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삶의 반음 미학' - (30) 이론적으론 틀려도 화성적으로 맞음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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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8 16:04 | 최종 수정 2021.02.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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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장조 다이아토닉 코드들에서 토닉인 CM7의 코드톤은 도미솔시다. 코드톤이 세 개나 겹치는 Em7(미솔시레), Am7(라도미솔)은 대리코드(Substituted chord)로 쓰일 수 있다. 쉬운 예로 ‘학교종’이라는 동요를 연주할 때 CM7를 칠 자리에 Em7이나 Am7을 쳐도 자연스럽게 들린다. 마찬가지로 도미넌트 세븐스인 G7도 Bm7(♭5)로, 서브 도미넌트 세븐스인 FM7도 Dm7로 대체할 수 있다. 근음이 같은 다이아토닉 스케일에 있으며 코드톤이 3개 이상 겹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CM7의 대리코드로 다이아토닉 코드가 아닌 F#m7(♭5)를 쓸 수 있을까? 전통적 화성학 이론에서는 쓸 수 없다. 아무리 구성음이 2개나 겹친다 해도 파#이라는 근음이 다이아토닉에 있는 파로부터 반음 올라갔기에 다이아토닉 7음계의 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틀렸다. 그런데 ‘틀린 것은 다르기보다 맞다’. 재즈 뮤지션들은 그렇게 혁신적으로 생각했다. 이론적으론 틀렸지만 연주해서 그런 대로 좋게 들리면 맞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근음이 반음 올라간 F#m7(♭5)는 토닉의 대리코드로 인정받았다. 그런 식으로 반음은 점점 더 위세를 확장하고 있다. 우리 삶에서도 반음같은 존재들의 위세 확장도 진행 중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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