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조국 후보자’에게 돌을 던지는가?

조송원 승인 2019.08.26 10:07 | 최종 수정 2019.08.26 10:27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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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감람산(橄攬山)으로 가시다, 아침에 다시 성전으로 들어오시니, 백성이 다 나오는지라, 앉으사 그들을 가르치시더니,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간음 중에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우고 예수께 말하되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나이다.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그들이 이렇게 말함은 고소할 조건을 얻고자 하여, 예수를 시험함이라. 예수께서 몸을 굽히사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

그들이 묻기를 마지아니하는지라, 이에 일어나 가라사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 다시 몸을 굽히사 손가락으로 땅에 쓰시니

그들은 이 말씀을 듣고 양심의 가책을 받아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씩 하나씩 나가고, 오직 예수와 그 가운데 서있는 여자만 남았더라.

예수께서 일어나사 여자 외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되, 여자여 너를 고소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定罪)한 자가 없느냐? 대답하되, 주여 없나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치 말라 하시니라. [요한복음 8:1-1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22일 “단언컨대 조국 후보자는 청문회 자리에 앉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조 후보자가 장관 자리에 앉는다면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무장관’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는 3대 불가 사유가 있다. 그는 위법한 후보자이자 위선적인 후보, 그리고 위험한 후보”라 강조했다. 또 “그는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블랙리스트·민간인 사찰 의혹에 연류된 것은 물론이고 지금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논란까지 제기돼 정말 위험한 후보”라며, “이런 법무부 장관에게 우리나라의 법질서를 맡길 수 없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은 빨리 지명 철회하고 조 후보자는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16일자부터 나흘 동안 1면에 조 후보자의 의혹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17일자부터 1면에 조 후보자의 의혹 보도를 싣고 있다. 중앙일보도 19일과 20일에 조 후보자의 의혹 보도를 1면에 실었다.

고위 공지 후보자에 대해 가차없는 검증은 바람직하다. 의혹 보도도 당연하다. 문제는 똥 묻은 개는 겨 묻은 개를 나무랄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먼저 자신의 똥부터 닦고 겨를 들추고 나무라야 한다. 의혹 보도도 뉴스 가치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 조국 후보자가 모든 뉴스를 압도할 만큼 국운을 짊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24일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신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부터 말끔히 해결하고, 장외투쟁을 하든 대권놀음을 하든 하길 바란다”며, “조국 후보자를 규탄하기 전에 본인들이 짊어지고 있는 가족과 각종 비리에 대한 의혹부터 국민 앞에 말끔히 해명하길 바란다. 그게 최소한 정치인 아닌 사람으로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나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 자녀와 관련된 의혹을 얘기하며, 조국을 지키기 위해 지소미아를 파기했다고 또 다시 주장했다”며, “정말 어이없고 근거 없는 주장이다. 왜 나 원내대표를 일부 네티즌들이 나베라고 하고 한국당을 토착왜구, 신친일파라고 조롱하는지 본인 스스로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비꼬았다. 또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가 조국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할 말이 있기나 한가”라며, “황 대표 자신은 군대도 가지 않았을 뿐더러 아들의 군대 보직 특혜, 취업 특혜, 증여 문제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관련된 의혹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홍 수석대변인은 나 원내대표를 향해 “나 원내대표 일가의 홍신학원에 대한 사학비리 의혹과 본인 자녀의 입시 의혹 등에 대해 지금까지 뚜렷한 해명을 한 적도 없다”며, “최소한 두 사람은 조국 후보자 자녀의 의혹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고 김용균 씨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출범한 특별조사위원회는 원청과 하청이라는 ‘신분’ 차별 때문에 김 씨가 숨졌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원청과 하청에 매겨지는 점수도 달랐다며, ‘제2의 김용균’을 막기 위해 발전산업의 민영화·외주화를 철회하라고 권고했다.

이렇게 고 김용균 씨 사망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조중동’에선 기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많은 언론이 지면과 방송으로 특조위 조사결과를 전했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9곳 가운데 5곳이 20일자에서 관련 보도를 냈다. 경향신문·국민일보·한겨레·한국일보는 사설까지 썼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방송사도 대부분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와 세계일보는 이 소식을 지면에 싣지 않았다.**

목포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조국 교수의 지금 상황을 나만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조국 교수는 청문회에서 결백을 밝히면 되고, 나는 법정에서 결백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나는 언론을 믿지 않는다. 불과 몇 달 전 ‘손혜원 마녀 만들기’에 동참했던 그들을 똑똑히 기억한다”고 비판했다. 손 의원은 “조국 교수는 하루 청문회를 거치겠지만, 나는 최소 3년 이상 재판을 거쳐야 한다”며, “내 상황이 더 한심하다. 부디 저를 보며 위로받으시길 바란다”고 했다.***

“사회주의의 진정한 목적은 인류 발전의 약탈적 관계를 극복하고, 그것을 넘어 전진하는 것이다. ··· 자본주의 경제에서 생산은 소비가 아니라 이윤을 위해 수행된다. 무제한의 경쟁은 노동의 거대한 낭비를 초래할 뿐 아니라, 사회적 의식의 불구화를 초래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49년에 쓴 ‘왜 사회주의인가?’(why socialism?)라는 원고의 한 대목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아인슈타인’이 맞다. 아인슈타인처럼, 20세기를 살아온 지식인에게 사회주의는 피할 수 없는 주제였다. 더욱이 한국은 군부독재가 30여 년간 지속했다. 청년학생과 지식인들은 지독한 사회모순을 마주해야만 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6일 조 후보자의 사노맹과 관련 이력을 강조하며 “조국 후보자는 이석기보다 훨씬 위험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수많은 언론이 이를 그대로 받아썼다. 조 후보자는 과연 위험한 인물일까. 정말 위험한 인물은 시대의 모순에는 눈을 감고, 30년 전 안기부 감성을 잊지 못한 채, 철 지난 색깔론으로 우리 사회를 ‘사노맹이 있던 과거’로 되돌리려는 민주주의 ‘무임승차자’들이다.****

조국 후보자는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린 사람이 아니다. 어차피 ‘시대의 아들’이다. 사람은 아버지보다 그 시대를 더 닮는다. 당대의 흐름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의혹 중에서도 딸 교육 문제는 청년들의 울화에 불을 지른 듯하다. 박탈감과 상실감이 큰 모양이다. 불법이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재력과 인적 네트워크라는 합법적 틀 위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거듭 강조하지만 사람은 ‘시대의 아들’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성실히 활용한 사람보다는 먼저 그 제도를 혁파해야 하지 않을까? 99마리 까마귀와 까치 속에서 희고 고고孤高한 1마리 학을 고대하는 것 또한 너무 자기중심적인 이기가 아닐까?

정당하게 분노해야 골부림이 아니라 의분義憤이 될 수 있다. 의혹과 가짜뉴스가 정의롭지 못한 목적으로 횡행하는 지금, 청문회를 속히 열어야 한다. 그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가 저간의 의혹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하지 못하면, 나 역시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 다만, 근거 빈약한 의혹 보도와 가짜뉴스에 놀아남은 그 생산자를 탓하기에 앞서 자신의 지적 게으름에 수치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당파적 의혹 제시와 가짜뉴스에 성급한 지지 철회로는 한 걸음도 이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없다. 나무보다 사람을 키우기가 더 어렵다. 조국 후보자만한 인재를 키우는 데는 적어도 50년 이상이 걸린다. 나무를 베는 일은 잠깐이지만, 키우는 데는 세월이 필요하다. 왜 전투기보다 파일럿을 더 구하려 하겠는가!

역사는 진보와 반동의 역사이다. 앨버트 허시먼은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에서 허무주의가 보수의 지배전략임을 통찰한 바 있다. 비록 완벽한 학은 아닐지라도 조국 후보자 같은 개혁적 인물, 하여 보수가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을 지켜내야 한다. ‘조국 후보자’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우리 ‘조국祖國’의 역사는 다시 퇴보한다. ‘보수의 덫’에 함몰되기 때문이다. 허시먼이 통찰한 보수의 덫, 혹은 지배전략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역효과 명제(perversity thesis) : 정치·경제·사회 질서의 일부를 향상시키려는 어떤 의도적인 행동도 행위자가 개선하려는 환경을 악화시킬 뿐이다(라고 보수는 반동적인 주장을 한다).

무용 명제(futility thesis) :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모든 노력은 효과가 없으며, 그 노력들은 ‘어떤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보수들은 )본다.

위험명제(jeopardy thesis) : 변화나 개혁에 드는 비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변화나 개혁은 이전의 소중한 성취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보수들은) 주장한다.*****

*최형창, 「조국 딸 엄호 나선 민주당 “황교안·나경원 자녀는 문제없나”」, 『세계일보』, 2019년 8월 24일. **김예리, 「오늘도 조중동엔 ‘김용균’이 없다」, 『미디어오늘』, 2019년 8월 21일. ***이명선, 「손혜원 “난 언론을 믿지 않는다...조국 상황 이해한다”」, 『프레시안』, 2019년 8월 24일. ****정철운, 「‘사노맹’보다 위험한 자들은 누구인가」, 『미디어오늘』, 2019년 8월 21일. *****앨버트O. 허시먼/이근영 옮김,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웅진지식하우스, 2010), 28쪽.

<작가·인저리타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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