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영예로운 노벨상 수상자들의 이름이 호명되고, 수상자와 그들의 업적에 관한 언론기사가 전 세계에 넘실거린다. 거대하고 화려한 전 지구적인 연례행사다.
하지만 노벨상위원회를 향한 비판도 없지 않다고 해외언론들은 전한다. 올해도 수상자들이 백인에 집중되고 여성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110년이 넘는 노벨상 역사에서 물리학상을 받은 여성은 단 3명뿐이며 흑인 과학자는 단 한 명도 없다.
특히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 업적이 암흑물질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물리 우주론’으로 드러나자 일부에서 노벨상위원회에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암흑물질의 존재를 입증한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Vera Rubin)은 끝내 노벨상을 받지 못하고 불과 3년 전인 2016년 별세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노벨 물리학상 소식을 전하면서 베라 루빈이 별세하기 2개월 전 그녀의 특집을 실은 ‘천문학 매거진(Astronomy)’의 기사를 인용했다. 미국 카네기연구소(Carnegie Institute) 여성 천문학자 에밀리 레브스크(Emily Levesque)는 당시 인터뷰에서 "루빈은 우리의 우주 개념을 완전히 혁신시켰다"면서 “그녀는 노벨상의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카네기천문대(Carnegie Observatory) 외계행성 천문학자 조안나 테스케(Johanna Teske)는 "루빈은 모든 천문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계속 영감을 준다"며 “그녀가 노벨상 수상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매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그녀가 계속 배제되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들의 아쉬움은 루빈이 별세함으로써 영원한 안타까움이 되고 말았다. 노벨상은 사후에는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은 베라 루빈(1928~2016)의 업적 즉 ‘은하의 회전 속도 관측을 통한 암흑물질의 존재 간접 확인’이 천문학과 우주물리학, 우주론 분야에 끼친 영향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현재 우주의 거대구조를 설명할 때 암흑물질을 가정하지 않고서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근래 물리학과 천문학 혹은 천체물리학 저널에는 암흑물질 연구 논문이 빠질 때가 거의 없을 정도다.
루빈은 1970년대 카네기연구소(Carnegie Institute)에서 은하 역학을 연구하기 위해 안드로메다은하(M31)에 망원경 초점을 맞췄다. 당연히 은하 중심부의 별들이 은하 가장자리의 별보다 훨씬 빨리 움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케플러 법칙에 의하면 별을 도는 행성이나 은하중심을 공전하는 별들의 회전속도는 당연히 그래야 했다. 하지만 루빈의 예상은 빗나갔다. 은하 가장자리 별들의 회전 속도가 은하 중심 근처의 별들에 비해 별로 느리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은하 가장자리 별들의 속도가 이렇게 빠르다면 원심력에 의해 은하를 이탈해야 하는데...?
루빈은 동료 포드(Kent Ford)와 함께 은하 내 별들의 속도 관측과 해석에 수년을 보냈다. 암흑물질은 1932년 얀 오트(Jan Oort)나 프리츠 즈위키(Fritz Zwicky) 같은 천문학자들이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존재했는데, 당시까지 그 누구도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또 암흑물질의 존재가 은하 역학에 어떤 의미를 가질지 아무도 예측하지도 못했다.
루빈은 몇 개월간 씨름한 끝에 어느 날 종이에 관측 결과를 스케치를 하면서 불현 듯 암흑물질이 머리를 스쳤다고 한다.
‘만약 암흑물질의 헤일로(halo)가 각 은하계를 휘감는다면, 그 질량은 중심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은하계 전체로 퍼질 것이다. 따라서 중력과 별들의 궤도 속도는 은하 중심부에서 가장자리까지 전체적으로 비슷할 것이다.’
마침내 루빈과 포드는 은하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주가 어떻게 되고 무엇이 될 것인가에 영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것(암흑물질)’을 발견한 것이다.
레브스케는 "나의 모든 교육은 암흑물질이 천체물리학에 대한 현재의 이해에 얼마나 근본적인지를 강조해 주었다"면서 "그것이 없는 들판이나 우주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M31 관측 후 몇 년 안에 제임스 피블스(James Peebles) 와 같은 물리학자들은 루빈과 포드가 이미 보여준 것을 뒷받침할 이론적 틀을 제공했고 암흑물질은 우주에서 매우 유명한 존재로 뿌리내렸다. 피블즈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피블스는 ”우주배경복사를 통해 초기 우주를 연구함으로써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이해를 이끌어낸 우주 진화의 이론적 틀을 개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피블스는 노벨상위원회의 선정 이유처럼 노벨상을 수상할 충분한 업적을 쌓았다. 다만, 우주의 이해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베라 루빈의 발견이 노벨상위원회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그녀가 3년 전에 별세했기 때문에 더하다.
루빈은 자신이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는 생전 우주를 연구하고 이해하려고 애썼으며 그리하여 사람들의 우주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그러한 평가가 베라 루빈에게 노벨상보다 더 값진 메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참고 자료 : ♠Astronomy, How Vera Rubin confirmed dark matter
http://www.astronomy.com/news/2016/10/vera-rubin
♠The WashingtonPostNobel Prize in physics awarded for research on exoplanets and the structure of the universe
https://www.washingtonpost.com/science/2019/10/08/nobel-prize-physics-awarded-research-exoplanets-structure-universe/
<'우주관 오디세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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