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20~40대), 원전의 방사성폐기물과 중대사고 위험이 더 높다고 인식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가장 적합한 발전원으로 원자력을 제치고 태양광(44.9%)을 1위로 꼽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원자력이라는 비중은 29.9%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원자력학회의 의뢰를 받아 한국리서치가 8월 6~7일간,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2018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드러났다. 한국원자력학회는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과학기술포럼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절반 이상인 54%가 태양광(44.9%)과 풍력(9.1%)을 우리나라 전기생산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원자력은 29.9%에 그쳤고, 가스 12.8%, 석탄 1.7%, 무응답 1.6% 순으로 나타났다.
태양광(44.9%)과 풍력(9.1%)를 합치면 전체의 절반이 넘은 54%에 이른다. 따라서 이번 조사를 단순계산하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 인식조사 결과, 71.6% 찬성(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한국원자력학회-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기자회견에서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8.8.16 ryousanta@yna.co.kr
세대별로 보면, 원자력이 가장 적합한 발전원이라는 응답은 20대(18.7%)와 30대(18.2%)에서는 10%대에 불과했고, 40대에서도 21.2%로 비중이 매우 낮았다. 반면 원자력은 50대와 60대 이상에서 각각 40.6%, 43.7%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미래 세대들이 기성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전을 매우 부담스러워한다는 방증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가장 적합한 발전원 1순위와 2순위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서도 태양광이 70.5%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원자력은 48.%에 불과했고, 풍력이 40.8%로 그 뒤를 이었다.
또 원자력발전소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위험을 끼치는 중대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데에 4명 중 3명(75.9%)이 ‘동의한다’고 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21.8%에 불과했다.
특히 세대별로 보면 20~40대는 중대사고 가능성에 ‘동의한다’가 80%를 웃도는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10% 초반에 불과했다. 40대 이하 젊은 층에서 원전의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다는 증거다.
또 ‘원전은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관리가 까다롭다’는 데 대해 ‘동의한다’ 가 82.4%로 비중이 매우 높았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14%에 불과했다.
특히 40대 이하 젊은 세대들의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대한 우려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의 까다로움’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20대 86.7%, 30대 88.9%, 40대 88.0%에 달했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20대 11.8%, 30대 10.7%, 40대 10.9%에 그쳤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전기 생산 수단으로 원자력 발전을 이용하는 것에 71.6%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26.1%. 원전 비중을 늘리자는 비중이 37.7%, 줄이자는 비중이 28.9%로 나타났다.
가장 적합한 발전원 1위는 태양광이 차지했다. 학회로서는 불만이겠지만 원자력은 한참 떨어진 2위다. 그런데 왜 태양광 원자력 등 모든 항목을 녹색으로 처리해 구분을 잘 못하게 만들었을까? 학회의 꼼수는 아니겠지.
이 기사는 16일자 중앙일보의 <정부는 탈원전인데…국민 70% "원전 확대 또는 유지해야">라는 기사를 보고 쓰게 되었다. 기사가 지나치게 '친원전' 편향이라는 느낌이 들어 한국원자력학회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는 ‘2018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 전문과 데이터를 내려받아 분석했다.
한국원자력학회가 ‘친원전’ 단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홈페이지에 올려진 김학노 제30대 회장의 인사말에서 학회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우리 원자력계는 국내외의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일부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으며 국가적 에너지정책의 논의에서 소외되는 등 그동안 열정을 가지고 쌓아올린 원자력기술의 가치를 심하게 훼손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원 모두가 더욱더 분발할 때입니다.” 탈원전 정책에 정면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읽힌다.
그런데 이번 인식조사의 맨 마지막 문항은 원전 관련 정보 주체의 신뢰도에 관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원전 관련 정보에 대해 가장 신뢰도가 높은 기관은 원자력학계가 가장 높고 그 다음이 한수원, 환경단체, 정부, 언론 순으로 나와 있다.
원자력학계라면 한국원자력학회를 비롯해 대부분 친원전 성향이며 한수원도 마찬가지다. 이 조사에 따르면 친원전 기관의 주장만 믿을 만하고 나머지 탈원전 정책을 펴는 정부나 이를 지지하는 언론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이다. 자신들은 친원전 성향이라는 게 뻔한데 가장 신뢰받는 기관이라고 주장하니 가관이다. 신뢰는 객관성을 담보해야 하거늘, 일방적인 반탈원전이자 친원전 그룹의 주장을 무조건 국민들한테 믿으라는 것일까?
여론조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객관성을 결여한 채 의뢰한 기관의 입맛에 맞게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정치권에서 가장 흔하다. 그래서 여론조사 결과를 진실인양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이번엔 정치권이 아닌 학계인 한국원자력학회가 그런 류의 결과를 내놓고 탈원전 정책을 무너뜨리는 무기로 쓸 요량인가 보다. 탈월전 정책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정치권 흉내를 내며 국민을 속이려 했다간 역풍만 맞기 십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