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견폐요’란 말이 요즘처럼 절실히 마음에 와 닿은 적이 없었다. 桀犬吠堯, 폭군 걸왕의 개가 성군 요임금을 보고 짖는다는 고사성어다. 개는 충직한 동물이다. 주인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친다. 주인이 의인이라면 그 충성은 빛난다. 그러나 주인이 도척과 같은 악인이라면? ‘위험한 충성’이다.
알앤써치가 뉴스핌 의뢰로 지난 9~12일 전국 18세 이상 104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2.5%를, 부정 평가는 63.5%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이른바 ‘데스크로스’를 기록한 지 3주 만에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한라일보, 2022.7.13.)
윤 대통령에 관한 여론 조사인 경우, 대체로 보수층의 응답률이 진보층보다 거의 2배가 된다. 이 현실을 반영해 여론 조사 결과를 보정하면, 윤 대통령의 실질지지율은 이미 20%대로 추락했다. 윤석열 후보자를 지지한 유권자 중 열에 서너 명은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48.6%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이 취임 100일도 지나지 않아서,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는 사실은 대단히 중대한 함의를 지닌다.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미래가 밝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선에서 윤 후보자를 지지한 유권자들이 ‘위험한 충성’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2022년에 미국의 역사 시계를 1964년 이전으로 되돌릴 것인가?” 밀셉스 대학 매켈베인 교수는 묻는다(코리아헤럴드 2022.7.8.). 미국 현대사에서 1964년은 대단히 중요한 해였다. 사회·정치적으로 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변화의 핵심은 자유를 확대하고, 사회약자들(society's losers)의 생활여건을 향상시키려는 욕구였다.
1963년 암살된 존 F. 케네디를 뒤이은 린든 B. 존슨은 1964년 이 변화의 분위기를 등에 업고, 보수 성향의 배리 골드워터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존슨은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을 내세웠다. 시민권 보장과 인종분리 철폐, 보건·복지 확대, 모든 수준의 교육에 대한 국가 지원, 그리고 가난을 퇴치하기 위한 일련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1965년 의회를 통과했다. 그 결과 미국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종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성적으로(sexually) 과거와는 완전히 새롭게 재편된 국가가 되었다. 곧,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가 된 것이다.
2022년 오늘날, 우익 극단주의자들이 공화당을 장악했다. 백인우월주의 조장자들과 민주주의 반대자들이 주요 케이블 뉴스를 통제한다. 공화당원의 상당 부분은 정치적 폭력을 용인한다. 심지어 텍사스 공화당은 극단주의 정강정책을 채택했다. 소득세를 없애고, 생명은 임신과 동시에 시작한다는 법을 정하고, 노예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연방정부와 싸운 반역자를 우상화하고, 어떤 총기안전법도 금지한다. 곧, 이들은 모든 역사적 발전을 되돌리려고 하는 것이다.
우익 극단주의자들의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까? 1960년대에 싸워서 얻은 자유가 미국을 영원히 변화시켰다. 그러므로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1964년 이전의 시대로 되돌리려는 우익극단주의자들의 시도를 막아야 한다. 그 방법은 상·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도록 유권자들이 투표해야 한다고 매켈베인 교수는 결론을 짓는다. 이게 가능할까?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출마하기 오래 전에 형성된 흐름인 미국 정치의 양극화는 그 동력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도일 맥머너스는 주장한다(코리아헤럴드, 2022.7.12.).
미국 사회에서 민주당-공화당, 진보-보수가 충돌하는 지점은 대체로 임신중지(낙태권. 여성신체의 자기결정권), 총기 문제, 정·교 분리, 환경규제 등이다. 민주당이나 진보는 임신중지를 허용하고, 총기 규제를 강화하며, 정·교는 엄격히 분리돼야 하며, 환경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보수적인 연방대법원의 일련의 판결-낙태권, 총기규제, 환경규제-은 공화당과 보수 쪽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정치 양극화는 각 주의 내부에서뿐 아니라, 주 사이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우리는 분명히 50년 전보다 내전(civil war)에 가까워졌다. 우리 역사상 유일하게 비교되는 시기는 1850년~1860년이다.” 하버드대학교 사회학교수 로버트 D. 푸트남의 진단이다. 곧, 현재의 미국은 남북전쟁 직전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푸트남 교수는 미국의 사회통합에 헌신해온 학자다. 그도 지금은 어떤 처방전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토로한다. 양극화의 물결이 몇 세대에 걸쳐 이뤄졌다. 그러므로 그 흐름을 바꾸는 것은 적어도 한 세대는 걸릴 것이다. 결국 당분간 역사의 퇴보는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에 비해 대한민국은 희망적이다.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에 따라 지지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결단코 ‘역사의 퇴보’는 허용치 않는다는 말이다.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와 같은 ‘뻘짓’을 하지 않고 일신해 50% 이상의 지지율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곰 다리는 네 개일 뿐이다.
대한민국인의 역동적인 ‘피플 파워’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이대로라면 ‘학습 부재의’, ‘여론에 신경 쓰지 않는’ 대통령은 ‘피플 파워’가 무엇인지, 온몸으로 학습하게 될 것이다.
<작가/본지 편집위원, ouasaint@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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