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을까? <4-1>프롤로그

우리도 핵무장을 할 수 있을까? <4-1>프롤로그

조송원 승인 2017.07.28 00:00 | 최종 수정 2017.07.30 00:00 의견 0

북한의 ICBM 화성-14형 지난 4일 시험발사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지한다면 미국과 의논을 통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

“(사드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주한미군도 한국법 위에 있을 수 없고, 우리 대통령도 한국법 위에 있을 수 없다.”

“동맹은 국익에 따라 협의하는 것인데 우리가 미국과 싱크로나이즈(똑같이)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

“(사드 배치는) 안보의 문제이지만 재산권과 생명권 등 법의 지배와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고, 중국의 사드 제재로 현대자동차의 수출이 줄어드는 등 민생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하며 “한미동맹은 도구이자 수단이다.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민생을 훼손해도 좋다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

위의 발언들은, 문정인 대통령 통일안보외교 특보가 지난달 16일 워싱턴에서 동아시아재단과 우드로윌슨센터가 공동 주최한 ‘한미 신행정부 출범과 한미동맹’이란 주제의 토론회와 이어진 특파원 간담회에 밝힌 내용들이다.

어디 틀린 말이 있는가? 어떤 논리적인 모순이 조금이라도 있는가? 구구절절이 너무도 당연한 말이라 《논어》를 읽는 기분이다. 하기야 어떤 친구는 ‘논어 따위 뭘라 읽노? 그냥 옳은 말만 있는데...’ 하던 주장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런데 보수 야당과 보수 신문은 일제히 이 발언들에 대해 비판을 퍼부었다. “한미동맹을 깨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발상”(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김정은의 외교안보 특보”(김영우 바른정당 국회의원), ‘문정인 특보의 아슬아슬한 한・미 동맹관’(중앙일보), ‘문정인 외교 특보 경질해야’(동아일보) 등.

왜 이럴까? 보수 진영이 일제히 ‘문정인 때리기’에 나선 것은 북핵과 한미동맹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보수를 참칭한 수구들의 행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들의 반응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익과 안보와 통일과 평화에 관심치 않는 사람들이 수구 정치인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뿌리는 훨씬 더 깊고 강고하다.

“천성적으로 미국의 모든 것에 동조적(naturally sympathetic to all things American)인 사람들”도 있다. 이 말은 2006년 7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본국에 보낸 외교 전문에 나오는 표현이다. 한국의 소위 주류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묘사하면서 사용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천성적으로 미국에 동조적인 국내 전문가들은 끈끈한 유대와 연대를 유지한다. 이들은 같은 학교를 다녔거나, 오랜 기간 세미나에서 교류했거나, 정책 용역을 공동으로 진행했거나, 아니면 단순히 서로 간의 필요가 맞아떨어져서 매우 세밀하고 조직적인 연결망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연결망으로 강력한 담합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이 사람들이 사실상 동맹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한다. 자신들의 사고와 접근법을 일종의 기준으로 설정하고 그 이외의 것들은 반동맹적인 방안으로 불손하게 취급한다. 이들은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면서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 주지 않거나 합의가 바뀔 경우 동맹의 기초가 흔들린다고 역설한다. 그 역설의 핵심에는 “미국 말 잘 들어”라는 심리가 가득하다(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17년 6월 28일 한겨레신문).

“동방 족속의 나라 이름으로는 조선이 좋을 뿐 아니라 유래가 오래되었다. 그 이름을 본래대로 이을 것이며, 하늘의 뜻을 받들고 백성들을 잘 다스려 길이 자손을 번성케 하라.”(『태조실록』2년)

조선(朝鮮)과 화령(和寧) 중 조선이라는 국호를 명나라 홍무제에게서 간택을 받고 태조 이성계는 감격해 했다. 고대의 조선은 물론 삼국, 발해, 고려도 중국의 황제에게 국호를 지정해 달라고 부탁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다.

조선의 사대외교는 광해군 대에 이르면 참 서글프게 된다. 광해군이 즉위하자 장자를 놔두고 차자가 즉위했다는 것을 명나라는 문제를 삼았다. 당시 사신으로 갔던 이호민 등은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큰 아들 이진(임해군)은 중풍에 걸려 저위(儲位)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명나라는 의심을 풀지 않고 요동도사 엄일괴를 보내 조사하도록 했다. 이 때 광해군이 한 일은 엄일괴에게 수 만 냥의 은을 뇌물로 주어 무마한 것이었다. 이후 명나라 사신들은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은을 요구했다. 광해군 대의 호조는 명나라 사신들에게 줄 은을 마련하느라 허리가 휘었다. 광해군은 자신의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전통적인 조・명 외교 관계를 뇌물 수수 수준으로 타락시킨 것이다.(『인물과 사상』 2017년 8월호. 오항녕, ‘혼군의 시대를 살다.’)

외교는 국력으로 국익을 관철시키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국력은 반드시 경제적・ 군사적 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외교의 힘은 자신의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국익을 빙자한 사익 추구를 일삼는 ‘안보 상업주의자들’에 대해 준엄한 철퇴를 내리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국민의 ‘이론의 무장’이 필요하다.

핵을 둘러싼 국제 역학관계는 대단히 복잡하고 난해한 주제이다. 그만큼 천학비재(淺學菲才)하고 문외한인 필자가 언급할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핵, 특히 북한핵 문제는 우리의 일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당연히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다행히 미국 외교 전문지 『Foreign Affairs』 2017년 7/8월호에 “독일이 핵무장을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란 글을 읽고 눈이 번쩍 뜨였다. 국제 핵 문제, 미국과 러시아 및 유럽과의 관계, 독일이 처한 입장 등등 우리가 참고할 만한 좋은 내용이어서 거칠게나마 번역하여 3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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