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일광 학리에 ‘에너지대안학교’가 있다.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대안학교’ ‘슈마허학교’ 로도 불리는 부산 기장군 일광면 부산광역시교육청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가 21일로 개관 2주년을 맞는다. 일광초등학교 학리분교였던 폐교가 이제는 ‘기후변화교육’의 메카로 거듭난다.
지난 20일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2019년 첫 운영위원회가 학리 센터에서 열렸다. 이 센터 운영위원인 필자도 꼭 1년 만에 다시 이곳을 찾았다. 1년 전 이곳을 돌아보고 국제신문에 칼럼(2018.4.2)을 쓴 적이 있다. 이날 운영위(위원장 구자상 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 공동대표)에는 구 위원장과 이정언 부산대 연구교수, 김영춘 부산시민햇빛에너지협동조합 상임이사, 이성우 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 감사, 차연근 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 상임이사,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최인화 부산경남생태도시연구소 생명마당 실장과 이 센터의 운영주체인 부산교육청에선 박길순, 배슬기 장학사가 운영위원으로 참여했고, 이날 특별히 황정훈 장학관이 참석했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는 기후변화문제가 지구촌의 화두가 된 오늘날 부산시교육청이 미래세대인 학생들을 위해 만든 기후변화 체험교육장으로 교육청 단위에서는 전국 처음이다. 부산교육청은 학리분교 부지 1656㎡, 건물 3개동(296㎡)의 ‘작은 폐교’에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5년도 시도교육청 평가시상금 5억3149만 원을 투입해 기후변화교육센터를 만들었다. 센터 이름에 붙은 ‘학리(鶴里)’는 이 마을의 지명이다.
우선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에 들어서면 지붕을 덮은 태양광패널(15㎾)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자그마한 건물에 ‘패시브하우스’라고 하는 에너지 개념이 곳곳에 숨어 있다. 지붕 위에는 태양광패널과 태양열발전기가, 벽은 단열벽, 창문은 단열방풍 창호, 문은 이중단열 도어이다. 내부 열을 보호하기 위해 폐열회수장치가 설치됐다. 건물 외벽 주위에는 태양광 가로등이 있고, 운동장에는 자립형 간이 태양광발전기나 태양열 조리기가 보인다. 운동장 맞은편에는 토종 씨앗을 품은 텃밭이 있다. 센터는 태양광패널 생산된 전력량의 30~40%만 소비하고 나머지는 한전에 판매한다. 국내에 보기 드문 에너지프러스하우스인 셈이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는 동해 남부해안의 대표적 해수욕장인 일광해수욕장 모퉁이에 자리 잡았다. 일광(日光)이라는 이름에서 이곳이 해돋이와 해넘이가 아름다운 ‘햇빛마을’임을 알 수 있다. 고리핵발전소단지인 기장군에 탈핵에너지전환의 ‘작은 기지’가 바로 일광 학리에 자리 잡은 것이다.
분교에 걸맞는 2개 반(班)의 교실은 모두 자연에너지 체험시설로 압전소자 발전판, 태양광자동차 원리, 자전거로 음료 만들기, 풍력발전기 체험, 자전거발전기, 태양열조리기 프로그램 등이 있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스스로 체험을 할 수 있다. 자전거발전기는 자전거 바퀴가 회전할 때의 역학적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준다. 압전소자 발전은 사람이 걸어 다니거나 발을 구를 때의 압력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한다. 태양광 자동차 코너에서는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햇빛으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원리를 알 수 있다.
개관 2주년을 맞은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는 ‘2018년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운영결과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 한 해 동안(2018년 말 기준) 공식적으로 부산시 클린에너지추진단, 광주시 학교시설지원단, 동의대, 동현초 등 164차례 3,539명이 이 센터를 다녀갔다. 이러한 수치는 2017년의 150차례 2,300여 명에 비해 방문 인원이 1.5배나 늘어난 것이다. 부산은 물론 전국에서 이곳을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곳의 프로그램이 알차게 운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차연근 센터장을 비롯해 5명의 운영팀이 예산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으로 일했다는 방증이다. 부산시교육청이 지역 전문가 등과 거버넌스를 통해 운영위를 가동하는 것도 센터의 방향을 잡아가는 데 힘이 된다.
이 센터가 하는 일은 주로 학생, 시민을 대상으로 학리기후변화교육 체험관을 운영하고, 지역사회의 기후변화에너지교육 전문 인력을 키우고, 기후에너지학교 등을 통해 지역환경교육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기후변화대응 및 적정기술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저탄소 녹색생활 실천교육 및 홍보활동을 하는 것이다. 지난 한해 대표적인 활동으로 △학생대상 상시프로그램 운영(96회) △미세먼지 대응 학부모 시민특강(7회) △탄소발자국 일일 가족체험캠프(5회) △우리의 푸른바다교실(7회) △태양의 학교(5회) △소형풍력 제작교실 △기후변화․미세먼지 대응 교원연수(2회) △대학생 그린리더 활동 △RC(무선모형)태양광자동차 제작교실 및 경주대회(7회) △ 저탄소마을 활동가 워크숍 △서울시교육청 행정 수습사무관 워크숍 등 다양하다.
그 중 탄소발자국 일일 가족체험캠프는 인기가 높다. 청소년이 있는 가정(8~10 가족)을 대상으로 하루 동안 화석에너지 없이 자연에너지로 생활하기, 가공식품, 합성세제, 플라스틱, 일회용 품 안 쓰기 등으로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는 생활을 해보는 것이다. 에너지절약기획회의를 통해 우리가족 에너지절약실천 10계명 만들기와 우리가족 이야기 촌극 발표도 하고, 자그만 하지만 우수 가족 시상도 있다.
RC태양광자동차 제작교실 및 경주대회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태양광RC 모형자동차를 직접 설계 제작하고 차세대 발전기술인 태양광발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으로 이 센터 운동장에서 경주대회를 통해 시상도 한다. 경주대회 중에 태양이 구름에 가려지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모습에 참가자들이 햇빛에너지를 재미있게 체험하기도 했다고 한다.
2017년 여름방학 때는 ‘제1회 슈마허학교’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때 참가자들이 내세운 것이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대안학교’였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는 독일 출신의 영국 환경경제학자 E.F.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존중한다. 그래서 이곳을 ‘부산의 슈마허학교’라고 부르기도 한다.
2019년 이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가 중점을 두는 기획프로그램으로는 △우리 콩 두부교실(4~9월 매주 1회) △탄소발자국 일일 가족체험캠프(4~10월, 주말 전일제, 7회) △청소년 그린리더 양성교육(4~12월, 20명 대상) △일광바다쓰레기 퇴치활동(4~11월) △자전거발전기 게임판 제작 및 경기(4~9월) △태양광 RC 모형자동차 제작 및 경주대회(6~8월 방학 중 1회) △소형풍력(10W, 50W) 발전기 제작교실(7~8월) △생태텃밭 가꾸기(퍼머컬쳐 디자인, 2~12월) 등이 있다.
이날 운영위에서 위원들은 ‘청년 그린리더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청에서 다양한 일선학교 에너지환경수업을 기획할 것’ ‘일선 학교의 학교운영위 학부모, 학생, 교사의 실질적인 연수의 장으로 적극 활용할 것’ ‘에너지와 환경과 같은 지역밀착형 에너지환경교재를 프로그램 참여교사들과 함께 만들어 나갈 것’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의 다양한 환경실험을 책자화할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할 것’ ‘일광 지역사회와 연계성을 적극 살려나갈 것’ 등을 제안했다.
차연근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센터장은 “2년간 나름 기후변화교육의 중심이 되도록 애를 써왔는데 올해는 특히 청년 그린리더 양성을 통해 학교교육과 연계를 시키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우리콩 두부교실이나 생태텃밭가꾸기를 통해 먹을거리와 에너지의 중요함을 일깨우고 일광바다쓰레기 제거 프로젝트, 가족과 함께 하는 탄소발자국 일일캠프, 미세먼지 제거장치인 포그싸이클론 제작교실 등을 통해 재미있는 방법으로 환경을 실천하는 의식을 몸에 배이도록 하고, 일광지역 주민과 간담회를 갖는 등 지역밀착형 에너지환경교육의 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의 연간 행사 일정이나 프로그램은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홈페이지( http://bie.pen.go.kr/cce)에 들어가면 알 수 있고, 인터넷 예약도 가능하다. 법정공휴일과 주말은 휴관이며, 평일 8시30분에서 5시30분까지 운영되고 단체 관람의 경우 사전예약제를 운영한다. 전화번호는 070-8816-0356~7이다.
구자상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운영위원장은 “2년간 예산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민관거버넌스를 통해 나름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며 “앞으로 부산교육청이 일선 학교와 연계해 기후변화교육을 활성화하고 이러한 센터와 같은 에너지환경교육의 장을 넓혀나가는데 지혜를 모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성대 교수·환경경제학자, 소셜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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