서 나오라고 합니다. 그럴 필요가 어디가 있습니까? 그래야 하는 것입니까? (···)제 집 앞은 괜찮습니다. 그런데 딸아이 혼자 사는 집 앞에 야밤에는 가주지 말아주십시오. 밤에, 입장 바꿔놓고 함 생각해보십시오, 어떤지? 저희 아이가 벌벌 떨면서 안에 있습니다. 그렇게 생활해야 되는 것이 맞습니까? 부탁드립니다. 제가 언론인 여러분께 정말 이건 부탁드립니다. 저를 비난해 주십시오.”
“금수저 맞습니다. 세상에서 저를 강남 좌파라 부르는 것도 맞습니다. 금수저면 항상 보수로 살아야 합니까? 강남에 살면 항상 보수여야 합니까?”
수사를 받으면서 사법개혁을 할 수 있겠느냐에 대해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 때문에 여기 와 있습니다.”
8월 27일 오후 5시 현재 일주일간 ‘조국 후보’로 검색되는 기사는 27만8333건이다. 조 후보자측은 후보자의 딸이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는 허위정보를 해명하려고 딸이 타는 차량까지 밝혀야 했다. 조 후보자 동생과 동생의 전 제수도 자신들 가정사를 상세히 공개하고서야 ‘위장 이혼’ 의혹보도는 멈췄다. 언론이 스스로 ‘검증’과 ‘신상털기’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언론피해상담소장인 이진아 변호사는 “검증을 이유로 사생활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며 “소송을 한다면 언론사 책임이 인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국면에서 언론이 기억해야 할 사건이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현 정부 초기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 당시 안 후보자 아들이 고교 시절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안 후보자 아들이 성폭력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의혹이 있는데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서울대에 부정입학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안 후보자는 스스로 후보자에서 물러났다. 이후 안 후보자 아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한국당 의원들에게 35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9월 2일 현재로는 미디어 전체로 100여만 건이란 보도도 들었다. 그 많은 기사들이 국민들의 알권리에 무슨 봉사를 했을까? 차라리 혼탁, 어둠이었다. 천 년 묵은 동굴의 어둠이라도 한 자루 촛불로 일거에 가시듯, 100여만 건 기사는 조국의 기자간담회 단 한 번으로 말끔 해소되는 듯하다.
누구는 의혹 해명에 대해 또 의혹으로 맞설 것이다. 제대로 풀어 설명해도 죽자고 달려들며 의혹을 들이밀면, 해소 방법이 없다. 잘못된 간섭이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니, 그 귀추에 주목할 밖에 도리가 없다.
금수저인 조국 후보자는 금수저로 여유작작한 삶을 지향했다면 지금과 같은 고초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 금수저가 흙수저 편에 서려고 하니 진창에 빠진 것이다. 물론 더 근본적이고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유시민 전 보사부장관이 <김어준의 뉴스공장>(2019.8.29.)에서 한 주장이 정곡이다.
“한국 사회에서 오랜 세월 동안 부당한 기득권을 누리며 헌법 위에 군림하던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들이 누리는 기득권에 함부로 까불고 대들지 마라. 너희가 탈탈 털어서 먼저가 안 날 정도로 완벽한 자가 아니라면, 정의니 뭐니 헛소리하지 마라. 누구든 조국처럼 저렇게 입바른 소리하면서 기득권에 도전해온 자들 중에 털어서 진짜 먼지 한 톨 안 날 놈들만 해라. 그리고 건방지게 그렇지도 못하면서 지금까지 그렇게 해온 조국은 완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탄로 났다 것. 그렇게까지 훌륭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만으로도 죽어야만 한다. 그래야 앞으로 대들지 않는다. 이게 뒤에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꼬맹이 적 선친의 손을 잡고 제법 너른 시내를 건너며 들은 전설이 기억난다. 징검돌 옆에 쉼터가 될 만한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십여 리를 걸은 참이라 그 바위에서 다리쉼을 했다. 그때 선친은 ‘조장군’ 얘기를 해줬다. 이 바위는 수백 년 전에 조장군이란 분이 길손들이 시냇물에 발을 담그며 쉬어가라고 산중턱에서 옮겨 온 것이랬다. 그만큼 힘이 세었고, 지략도 갖춘 문무겸비의 ‘장군님’이셨단다. 그분의 비밀은 겨드랑이 날개가 돋아나 있다는 거였다. 그 장군님은 겨드랑이의 날개를 꽁꽁 숨기고는 밤에만 힘을 사용한다고 했다. 그러나 어쩌다가 관가에 비밀을 들켜 형틀에 묶여 날개를 잘리게 되었다고 한다. ‘역적’의 운명을 타고 났다는 죄목이었다. 그 후 조장군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역사는 진일보와 퇴일보를 반복해도 어쨌건 앞으로 나아간다. 봉건사회에서 왕에게 역적은 있어도, 민주사회에서는 누구나 왕이니 역적이란 없다. 조국 후보자도 비록 수구 세력의 뭇매를 맞아도 날개는 꺾이지 않으리라. 맘껏 훨훨 날기를 기대한다.
*정철운, 「조국이 아무리 미워도 ··· 무차별 보도 유감」, 『미디어오늘』, 2019년 8월 28일.
<작가·인저리타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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