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에페어스Foreign Affairs』 2018년 5/6월호에 민주주의의 성쇠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민주주의가 단지 시민적 이상理想에만 터한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통찰이 매우 흥미롭다. 경제가 성장하면 민주주의에로 정치체제가 자연적으로 이행된다는 통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향후 남-북의 정치적 통일에 대해 강력한 시사점을 던져주기에 3회에 걸쳐 번역, 연재한다.
민주주의 세기의 종말 : 세계적으로 독재정치가 우월해지고 있다¹⁾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타임Time』 창간인 헨리 루스Henry Luce는, 미국은 20세기가 간단히 “미국의 세기”로 알려질 정도로 부富와 힘을 축적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예언은 선견지명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나치 독일에게, 뒤에는 소련에게 패권에 대한 도전을 받았지만, 미국은 이 적들을 모두 물리쳤다. 새 천년이 될 때까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국가로서의 미국의 지위는 나무랄 데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결과적으로 20세기의 특징은 한 특정 국가가 우월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20세기는 그 특정 국가가 세계에 확산시키려고 한 정치제도를 특징으로 한다. 그것은 자유민주주의이다.
20세기는 자유민주주의의 시대
민주주의가 세계적으로 번성하자, 민주주의의 우월성은 민주주의의 고유한 속성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인도, 이탈리아 또는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자신들의 정치제도에 충실한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그 나라의 시민들이 헌신적으로 개인의 권리와 집단적 자기결정권을 (그 정치제도가 반영하도록) 발전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폴란드인과 필리핀인들이 독재정권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그들 역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보편적인 인간 욕구를 공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기의 사건들은 다른 방식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전 세계 시민들이 자유민주주의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단순히 민주주의의 규범과 가치 때문만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경제적, 지정학적 성공의 가장 두드러진 모델을 제공한 덕분이기도 하다. 이전의 권위주의 정권의 시민들을 민주주의 신봉자로 변화시키는 데는 시민의 이상理想이 큰 역할을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1950년대와 1960년대 서유럽의 놀랄만한 경제성장, 냉전에서 민주국가의 승리, 그리고 민주주의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 독재국가의 패퇴나 붕괴도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민주주의가 패권을 잡는 데에 물질적 토대를 진지하게 고려하게 되면, 민주주의의 가장 큰 성공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관점으로 제시된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현재의 위기에 대한 사고방식도 변화시킨다. 민주주의 국가들이 시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능력이 악화되자, 자유주의를 거부하는 포퓰리즘(populism. 민중영합주의)이 브뤼셀에서 브라질리아에까지, 그리고 바르샤바에서 워싱턴에까지 출현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경제적 한계 봉착 ... 권위주의적 포퓰리스트 약진
놀랄 만큼 수많은 시민들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는 것을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65세 이상의 미국인 2/3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 반면, 35세 이하의 미국인들 중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1/3도 되지 않는다. 권위주의적 대안에 개방적이기까지 한 소수파가 증가하고 있다. 1995년에서 2017년까지 프랑스와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군부통치를 지지하는 사람의 숫자가 세 배 이상이나 늘었다.
전 세계에 걸친 최근의 선거가 보여주듯이, 이러한 여론은 단순히 추상적인 선호가 아니다. 이것은 극단적인 정당이나 후보자에 쉽게 쏠릴 수 있는 반체제 감정이 심층에서 고조되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과거 20년에 걸쳐 서유럽과 북미에서 민주주의 제도의 가장 기본적인 몇몇의 규칙과 규범을 경시하는 권위주의적 포퓰리스트들이 약진했다.
한편 권위주의적 독재자들은 아시아와 동유럽의 대부분 지역에서 지금까지의 민주주주의 진전을 과거로 역진시키고 있다. 이러한 의외의 사태를 전 세계에 걸친 경제적·군사적 힘의 균형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로 설명할 수 있을까?
오늘날 발전된 경제와 동맹으로 통합된 민주주의 국가들의 오랜 패권이 저물어 가고 있으므로, 이 문제는 더욱 긴급한 것이다. 19세기 마지막 10년 이래로 줄곧 소련에 대항해 서구 냉전 동맹을 구성했던 민주주의 국가들-북미, 서유럽, 오스트레일리아, 전후 일본-은 세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해 왔다. 19세기 말에, 민주주의가 확립된 영국과 미국은 세계 GDP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20세기 후반기에, 민주적 통치와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구조의 지리적 범위가 일본과 독일에까지 확장되자, 자유민주주의 동맹국의 힘은 더욱 압도적이 되었다.
그러나 현재 100년 만에 처음으로 이 몫이 세계 GDP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IMF(국제통화기금) 예측에 따르면, 이 몫은 10년 안에 1/3로 뚝 떨어질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패권이 쇠퇴함과 때를 같이하여, 권위주의 국가의 경제적 생산고의 몫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1990년에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²⁾가 “비자유”(싱가포르와 같은 “부분 자유”국가를 배제한 가장 낮은 범주)로 등급을 매긴 국가들은 세계 소득의 12%를 차지했다. 현재 이 국가들은 33%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유럽에서 파시즘 출현기인 1930년대 초반의 파시즘 국가가 성취한 수준과 맞먹고, 소련의 힘이 최고조였던 냉전기에 소련이 달성한 수준을 능가한다.
민주주의 국가 GDP, 100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져 ... 권위주의(비자유) 국가 경제 급속 성장
결과적으로 세계는 지금 획기적인 중대 시점을 향해 가고 있다. 앞으로 5년 내에,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비자유not free" 국으로 간주되는 국가들이 차지하는 세계소득의 몫이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차지하는 몫을 추월할 것이다. 사반세기(25년) 동안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전례 없는 경제적 강자의 위치에서 전례 없는 경제적 약자의 위치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주의의 전통적 중심지를 구성했던 북미나 서유럽이 이전의 패권을 재획득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 보인다. 민주주의 제도가 국내에서 공격을 받고 있고,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래의 청사진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독재국가 몇몇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둘째는 영원히 지속할 것 같았던, 민주주의 국가가 패권을 쥔 기간은, 상호적대적인 정치체제 간의 투쟁이라는 새 시대에 앞서 존재했던 간주곡에 불과했음이 증명된다는 것이다.(곧 ‘중편’으로 이어집니다.)
※1)글쓴이. 야스차 뭉크Yascha Mounk. 『위험한 민주주의』의 저자. 현재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치제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로베르토 스테판 포아Roberto Stefan Foa. 멜버른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2)워싱턴 D.C.에 있는 비정부기구로, 민주주의와 정치적 자유 그리고 인권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보고서로는 ‘세계자유보고서’와 ‘언론의자유보고서’가 있다. 세계의 자유 지수는 1972년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으며, 국가 간 등급은 상당 부분 세계인권선언에서 유래된 정치적 권리와 시민자유로 평가한다. 각 국가는 ‘자유free', '부분자유partially free', '비자유not free'로 평가된다.(참고,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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