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을 심판하지 않고선 적폐청산은 공염불

이명박을 심판하지 않고선 적폐청산은 공염불

조송원 승인 2017.08.26 00:00 의견 0

사드저지 및 세월호 진상규명 적폐청산의 날 촛불집회. / 팩트 TV 캡쳐

백인민족주의 폭동의 트럼프와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이명박

“우파 백인민족주의는 소수 비주류에 머물 것이다. 그러나 대담해졌다. 높은 곳(백악관)에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이코노미스트>, 2017.8.19.)

지난 12일 미국 버어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민족주의 단체들이 공공연한 백인미족주의 시위를 벌였다. 이에 맞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백인민족주의 대항 시위대도 평화행진을 했다.

이 와중에서 차량이 ‘대항 시위대’ 행렬에 돌진해 1명이 숨지고 32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차량의 운전자는 ‘히틀러가 우상이며 백인우월주의에의 신념’을 가진 오하이오주 출신의 제임스 엘렉스(20)로 2급살인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번 집회와 폭력 시위의 이유는 남북전쟁 때 남부연합의 장군이던 로버트 리의 동상을 철거하겠다는 시당국의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100년 전 설치된 동상의 철거를 결정한 것은 리 장군이 갈수록 백인민족주의자들의 상징으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이번 폭력시위를 주도한 백인민족주의 단체의 구성원들은 ‘큐클럭스클린(KKK) 등 백인우월주의 및 신나치 단체와 대안 우익, 스킨헤드족 등 인종주의와 극우세력과 여타 증오 그룹을 포괄한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백인(white)’과 ‘우월주의자(supremacist)’이다. 곧 이들은 ‘백인우월주자들(white supremacists)’인 것이다. ‘인종주의(racism)’란 용어는 진실을 호도한다. 흑인이 백인을 탄압한 적이 역사에 있던가? 그러므로 ‘racism’은 ‘인종주의’가 아니라 ‘백인우월주의’로 번역해야 마땅하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사태는 분명 트럼프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남부 빈민법 센터를 이끄는 리차드 코헨(Richard Cohen)은, 과격파 단체들의 활동을 추적한 결과 이번 샬러츠빌 집회는 40년 이상 동안에 가장 큰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모임이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트럼프가 백인우월주의자 운동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거리 집회를 자주 목격하게 될 것이다.”(<이코노미스트>, 2017.8.19.)

트럼프는 백인우월주의 세력에 크게 의지하여 당선되었다. 트럼프는 여느 역대 미국 대통령과 다르다. 그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을 지지하고, 반대하는 사람은 반대하는 원칙 이외의 원칙은 가지지 못한 인물이다.

이러한 인품 파탄자라고들 하는 트럼프가 극우의 준동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하여 1세기 전만 해도 KKK 단원들은 두건을 뒤집어쓰고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했다. 그러나 21세기 현재는 대담하게 두건을 벗고 버젓이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이런 트럼프의 행태를 보노라면 강한 기시감(旣視感)이 들지 않는가. 이명박! 본래 DNA가 닮았는지 트럼프가 배웠는지는 몰라도, 분명 이명박은 ‘트럼프 같은 인물’의 원조이다.

국가정보원은 영문으로는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이다. 곧 정보로써 국민과 국가에 봉사하는 기관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 직을 수행하는 국가정보원 직원은 고급인력이며 우리나라의 안보에 꼭 필요한 요원들이다.

국가정보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그러므로 요원들은 원장의 지휘를 받지만 그 원장은 대통령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수행하는 작업은 모두 대통령의 뜻이라고 봐야 논리적 정합성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한 일이 무엇인가?

2012년 대선 직전 ‘민간인 여론조작팀’ 3500명을 조직적으로 운영했다. 2009년 ‘알파팀’은 국정원에서 지침을 받고 다음 ‘아고라’ 등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게시물 작성 숫자에 따라 돈을 받았다. 또 국정원이 ‘특수활동비’를 이용해 이명박 정부의 주요 지지층 등을 파악하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는 사실도 국정원 적폐청산 TF에서 확인했다.

이에 대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의 최측근으로, 이미 당시 국정원이 청와대까지 댓글공작을 보고를 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정치보복’ 운운하며 “현 정부가 밀어붙이는 국정원 개혁이 국정원을 무력화시키는 개악이 되지 않도록 ‘국정원개악저지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히 따지고 감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가 차서 소도 쓴웃음을 웃을 일이다.

‘국정원 적폐청산 TF 13개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수사 2. 문화계 블랙리스트 개입 의혹 3. 국정원 댓글 사건 4.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5.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관련 문건 6. 국정원 ‘좌익효수’ 필명 사건 7. 이탈리아 해킹프로그램(RCS)을 통한 민간인 사찰 의혹 8.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뒷조사 사건 9. 극우단체 지원 의혹 10.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 11. 추명호 국장 우병우 민정수석 비선보고 12. 헌법재판소 사찰 13.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 등이다.

이 모든 의혹을 꿰뚫는 단 하나의 연결고리는 ‘이명박 개인의 정치적 이익 추구’라는 사실이다. 곧 이명박 개인의 이익 추구를 위해 우리나라 안보의 근간인 국정원과 소중한 인력자원인 국정원 직원을 사유화한 것이다. 원세훈이라는 꼬붕을 내세워서 말이다.

이명박, 뭐든 돈이면 최고라는 일그러진 사회를 만든 장본인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데 그쳤다면 트럼프 원조로서 이명박 이름값이 무색하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를 출간한 ‘이명박 전문기자’ <시사인>의 주진우는 <미디어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명박의 실체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이명박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 지금 여름마다 녹조의 계절이 오고 있다. (이명박은) 돈을 벌기 위해 생명을 죽였다. 외교라인을 동원해 돈을 벌었다. 사기를 쳤다. 자원외교가 아니라 자원사기였고 4대강사업이 아니라 4대강사기였다. (이명박은) 더 늙기 전에 포토라인에 세워 법의 판단을 받게 해야 한다.”

“박근혜로 인해 우리가 진짜 중요한 이명박을 잊고 있었다. 뭐든 돈이면 최고라는 일그러진 사회를 만든 장본인을 잡아야 한다.”고 주진우는 강조하며 자신의 이명박 프로젝트의 궁국 목적은 ‘심판’이라고 말했다.

필자 역시 이명박을 심판하지 않고서는 적폐청산은 공염불일 뿐이라고 판단한다.

우리는 흔히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나오는 ‘악의 평범성’과 ‘무사유’를 이야기한다.

1962년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 법정에서 관찰해 보니, 유대인 수백만 명을 ‘죽음의 공장’으로 내몬 아돌프 아이히만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광신도나 반사회적 성격장애자가 아니라 그저 상부의 명령에 순응하고 승진하는 데 골몰하는 인간일 뿐이었다.

간첩이 도깨비처럼 머리에 뿔이 난 사람이 아니듯, 그렇게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도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데서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 악의 평범성을 뒷받침하는 것이 ‘무사유’이다. 곧 ‘판단의 무능력’이다. 아이히만에게는 명령의 옳고 그름을 따져 옳지 않은 명령을 거부할 줄 아는 도덕적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개념’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논의를 끝낸다면 자칫 그 어떤 악행도 그저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는 면죄부로 ‘악의 평범성’과 ‘무사유’가 오용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악의 평범성 문제이다. 본디 인간은 상상할 수 있는 최상의 선행도 할 수 있고 최악의 악행도 저지를 수 있는 동물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선의 평범성’도 상정할 수 있다. 하여 우리 사회를 ‘사람 살 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마땅히 권선징악(勸善懲惡)해야 한다.

악의 평범성은 본능의 문제이고, 선의 평범성은 교육과 수양의 문제이다. 하여 악은 저지르기 쉽고 선을 행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악의 평범성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악을 철저히 책임 추궁하여 응징을 하여야 한다. 이 악의 평범성에 대한 심판은 학습효과를 통해 사회의 에토스(ethos)가 진작되어 선의 평범성으로 선순환할 것이다.

다음으로 ‘무사유’ 문제이다. 생각하지 않는 게 아니다.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없는 것이 절대 아니다. 법정의 아이히만도 “내 의지의 원칙이 항상 일반적인 법의 원칙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칸트의 정언명령을 이야기했다.

필자는 아이히만이 유대인 학살이 도덕적이든 정치적이든 옳지 못함을 알고 있었다고 확신한다. 다만 이익은 진리보다 강한 법이다. 자신의 이익 추구를 ‘상부의 명령’이라는 외피로 합리화했을 뿐이다.

이명박이, 원세훈이, 그리고 그들의 지시를 받은 국정원 직원이 ‘무뇌아’가 아님은 자명하다. 아니, 너무 똑똑해서 탈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몰염치한 짓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그들은 그 좋은 머리를 열심히 굴려 확률 계산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는 항상 거악이 승리했음을 감안했을 것이다. 그 결과로 그들의 행위는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바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촛불 혁명’, 그 이름에 가슴이 설렌다. 그러나 기억한다. 역사에서 거의 모든 혁명이 반혁명으로 세상이 다시 뒤집혀졌다는 사실을.

이명박과 적폐청산 대상들을 역사의 법정이 아니라, 현 대한민국 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우지 않는 이상, 언제든 반혁명으로 우리 일상은 다시 나락으로 곤두박질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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