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직후 발생한 영원한 인플레이션(급팽창)에 의해 다중우주가 유도된다. 호킹의 마지막 논문은 인플레이션 결과 무한한 프랙탈 다중우주가 아니라 매끄러운 단일 우주를 만든다는 결론을 내린다. 다중우주 상상도. 출처: 프리이미지닷컴의 Karen46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우주 탐구에 몰입했던 과학자, 스티븐 호킹. 호킹은 그가 이룩한 찬란한 학문적 업적과 별도로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연구에 매진한 ‘연구하는 과학자의 표상’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호킹은 타계하기 불과 2주일 전 우주 탄생에 관한 논문을 제출했던 것이다.
화제의 논문은 제자였던 토마스 헤르토그 KU루벤대 교수와 공동집필했으며 현재 물리학 저널에 게재하기 위한 사전 단계인 ‘동료 검토(peer review)’ 중인데, ‘출판 전 공개 사이트 arXiv.org' 에 게재되어 있다. 제목은 ‘영원한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매끄러운 출구(A Smooth Exit from Eternal Inflation?)’.
이 논문은 우주 탄생과 관련해 풀리지 않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플레이션(급팽창)과 영원한 인플레이션(eternal inflation)의 관계, 이로부터 유도되는 우주 모형을 살폈다. 논문 초록은 '인플레이션 이론은 영원한 인플레이션에서 붕괴된다'로 시작한다.
우주 탄생에 관한 가장 유력한 이론이 빅뱅이론이다. 하지만 빅뱅이론은 우주의 편평도, 우주 지평선, 원시 입자 문제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를 시원하게 해결한 것이 앨런 구스가 제창한 인플레이션(급팽창) 이론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이론은 '영원한 인플레이션'을 해명하지 못한다.
빅뱅 직후 일어난 인플레이션에 의해 '무한한 프랙털 같은 다중우주'가 창조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호킹과 헤르토그는 이번 논문에서 '인플레이션의 출구'(인플레이션의 최종 결과. 원문의 exit는 출구 혹은 탈출보다 최종 결과 혹은 '~로부터 도출되는' 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무한한 프랙탈 다중우주가 아니라 유한하고 매끄러운 우주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이 논문은 사실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전문적이고 난해하다. 이런 차에 최근 미국의 유력 경제주간지 포브스(Forbes)가 호킹의 마지막 논문의 해설기사를 실었다. 필자는 천체물리학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에단 시겔(Ethan Siegel). 기사 제목은 '나는 천체물리학자이다. 스티븐 호킹의 마지막 논문은 실제로 무엇에 관한 것인지(I Am An Astrophysicist. Here's What Stephen Hawking's Final Paper Was Actually About)'
에단 시겔은 호킹의 마지막 논문에 대해 "관측가능한 결과가 없다. 우주의 시작에 관한 견고한 결론도, 우주 종말에 대한 예측도 없으며, 논란의 여지가 많은 아이디어의 씨앗으로 학문의 발전 측면에서 보자면 매우 작은 걸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호킹과 헤르토그가 새롭게 던진 질문, '전역상수 밀도표면의 매끈함은 영원한 인플레이션의 영원함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소중히 여기는 이론물리학에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고 시겔은 평가했다. 이 질문은 쉬운 말로 하면 '빅뱅과 인플레이션은 무한한 프랙탈 다중우주를 만드는가 아니면 유한하고 매끈한 우주를 만드는가?'이다. 매끈하다는 것은 우주의 물질 분포가 균일하다는 의미이다.
호킹이 마지막 논문에서 던진 질문은 언제 어떻게 밝혀지는가에 관계 없이 물리학자들을 즐겁게 하고, 황당하게 하며 또 좌절시킬 것이라고 시겔은 전망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주의 참된 본질에 대한 궁극적인 답을 계속 찾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Forbes)에 실린 스티븐 호킹의 마지막 논문 해설 기사이다.
나는 천체물리학자이다. 스티븐 호킹의 마지막 논문은 실제로 무엇에 관한 것인지(I Am An Astrophysicist. Here's What Stephen Hawking's Final Paper Was Actually About)'
2018년 3월 14일 인류에 알려진 가장 유명하고 유명한 과학자인 스티븐 호킹 (Stephen Hawking)은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천체물리학과 우주론 분야에서 풍부한 유산을 남겼고, 우주의 불가사의를 동료 학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과도 공유했다. 블랙홀, 일반 상대성이론, 특이점, 그리고 그의 이름을 딴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에 이어 인류에게 남기는 그의 마지막 유산은 여전히 동료 심사(peer review)를 통한 과학 논문의 형태로 나왔다.
호킹이 이론물리학에 기여한 가장 중요한 공헌은 그의 초기 경력에 속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 호킹은 블랙홀 정보 역설(black hole information paradox)에서 블랙홀 방화벽 문제(black hole firewall problem), 공간과 시간의 탄생까지 연구를 계속했다.
‘영원한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매끄러운 출구(A Smooth Exit from Eternal Inflation?)’라는 제목의 호킹의 마지막 논문은 우주의 탄생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관해서는 우리가 아직 대답을 갖지 못한 몇 가지 큰 질문(big question)이 있다. 오늘날 우리는 물론 아마도 무수한 형태의 생명체가 살고 있는 별, 은하, 행성으로 가득 찬 우주는 과거에 더 뜨겁고, 더 고밀도에, 더 균일한 상태의 무언가로부터 생겨났다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간의 구조 자체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팽창하면서 빛의 파장을 더 길고 더 차갑게 만들기 때문에, 우주가 과거에는 더 밀도가 높았고, 더 뜨거웠을 것이라고 결론내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중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질을 뭉치게 하여 덩어리를 점점 더 크게 키우기 때문에 우주가 과거에는 더 매끄럽고 더 균일했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말이 된다.
시간을 쭉 거슬러 올라간다면 우리는 은하나 별이 아직 탄생하지 않은 때, 중성의 원자가 아직 없고, 원자핵마저도 없는 곳을 상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 모든 것은 관측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만약 시간을 충분히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뜨겁고 고밀도의 상태, 즉 특이점(singularity)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지난 한 두 세대 동안 만든 순진한 가정이었다. 1970년대 후반, 우주가 관측 사실에 부합하려면 빅뱅은 매우 구체적이면서 세밀하게 조정되었으며, 전혀 동기가 부여되지 않은 초기 조건들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만약 우주가 인플레이션(inflation, 급팽창) 기간을 겪었다면 이들 초기조건을 구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인플레이션 기간은 물질과 복사(radiation)라기보다 우주 구조에 내재된 에너지의 형태, 즉 진공 에너지(vacuum energy)가 있었던 시기다. 이 진공 에너지는 장 에너지(field energy)라고도 하는데, 특별한 방식으로 시공간의 구조와 결합되어야 했다. 그리고 이 진공 에너지는 공간 자체의 구조를 한동안 지수함수적으로 늘려 고에너지 입자가 없는 평평하고 균일한 우주를 만들게 했다.
이 같은 인플레이션은 많은 관측 사실을 설명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우주배경복사, 우주의 대규모 구조 그리고 일련의 관찰 가능한 상관관계에 나타날 특정 스펙트럼과 요동 패턴을 가진 우주를 예측했다. 인플레이션은 또 뜨거운 빅뱅에서 얻을 수 있는 온도의 상한선이 있으며, 빅뱅 이래 빛의 속도로 달린 거리보다 더 큰 슈퍼지평선 요동(super-horizon fluctuation)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플레이션 이론과 관측의 일치는 놀라울 정도였고, 지금까지는 그런 관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곳 어디에서나 인플레이션을 확인해주었다.
출판전 공개 사이트에 게재된 호킹의 마지막 논문 초록. 영원한 인플레이션은 무한한 프랙탈 다중우주를 만드는 게 아니라 유한하고 매끄러운 우주를 창조할 것이라고 결론내린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에는 몇 가지 미해결 문제가 있다. 첫째,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하는 문제이다. 보르데(Borde), 구스(Guth), 빌렌킨(Vilenkin)이 2001년에 했던 것처럼, 인플레이션 시공간에서 발생하는 모든 입자는 과거에 어떤 시간에 서로 만났음을 보여주는 것은 간단하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팽창하는 시공간은 불완전한 과거 타임라인(past-timeline)을 갖는다. 이 정리는 보편적이지 않으며, 일부 인플레이션 모델은 잠재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시작을 피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모델이 적용되는 곳에서는 인플레이션이 기존 조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나타내며, 자연히 특이점의 존재를 함축한다. 스티븐 호킹은 특이점 정리의 전문가인데, 제임스 하틀(James Hartle)과 주창한 무경계 제안(no-boundary proposal)은 바로 이 질문(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과 관련되어 있다. 호킹은 평생 동안 ‘단수의 시작(singular beginning)’을 가진 우주를 매우 좋아했다.
‘영원한 인플레이션(eternal inflation)’의 문제도 있다. ‘영원한 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이 영원히 지속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인플레이션 도중에 어떤 특정 지역에서만 인플레이션이 종료되고 빅뱅이 일어나는 과정이 무수히 반복된다는 이론이다. 쉽게 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빅뱅이 일어난다. 영원한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럽게 ‘다중 우주’를 탄생시킨다.
이를테면, 만약 우주의 단지 1백만 분의 1%가 팽창하고 있다면, 대략 10⁻³⁰초 후에 10³⁰⁰개에 1개 꼴로(우주 공간을 작은 입체로 나누었다고 가정할 때) 팽창을 중지하고 빅뱅을 일으키는 곳에 생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곳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이들 지역은 서로 영원히 격리된다. 영원한 인플레이션이라는 이름은 한번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 미래를 향해 영원히 계속되고, 우주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진행된다는 데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영역이다.
1.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2. 인플레이션이 시작되기 전에 존재한 조건은 무엇인지,
3. 우리가 있는 곳에서 인플레이션을 끝나게 한 것은 무엇인지,
4. 특정 지역에서 인플레이션이 끝날 가능성은 얼마인지,
5. 인플레이션은 미래 또는 과거로 영원한가, 아닌가.
많은 우수한 우주론자와 천체물리학자들이 이들 주제의 논문을 발표해왔다. 예전 제자였던 토마스 헤르토그(Thomas Hertog)와 공동 집필한 호킹의 마지막 논문 역시 이 분야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호킹과 헤르토그가 연구한 것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들은 영원히 팽창하는 시공간과 수학적으로 동등한(혹은 이원적인) (변형된) 컨포멀 장이론(conformal field theory)을 유도하고, 그 장이론의 수학적 특성을 연구한다. 그들은 영원히 미래의 시간으로 팽창하는 시공간과 그렇지 않은 시공간의 경계를 살펴본 다음 그것을 고려해볼 만한 흥미로운 문제로 선택한다.
호킹과 헤르토그는 이 장이론으로부터 생기는 기하학적 구조를 살펴보고, 물리적으로 팽창하는 우주를 다시 그려내고 그로부터 결론을 이끌어내려고 시도한다. 그들은 마침내 인플레이션의 출구(최종 결과)는 미래를 향해 영원히 팽창하는 뭔가를 주지 않으며, 차라리 그 출구는 유한하고 매끈하다고 주장한다. 바꿔 말하면, 인플레이션 출구는 큰 다중 우주에 내장된 분리된 우주들이 아니라 단일 우주를 제공한다.
그것이 그들의 논문 내용이다. 관측 가능한 결과는 없다. 측정할 것도, 시험할 것도 없다. 우주의 종말에 관한 예측은 없으며, 우주의 시작에 관해 우리가 도출할 수 있는 견고한 결론도 없다. 이 연구의 함의에는 엄청난 한계가 있으며, 그들의 '장난감 모델(toy model, 세부 묘사가 제거하고 단순화한 모델)'이 우리의 실제 물리적 우주와 관련이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도 없다. 이 논문은 논란의 여지가 많은, 논란 투성이를 기초로 한 아이디어의 씨앗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것은 학문의 발전 측면에서 보자면 매우 작은 걸음이다.
더구나 그들이 한 것이라곤 아직 진실로 널리 수용되지 않는 '하틀-호킹 무경계 추측'에 근거하고 있다. 논문의 저자들은 논문의 검토 부분에서 심지어 장난감 모델 내에서도 영원한 인플레이션으로 가는 비다중우주 유발 출구가 있음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한다.
“따라서 전역상수밀도 표면의 추측된 매끈함이 영원한 인플레이션의 영원성에 영향을 미칠지 아닐지는 열린 질문으로 남아 있다.”
그들이 대답하려고 시도하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고 개방된 질문이며, 이 논문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답변을 향한 제안을 제공하는 것이다. 논문의 접근방식은 하틀과 호킹 그리고 허토그가 과거에 한 작업을 기반으로 한다. 더불어 크리스 헐(Chris Hull)과 다른 사람들이 개척한 dS/CFT 연결, 앤드류 스트로밍거(Andrew Strominger) 및 그의 동료들에 의한 끈이론에 영감받은 연구를 기초로 한다.
이들 연구 중에 현실적인 우주론 모델을 근거로 한 것은 하나도 없다. 장난감 모델은 계산 중인데, 우리가 실제로 아는 것은 존재한다는 사실로써 유추한다. 아주 초기 단계의 대부분 이론 작업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제시된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있다. 연구와 계산은 고도의 추론적이며, 당연히 현실과의 연결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일 가능성도 완전히 영(0)은 아니다. 그리고 이론물리학에서는 작은 가능성을 가진 새로운 아이디어는 전혀 새롭지 않은 것에 비해 무한한 가치가 있다.
그것 모두가 어떻게 밝혀질 것인지에 관계없이 이들 근본 질문은 물리학자들을 즐겁게 하고, 황당하게 하며, 좌절시킬 것이다. 우리는 우주 자체의 참된 본질에 대한 궁극적인 답을 찾기 때문이다.
#기사 출처 :
Forbes, I Am An Astrophysicist. Here's What Stephen Hawking's Final Paper Was Actually About
aXiv.org,
https://arxiv.org/abs/1707.07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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