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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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9 00:00 | 최종 수정 2017.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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킵손 교수가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머피 역을 맡은 제시카 차스테인에게 중력장방정식을 풀며 웜홀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주인공 머피가 칠판에 적힌 복잡한 수식을 보면서 플랜 A에 대해 의문을 갖는 장면이 나온다. 그 수식은 블랙홀 가르강튜아의 중력장 방정식 솔루션. 이 영화의 자문을 담당한 물리학자 킵 손 교수가 실제로 풀어 적은 것이라 한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을 풀면 그 블랙홀 주변의 공간구조를 알 수 있게 된다. 안전하게 우주를 여행하려면 공간 구조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자칫 블랙홀에 빨려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블랙홀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도출된 신비한 물리 개념인데 정작 아인슈타인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독일의 천문학자 칼 슈바르츠실트가 1차 대전 중 러시아 전선의 참호 속에서 푼 중력장 방정식 솔루션을 아인슈타인에게 보냈다. 아인슈타인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정 별의 주변 '마술의 원' 안에 들어가면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 당시 아인슈타인은 물론 물리학계는 이를 믿을 수 없었다. 슈바르츠실트는 애석하게도 전선에서 병을 얻어 3개월 만에 전사했다. 그로부터 50년 후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존 휠러가 '마술의 원'을 보이지 않는 검은 구멍이라는 의미로 '블랙홀(black hole)'이라고 명명했다. 휠러는 킵 손 교수의 스승이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은 우주에 대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길 법하다. 왜 자연의 현상(우주의 법칙)은 수학으로 기술되는가. 인간은 아직 그 이유를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자연의 모든 법칙은 수학으로 기술된다는 사실이다.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은 우주가 수와 수학적 원리로 구성돼 있다고 믿었다. 갈릴레이는 "우주는 수학의 언어로 쓰여져 있고, 그것 없이는 이해할 길이 없다"고 했다. 뉴턴은 우주의 운행 법칙을 정리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라고 이름붙였다.
그러나 블랙홀과 우주를 상상하는 데 굳이 중력장 방정식을 직접 풀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리스 문학책을 읽으려고 굳이 그리스어를 배울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언어를 번역하듯 수학과 우주 법칙을 번역해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기본적인 수학 개념을 알면 상상력은 한층 풍부해진다. 2018년부터 시행되는 통합수학 과정에 '수학 포기자' 양산을 우려해 '기하' 등의 수학개념을 뺀다고 한다. '수학 포기자' 양산의 주범은 입시제도에 따른 '어려운 수학 문제'이지 수학 개념이 아니다. 수학 개념 축소가 학생들의 상상력 빈곤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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