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 촉구를 위한 시민토론회.
원전 찬반 논란이 뜨겁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발표하면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잠정중단 결정이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국가의 백년대계의 하나일 뿐 아니라 수많은 기업과 직종, 단체, 개인의 이해가 얽혀 있는 만큼 찬반논란이 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핵심 쟁점 중 하나가 원전의 사고확률이다. 모 교수가 원전 사고확률을 30%로 계산한 것은 어떤 근거에서인지 모르겠으나 납득하기 힘들다. 이 계산대로라면 거의 3년에 한 번꼴로 우리나라 원전 24기 중 한 곳에서 사고가 난다는 건데, 말이 안 된다.
그렇다고 사고 확률을 아예 제로(0)로 계산하는 것 역시 무책임한 태도이다. 원전 찬성론자의 대부분은 원전 사고 확률을 거의 0으로 본다. 다시 말해 원전 사고 확률을 0으로 가정하면, 원전 찬성론자가 되기 싶다. 사고가 안 난다면 원전은 친환경 에너지이고 경제성 높은 에너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일본이 바로 ‘원전의 안전신화’에 사로잡혀 있다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원전 찬성론자들은 일본의 경우 ‘쓰나미의 영향’이었다며 우리는 경우는 다르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일본도 진도 9.0의 초강진이 강타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진도 8.0의 지진에 견디도록 원전을 지었다고 안심하고, 지진으로 인한 해일이나 쓰나미에 따른 사고에 대한 방비를 소홀히 한 것이다.
우리의 원전은 대부분 바닷가에 지어져 있다. 진도 6.5~7.0의 견디도록 내진설계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전에 진도 5.8의 지진이 왔다. 진도 7.0을 넘는 강진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원전 사고는 일단 났다하면 그 피해규모는 천문학적 규모라는 것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잘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폭망’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고확률이 아무리 작더라도 그 ‘기대피해비용(사고확률×피해액)'은 막대해질 수 있는 것이다.
원전사고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안전신화’에 안주했던 일본 원자력위원회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태도를 바꿨다. 일본 원자력위원회는 2011년 10월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위험 비용 계산’을 발표한 것이다.
이 발표는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일본 원자로 50기 중 어느 한 곳에서 사고가 날 확률을 ‘10년에 1회’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원전사고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안전신화’에 젖어 있던 일본이 ‘10년에 1회’의 원전사고를 상정한 것은 엄청난 인식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원전의 위험을 냉정하게 분석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경성대 김해창 환경건설공학과 교수가 일본 원자력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통해 일본 원자력위원회의 원전사고 확률 계산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원자로 가동 연수를 노년(爐年)이라 한다. 원자로 1기를 1년 가동하면 1노년, 10년 가동하면 10노년이 된다. 만약 원전 20기를 모두 10년씩 가동했다면 200노년이 된다. 노년 개념을 사용한 것은 원전 사고가 원전 수뿐 아니라 가동연수와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2015년 말 현재 일본의 원전은 총 50기가 있는데, 이들 원전의 가동 연수를 모두 합하면 1494년이다. 그러니까 일본 원전 50기의 가동연수는 총 1494노년이다. 그동안 이들 50기의 원전에서 총 3회의 사고(등급 5 이상)가 났으므로 약 500노년 당 1회(3/1494노년) 사고가 발생했다. 3회의 원전사고는 후쿠시마 원전 3기에서 발생한 사고를 말한다. 따라서 일본 원전 50기 중 어느 한 곳에서 사고가 날 확률은 10노년 당 1회(50/500노년), 즉 10년에 1회이다.
이 같은 일본 원자력위원회의 사고 확률 계산법을 통해 전 세계 원전의 사고 발생 확률을 구해보자. 2015년 말 현재 세계 원전은 모두 437기에 총 1만4353노년이다. 5등급 이상 사고 횟수는 후쿠시마 원전 3회에 스리마일, 체르노빌 원전 각 1회 등 총 5회이므로 사고 발생 빈도는 2870노년 당 1회 꼴(5/14353노년)이다. 세계 원전 437기 중 한 곳에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6.56노년 당 1회{437×(1/2870노년)}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6.56년에 1회, 10년에 1.5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이다. 달리 표현하면 1년당 세계 원전 어느 한 곳에서 사고가 날 확률은 15%{(1.5/10)×100)}라는 말이다.
같은 방법으로 우리나라 원전의 사고 확률을 계산해보자. 2015년 말 현재 우리나라 원전은 총 23기인데 이는 전 세계 원전 437기의 5.26%에 해당한다. 세계 원전의 사고 확률은 15%이므로 1년당 우리나라 원전에서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0.789%(0.15×0.0526×100)라는 계산이 나온다.
위의 확률을 풀이하면 100년당 사고 확률은 78.9%이며, 127년당 100%가 된다. 우리나라 원전의 역사가 40년이 되었으니 갈수록 사고 확률은 그만큼 더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시점을 2017년 7월 현재로 잡더라도 한국의 경우 고리1호기가 정지되고 신고리3호기, 신월성2호기가 새로 가동되는 등 전 세계 원전의 증감에 큰 변화가 없으므로 사고 확률 또한 여기서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1년당 원전사고 확률 0.789%. 이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원전사고의 치명적인 파괴력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사고 가능성에 따른 기대피해비용은 ‘사고 확률 × 예상 피해액'으로 산정된다. 확률이 작더라도 예상 피해액이 천문학적으로 크다면 기대피해비용도 엄청나게 커질 수밖에 없다. 원전의 비용편입분석에는 반드시 기대피해비용을 비용 부문에 산정해야 한다.
예상 피해액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우 인구가 많은 대도시 인근에 원전이 몰려 있기 때문에 오히려 유사시 그 피해는 후쿠시마의 사례보다 훨씬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액은 사실상 산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막대하다. 일본 정부가 밝힌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만 500조 원 정도다. 인명피해도 막대하다. 3주년인 2014년 3월 현재 3000명이 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주민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 오염지역 복구비용 등을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수치가 나온다.
이뿐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반경 30km 안은 불모의 땅이 되었다. 러시아 체르노빌의 경우 30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사람이 살 수 없다. 회복하는 데는 앞으로 수십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후쿠시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반경 30km의 땅이 50년간 버려진다고 가정했을 때 그 손실을 단순계산해보자. 반경 30km의 면적은 약 2억9100만 평(3.14×30000×30000/3.24)이다. 사고 원전이 고리 2호기라고 했을 때 그 반경 30km에는 부산시의 절반 이상이 포함된다. 도심, 산지, 바다를 아울러 평균 평당 가격을 100만 원으로 잡으면, 땅값만 291조 원에 이른다. 291조 원짜리 땅을 50년간 묵힌다면 그 손실은 얼마나 될까? 줄잡아 수천조 원을 될 것이다.
원전 사고의 예상 피해액을 정리하면, 직접적인 경제손실(후쿠시마의 경우) 500조 원 이상, 50년간 반경 30km 불모화에 따른 손실 수천조 원, 수조 원 이상의 복구비용 그리고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한 인명피해와 이재민의 정신적 피해, 사고에 따른 부수적인 피해 등이 있다. 사고 피해액은 아니지만 폐기물 처리 비용도 반드시 기대피해비용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왕 내친 김에 기대피해비용을 어름방식으로 산정해 보자. 위의 예상 피해액을 보수적으로 잡아 5000조 원으로 잡아보자. 그러면 기대피해비용(사고 확률 × 예상 피해액)은 약 39조4500억 원(0.00789 × 5000조 원)으로 나온다. 복구를 서둘러 묵히는 기간을 30년으로 최소화한다고 해도 기대피해비용이 엄청나기는 마찬가지다.
이 사고 확률과 예상 피해액을 정확하다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충분히 개연성은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특히 원전의 사고확률을 0이라는 생각을 가진 원전 찬양론자들은 새겨보길 바란다. 그리고 원전 사고확률은 후손들에게 점점 더 높아진다는 사실도 상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