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관 오디세이-E=mc²(에너지 질량 등가식)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 논문,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관하여’를 발표한 지 3개월 후인 1905년 11월 불과 3페이지짜리 논문을 ‘물리학 연보(Annalen der Physik)’에 보냈는데, 이것이 후에 세상을 뒤흔들게 됩니다. ‘물체의 관성은 에너지 함량에 의존하는가?’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공식인 E=mc²(에너지 질량 등가식)을 잉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에너지와 질량이 ‘같다’는 혁명적인 결론을 담고 있는 E=mc²을 탄생시킨 아인슈타인의 발상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아인슈타인은 맥스웰 방정식과 상대성의 원리를 연관시키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질량의 등가 관계를 발견했다고 밝힙니다. 아인슈타인의 전기 작가로 유명한 데니스 브라운의 ‘아인슈타인 평전’에는 한층 구체적인 과정이 적혀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그 논문을 쓰기 몇 주 전인 그해 여름 친구 하비히트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저번 논문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관하여’와 연관된 중요한 결론이 하나 떠올랐다네. 맥스웰 방정식과 상대성 원리를 연관지어 생각해볼 때 물체에 내재한 에너지의 양이 곧 질량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네. 결국 빛이 질량을 실어 나른다는 말이지. 라듐의 경우 (빛을 방출하고 나면) 현저한 질량 감소가 관찰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긴 하지만, 혹시 '선한 신'이 비웃으며 나를 함정에 빠뜨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네.”1)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빠르게 움직이는 자(scale)는 수축하고, 시계는 느려지고, 질량은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전자가 빠르게 움직이려면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실험결과를 알았습니다. 이런 사실에 힘입어 그는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을 상대성이론과 결합시켜 물체의 운동에너지를 계산해보았습니다. 그러자 빛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한 후 물체의 질량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도출해낼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아인슈타인은 시간, 공간, 질량에 이어 이번에 에너지의 개념을 새롭게 묻기 시작한 것입니다. 뉴턴역학에서 에너지는 운동의 한 형태이고, 물체의 운동에너지(K=mv²/2)는 질량과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질량이 운동을 할 때 ‘운동에너지를 지닌다’고 말합니다. 질량이 에너지를 갖는다면 역으로 에너지도 질량을 갖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인슈타인은 이 같은 질문에 긍정적인 답을 실험결과를 알고 있었고, 실제로 물체의 운동에너지 공식을 특수상대성이론에 맞게 적어본 결과 그런 확신을 갖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간단한 계산 끝에 물체가 E만한 양의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방출한다면(원 논문에서는 에너지의 양을 L이라고 표시하고 빛의 속도는 V라 표시했다.) 그 물체의 질량은 E/c²만큼 감소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바야흐로 과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공식인 에너지 질량 등가공식 E=mc²의 서곡이 울려 퍼진 것이다. E=mc²를 직접 제시한 것은 이로부터 2년 후인 1907년의 일입니다.
이 논문의 제목(‘물체의 관성은 에너지 함량에 의존하는가?)이 의문형으로 되어 있는 것은 이 결론이 잠정적이란 뜻을 함축합니다. 이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어떤 물체가 방사의 형태로 에너지 L을 방출한다면 그 질량은 L/V²만큼 줄어들게 된다.’는 공식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통일성에 대한 그의 본능적 감각에 의해 통찰력이 깊고 또한 결정적인 중요성을 지닌 어떤 발언을 했습니다. 즉, 그때 에너지가 빛의 형태를 취한다는 것은 “분명히 본질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물체가 E 만큼의 에너지를 ‘어떤 형태로’ 방출, 또는 흡수할 경우에도 그 물체는 E/c²만큼의 질량을 감소시키거나 또는 획득한다고 하는 의미의 일반법칙을 제시했습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질량과 에너지는 독립적인 불변의 물리량이라고 철석같이 믿을 때였습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전자가 빠르게 움직이려면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실험결과에 관한 정보를 알았습니다. 이런 사실에 힘입어 그는 이전의 전자기 방정식을 빛의 속도와 결합시킬 수 있었습니다. 빛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한 후 물체의 질량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사실을 기초로 해서 모든 에너지가 질량을 지니고 있다는 결론으로 도약했던 것입니다.
이 식(m=E/c²)에 의하면 잘 알다시피 c가 엄청나게 큰 양이므로 방출하는 에너지가 많지 않고서는 방출 또는 흡수되는 질량은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논문 말미에 “라듐처럼 에너지 함량의 변화가 큰 물질을 이용하면 이 이론을 시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험적 검증방법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논문에서 어떤 종류의 에너지도 질량을 가진다고만 했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 즉, 어떤 종류의 질량도 에너지를 갖는다는 놀랄 만한 인식에 도달하기까지는 그에게도 2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이 인식에 도달한 것은 심미적인 이유(자연은 대칭이라는 인식)에 의한 것입니다. 물체가 이미 가지고 있는 질량과, 물체가 에너지를 방출함으로써 잃는 질량을 질적으로 구별해야만 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그러한 구별은 심미적이지 않고 논리적으로도 근거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종류의 에너지가 질량을 갖는다면, 모든 질량은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질량과 에너지를 완전히 등가의 물리량으로 간주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은 1907년에 ‘방사능과 전자론 연보’에 게재한 ‘상대성이론 개관’에서 E=mc²를 제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주장이 당시로서는 얼마나 대담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시라! 어떤 흙덩이도, 어떤 깃털도 막대한 에너지가 담겨 있는 저장고가 될 수 있다지 않습니까? 이 주장을 실증할 방법은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은 1920년 자신이 상대성이론의 해설서를 쓸 당시에도 ‘현재로서는 실험으로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아인슈타인은 1907년에 이 공식을 제출했을 때, 그것을 자신의 상대성이론의 가장 중요한 귀결이라고 말했습니다.
1938년 독일의 화학자 오토 한과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는 우라늄의 원자핵에 중성자를 쪼이면 원자핵분열(fission)이 일어나고, 그때 질량이 아주 적으나마 줄어들고 동시에 다량의 에너지가 방출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E=mc²가 사실로 확인된 것입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미적 감각에 이끌려서 얻은 공식 E=mc²에 의해 자라날 비극(1945년 원자폭탄)은 예견하지는 못했습니다.
E=mc²의 의미를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로렌츠 변환식에서 이미 움직이는 물체의 질량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가속에 사용된 에너지가 곧 질량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오기 전에는 질량보존 법칙과 에너지보존 법칙은 온 우주에서 성립하는 절대법칙이었습니다. 그런데 질량과 에너지가 서로 가변적이라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이들 두 법칙은 에너지보존 법칙 하나로 통합되고, 뉴턴역학의 아성은 뿌리째 흔들리게 된 것입니다.
뉴턴역학에서는 질량이 0인 물체의 존재는 불가능했습니다. 왜냐하면 가속도법칙에 의해 질량이 0이면 아무리 작더라도 힘을 받으면 가속도가 무한대가 되기 때문있니다. 그러나 특수상대성이론은 질량이 0인 물체를 상정할 수 있었는데, 다만 그 물체의 속도는 반드시 광속이 되어야 합니다.
또 E=mc² 공식에 따라 물체가 사라지면서 에너지로 변하고, 반대로 에너지는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20세기의 수많은 실험을 통해 모두 확인된 사실입니다.
※ 1) 데니스 브라이언 지음, 승영조 옮김, 아인슈타인 평전, 북폴리오, 2004. 150p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인저리타임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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