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창 교수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슈마허 다시 읽기’ 신간 강연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행동하는 교육이 필요한 때-
11월 22일, 서울 종로의 에코샵홀씨에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 슈마허 다시 읽기(인타임 출판)’ 신간 강연회가 열렸다. 왜 슈마허일까라는 의문에 강연자인 김해창 교수(경성대 환경공학과)는 자신의 성장기를 먼저 소개했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옛 경북 영일군(현 포항시 남구)에서 초중학교를 다니며 시골의 자연환경 속에 자랐고, 고등학교때부터 부산에 살아왔는데 고교시절 부산 기장군에 고리1호기 상업운전이 시작됐다고 한다. 국제신문 환경전문기자를 하면서 핵발전, 기후변화, 생태보전 등 환경문제를 많이 다루었고 신문사를 그만 두고 시민연구소인 희망제작소 부소장 일을 하기도 했다.
2008년 일본 도쿄에 머물며 저탄소사회를 연구한 바 있는 김 교수는 2011년 3월 11일 도쿄 출장을 갔다가 당시 발생한 일본의 대형 지진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충격으로 에너지전환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김 교수는 ‘우리집 환경헌장’을 통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지켜야 하는 약속을 소개했다. “아이들은 냉장고의 문을 자주 열지 않고, 가족들은 빨래를 몰아서 한다”는 자원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삶을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김 교수가 슈마허를 조명하는 이유는 대학원 시절 접했던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도서를 통해 삶의 멘토를 찾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는 아직 슈마허를 조명하는 연구나 논문이 없어 김 교수는 이번 신간을 준비했다고 한다.
슈마허는 독일 출신으로 영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는 영국 농장에서 3개월간 일하며 농장주, 나치당원, 공산당원 등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이후 그는 3개월 간 버마에 머물며 불교를 접했다. GDP는 낮으나 너무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버마 국민들을 만나면서 그는 GDP 숫자의 허구를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행복한 버마 국민들의 중심에 불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이런 깨달음으로 인해 단순하고 소박하며 적절한 소비가 인간의 만족을 극대화한다는 불교경제학을 주창하였고, 또한 통계와 평균의 허구를 조명한 ‘평균의 종말’ 책을 내게 된다. 그리고 노년에는 그리스도인이 되어 정원을 가꾸고, 농사를 지으며 태양광발전도 설치하는 생태적인 삶을 보낸다.
슈마허는 돌진파가 주장하는 핵발전은 기후변화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정리했다. 핵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의 가채연수도 이제 60년 밖에 남지 않았으며 2009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린 코펜하겐에서는 클라이밋 게이트(climate gate)가 드러나기도 했다. 따라서 슈마허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은 돌진파에게 맡기는 것과 같다고 했다.
신간 강연에 이어진 독자와의 대화에서는 양경모(에코샵홀씨) 대표가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소득주도 성장에서 탈원전이 미치는 경제적인 영향은 무엇인가요?” 이에 김 교수는 “정치인들은 어떤 표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를 먼저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정치인에게 노숙자는 표가 안 되니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따라서 공정한 배분 개념이 살아나야 하고 기본소득이 제공되어야 공정한 경제가 돌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생산 과정에 지역 주민의 참여 비율이 높아져야 자신의 것으로 느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나 한국만 보더라도 핵발전 주장의 돌진파는 재생에너지의 확장에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창국(초록교육연대) 공동대표는 ‘조하리의 창’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이에 김 교수는 “우리 사회는 여러 문제들이 대부분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발산적 문제라는 사실을 잊고 수학, 물리, 화학, 기하학처럼 하나의 답을 얻는 수렴적 사고로 문제를 풀어갑니다. 사회 문제를 이렇게 효율성과 경쟁력으로만 보면 기존처럼 한 가지의 답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그런 접근은 창의적으로 바라봐야 할 미래를 어둡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하리의 창’ 4개의 영역은 공개영역, 맹인영역, 비밀영역, 미지영역으로 발산적 접근을 의미합니다”라는 답변을 들려줬다.
임종길(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공동대표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와 공급의무화제도(RPS)의 차이가 무엇이고 어떻게 가야하는 가를 물었다. 김 교수는 “기존 FIT에서 후퇴된 것이 RPS 제도이다. 현재 대기업 또는 대량 생산된 재생에너지에만 적용될 수 있는 RPS 제도에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기돈(작은것이아름답다) 편집장은 김 교수의 신간 제목과 같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 월간지를 만들고 있다. “저는 독자들과 미래에 이어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사실 우리는 그 문제를 현재에도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런 면에서 오늘의 강의는 인상적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강연의 청중은 대부분 교사와 환경교육단체 회원들이었다. 김 교수의 이번 신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영혼을 가진 존재로 산다는 것은 영적 존재인 인간으로서 도덕적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웃으로 산다는 것은 사회적 존재인 인간으로서 동료들을 섬기는 행위를 말한다. 자율적 개인으로 산다는 것은 남자로서, 여자로서 신이 베풀어준 재능을 창조적으로 사용하고 계발하려고 노력하는 행위를 말한다. 인간은 이 세 가지 기본욕구가 충족되어야 행복을 느낀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불가사의한 방식으로 세 가지 욕구가 충족되기 어렵게 하거나 심지어 전혀 충족될 수 없게 만든다.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이 이런 욕구에 무지하다.“
우리는 얼마나 일하고 돈을 벌어야 할까? 또한 얼마나 성장해야 만족하는 것일까?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까? 이번 강의를 통해 기본재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 정책으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김 교수의 제안처럼 교육받은 인간이란 단순히 특권을 위한 보증수표를 획득한 게 아니라 자신의 교육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도와준 대중에 대한 의무를 짊어져야 한다. 이제 우리는 기존의 대량생산과 소비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고민해야 한다.
슈마허의 제안처럼 우리 사회는 창조적 노동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방법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추구와 그 삶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과 기본소득을 도입하여 행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기후가 변화하는 지구 공동의 집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교육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숭문중 교사·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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