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원 칼럼】김건희 논문 표절 의혹과 국민대 교수회

조송원 기자 승인 2022.08.22 09:03 | 최종 수정 2022.08.24 10:00 의견 0

먼저 국민대 일부 교수들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교수회가 자체적으로 김건희 여사 박사학위 논문 검증 위원회를 구성해 검증하자’는 안건에 찬성한 121명(38.5%)에 대한 예우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안타까운 심정임을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연상 숙명여대 교수는 김 여사 박사학위 논문이 자신의 학술논문을 표절했다고 실명으로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굳이 구 교수의 비판이 아니더라도 김 여사의 석·박사학위 논문이 논문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허섭스레기임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재검증 안건에 반대한 교수들 193명(61.5%)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 알고 있기에 반대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회장은 “우리의 결정이 어느 방향이라도 그것은 교수의 집단 지성의 결과”라고 했단다. 참으로 웃기는 이야기다. 명색이 교수라는 사람이 ‘집단 지성’의 개념을 이렇게 왜곡해서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고차원 미분방정식을 수학교수가 풀었는데 답이 ‘0’이었다. 수학계에서 정답 여부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어 시끄러워졌다. 하여 전공분야를 가리지 않은 전체교수회의에 표결에 붙였다. 정답이 틀렸다는 게 다수였다. 이게 ‘집단 지성’일 수 있는가!

애당초 국민대가 문제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연구부정행위가 없었다고 결론을 내린 게 문제였다. 박사학위 논문은 일반적으로 지도교수를 포함하여 5명 이상의 심사위원들이 심사하여 인준한다. 제출된 학위 논문에 심사위원들은 자필서명을 한다. 논문의 내용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교보문고]

자신들이 인준한 박사학위 논문에 의혹이 발생하면, 그들이 나서서 해명하면 된다. 과오가 있었으면 잘못을 인정하고 학위를 취소하면 그만이다. 아니면 의혹의 말끔한 석명釋明으로 자신들의 옳음을 증명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학당국 뒤에 숨어서 나서지 않고, 대학당국은 또 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박사학위 수여가 단순히 학문 업적에 대한 평가행위가 아니라, 국민대의 이해관계의 반영임을 자연스럽게 추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학당국은 무슨 이익이 있어 자격 미달의 논문에 박사학위를 주고, 무엇이 두려워 학위 철회를 하지 못하는 것일까?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니, 굳이 말할 필요야 있겠는가.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내뱉자니 남을 거스르게 되고, 참자니 내 성정을 거슬린다. 차라리 입 밖에 내어 말하여, 남을 거스르는 것이 나으므로 마침내 입 밖에 토해내고 만다.”

소동파(蘇東坡, 1037~1101)는 성정이 이러했기에, ‘오대시안’(烏臺詩案)이란 ‘문자옥’(文字獄)을 겪기도 했다. 왕조시대에 목숨을 걸고 체제를 비판한 소동파를 닮으라고 국민대 교수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재검증을 반대한 교수들에겐 애초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생각 자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장 폴 사르트르(1905~1980)는 『지식인을 위한 변명』에서 지식인을 변명하는 게 아니라 비판하고 있다. 지배계급(권력자)은 지식인을 지배수단을 연구하는 단순한 기능인으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피지배계급(민중)들은 지식인이란 지배계급의 앞잡이로밖에 보지 않는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지식인과 지식전문가(지식장사꾼)를 구별한다.

조송원 작가

지식인은 계급적 이해관계를 넘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진리의 수호자이다. 이들은 사회진보에 이바지하고 다수의 이익에 복무한다. 반면 지식장사꾼은 권력자의 권력 정당화에 자신을 지식을 이용하는 권력자의 꼭두각시일 뿐이다.

윤석열 정권과 국민대 당국과 재검증 반대한 교수들의 이익은 한 줄로 꿰어져 있다. 윤 정권이 무너지면 국민대 당국도 무너지고, 재검증 반대한 교수들의 이익도 무너진다. 진정한 ‘집단 지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들에게 ‘소탐대실’(小貪大失)이 정녕 무엇인지, 너와 내가 주인인 민주사회에서, 우리가 정확히 가르쳐줘야 한다.

<작가/본지 편집위원, ouasaint@injuryti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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