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사고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 '판도라'의 한 장면.
일본 원자력위원회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인 2011년 10월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리스크 코스트의 계산'을 발표했다. 여기서 비상한 관심을 끈 것은 일본 원자로 50기 중 어느 한 곳에서 사고가 날 확률을 ‘10년에 1회’라고 밝혔다는 점이다. 원전사고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안전신화’에 젖어 있던 일본이 ‘10년에 1회’의 원전사고를 상정한 것은 엄청난 인식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아니 현실을 정확하게 분석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안전신화’에 의지하고 있지 않은지 자문해봐야 할 대목이다.
일본 원자력위원회의 원전사고 확률 계산법을 통해 일본과 세계, 그리고 우리나라 원전사고 확률을 계산해보자. 이 자료는 경성대 김해창 환경공학과 교수가 일본 원자력위원회로부터 입수한 것이다.
원자로 1기를 1년 가동하면 1노년(爐年), 10년 가동하면 10노년이다. 만약 20기를 모두 10년씩 가동했다면 200노년이 된다. 2015년 말 현재 일본의 원전은 총 50기가 있는데, 이들 원전의 가동 연수를 모두 합하면 1494년이다. 그러니까 일본 원전 50기는 총 1494노년이다. 그동안 이들 50기의 원전에서 총 3회의 사고(등급 5 이상)가 났으므로 약 500노년 당 1회(3/1494노년) 사고가 발생했다. 3회의 원전사고는 후쿠시마 원전 3기에서 발생한 사고를 말한다. 따라서 일본 원전 50기 중 어느 한 곳에서 사고가 날 확률은 10노년 당 1회(50/500노년), 즉 10년에 1회이다.
전 세계 어느 한 곳에서 발생할 확률은 어떻게 될까? 세계 원전은 모두 437기에 총 1만4353노년이다. 사고 횟수는 후쿠시마 3회에 스리마일, 체르노빌 각 1회 등 총 5회이므로 2870노년 당 1회 꼴(5/14353노년)이다. 세계 원전 437기 중 한 곳에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6.56노년 당 1회(437×1/2870노년)이다. 이는 10년에 1.5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원전의 사고 확률은 얼마일까? 우리나라에서는 다행히 아직은 원전사고(5등급 이상)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전 세계 원전사고 확률을 통해 우리나라 원전사고 확률을 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원전은 2016년 현재 총 24기에 474노년이다. 위에서 봤듯이 세계 원전의 사고 확률은 10년 당 1.5곳이다. 세계 총 원전에서 우리나라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5.5%(24/437×100)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원전의 사고 확률은 10년 당 8.25%(1.5×5.5%)이다. 즉 향후 10년 동안 우리나라 원전 24기 중 어느 한 곳에서 등급 5 이상의 사고가 날 확률이 8.25%라는 것이다.
‘10년 내에 원전사고 확률 8.25%’. 이것이 대수롭게 여겨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원전사고의 가공할 파괴력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원전사고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 ‘판도라’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원전사고는 일단 터졌다 하면 치명적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의 고리원전이 터질 경우 대한민국 호는 침몰할지도 모른다. 영화 ‘판도라’는 극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경우다.
영화 ‘판도라’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원전사고의 확률이 제로(0)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는 원전의 '안전신화'에 젖어 있는 원전 당국과 정부를 비판한다. 영화에서 지진 한 방에 원전은 맥없이 터져버린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실제로 그렇게 터졌다. 일본도 그 이전까지 ‘안전신화’에 사로잡혀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원전이 밀집한 고리와 월성 지역이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 지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10년 내에 원전사고가 터질 확률’은 8.25%에서 훨씬 커질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우리나라 고리나 월성 원전이 후쿠시마 원전에서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일본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우리의 경우 이들 원전 주변에 훨씬 많은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고리원전 반경 30km 안에 380만 명이 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액은 사실상 산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막대하다.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만 500조 원 정도다. 인명피해도 막대하다. 3주년인 2014년 3월 현재 3000명이 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주민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 오염지역 복구비용 등을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수치가 나온다.
앞에서 확인했듯이 우리나라 원전사고 확률은 결코 제로가 아니다. 10년 터질 확률이 무려 8.25%나 된다. 게다가 원전 내진설계인 규모 6.5 이상의 강진이 강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실제 확률을 이보다 훨씬 크다고 봐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처럼, 영화 ‘판도라’에서처럼 원전사고가 터지면 대한민국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극적인 수습에 의한 해피엔딩은 결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