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정치적 통일’은 가능할까?㊥

조송원 승인 2018.06.23 14:52 | 최종 수정 2018.06.23 15:42 의견 0

가난한 나라가 모방하고 싶은 정치체제는? ... 민주주의적 자본주의 vs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세계적으로 자유민주의가 위축되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상과 규범이 빛을 바랬기 때문이 아니다. 권위주의적 자본주의가 자유민주주의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경제적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와 그 경제적 능력은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냉전적 이데올로기 경쟁은 민주주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적 자본주의와 권위주의적 자본주의라는 체제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북한도 곧 개혁·개방으로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정치적으로 독재를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그 경제적 성과가 현저하다면, 남북한의 정치적 통일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서 세계사적 흐름을 살피면서 ‘통일’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평화와 안정된 삶이 이데올로기-정치적 통일-보다 상위 개념이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부富의 힘과 영향력 ... 국가를 안정시킨다

경제적 번영이 국가에 가져다주는 힘과 영향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그 국가를 안정시킨다는 점이다. 정치학자 아담 쉐보르스키Adam Przeworski와 페르난도 리몬기Fernando Limongi가 보여주듯이, 가난한 민주국가는 종종 붕괴한다. 부유한 민주국가만이 확실히 안정적이다. 부유한 국가란 그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늘날 기준으로 1인당 GNP가 14,000달러 이상인 국가를 말한다. 미국과 유럽을 묶는 전후 동맹이 형성된 이래로, 부유한 동맹국의 민주적 통치가 와해된 적은 없었다.

경제력은 민주국가를 안정시킬 뿐 아니라, 그들에게 다른 나라의 발전에 영향을 끼칠 여러 가지 수단을 준다. 그 수단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문화적 영향력이다. 서구 자유민주주의 최전성기 동안에 미국과 서유럽은 가장 유명한 작가와 음악가, 가장 많이 보는 텔레비전 쇼와 영화, 가장 앞선 산업, 그리고 가장 유명한 대학교의 고향이었다. 1990년대에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성년이 된 대부분의 젊은이들의 마음속에는 이 모든 것들이 똑같이 보였다.

곧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서구의 부를 공유하고 싶다는 욕망은 서구의 생활양식(lifestyle)을 취하고 싶은 욕망이기도 했다. 그리고 서구의 생황양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서구의 정치체제를 본뜰 필요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서구의 부와 생활양식에 대한 욕망 ... 서구의 정치체제 모방 당연시 

이러한 경제력과 문화적 위광(감히 범하기 어려운 위엄과 권위)의 조합이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촉진시켰다.

예를 들면, 미국의 멜로드라마(soap opera) 달라스Dallas가 1980년대 소련에서 방영을 시작하자, 소련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미국 교외의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부유함과 자신들의 물질적 궁핍을 대조하면서, 자신들의 경제체제는 왜 이처럼 뒤처져 있는지 의아해 했다. “소련 제국의 몰락에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 중의 한 명인 래리 해그먼Larry Hagman은 몇 년 뒤에 자랑했다. 소련 시민들이 정부에 의문을 갖게 된 것은 자신들의 이상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훌륭한 구식舊式의 탐욕”이었다고 그는 주장한 것이다.

서구민주주의 국가들의 경제적 강점은 더 큰 이점도 될 수 있었다. 서구민주주의 국가들은 다른 나라의 정치적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었다.

그 수단은 세계경제체제에 편입시켜 준다고 약속한다거나 배제한다고 위협을 하는 것이었다. 1990년대와 금세기 첫 10년 동안, EU(유럽연합)와 WTO(세계무역기구)의 회원국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은 동유럽 국가들, 터키, 그리고 타이와 남한 등 아시아 일부 국가들이 민주주의 국가로 개혁하는 데 강력한 동기를 제공했다.

한편, 세계경제에 참여를 막는 서구의 경제제재는 걸프 전쟁 후 이라크 대통령 사담 후세인을 억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코소보 전쟁 후 세르비아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셰비치가 몰락하는 데 유효한 수단이 되었다.

결정적으로, 경제력은 군사력으로 쉽게 전환될 수 있다.

이 사실 역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세계적 지위를 높이는 큰 역할을 했다. 이것은 힘으로 민주 정권을 전복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이며, 거의 군사적 굴욕을 당하지 않게 함으로써 국내國內에서 민주 정권의 정통성을 향상시켰다. 동시에 외교적 영향력과 과거의 흔적은 민주주의 확산을 장려했다. 폴란드나 우크라이나처럼 물리적으로 민주주의 강대국과 권위주의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나라들은 서구와의 동맹에서 얻게 되는 물질적, 군사적 이익에 깊이 영향을 받았다.

옛 식민지 국가들은 그들이 독립했을 때 이전의 식민모국의 정치체제를 본떴다. 이리하여 카리브 해 도서島嶼 국가들에서 동아프리카 오지에까지 의회민주주의가 남아있게 된 것이다. 독일과 일본이라는 두 가지 큰 사례에서, 적어도 서구의 군사적 점령은 모범적인 민주 헌법 도입의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세계적으로 자유민주주의의 이상이 확산되는 데 경제력이 담당한 역할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는 민주주의 세기世紀를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또한 민주국가 동맹의 경제적 영향력의 쇠퇴가 앞으로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끼칠 효과를 반영하지 않고는 자유민주주의 미래를 올바르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구 자본주의 국가의 상대적 경제력 쇠퇴 

일견一見하면, 부유함이 안정을 낳는다는 결론은 북미와 서유럽의 장래가 밝은 것처럼 보인다. 그 나라들에는 자유민주주의 제도가 전통적으로 가장 굳건히 확립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상대적인 힘이 쇠락할지라도 캐나다나 프랑스의 부富의 절대적 수준이 민주주의가 실패하는 경향이 있는 수준 아래로는 떨어질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부의 절대적 수준은 2차 대전 후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을 안정시킨 여러 경제적 특징 중의 하나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진실로 그 기간 동안의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들은 자신들의 과거 성공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세 가지 경제적 특성도 공유하고 있었다. 곧 상대적인 경제적 평등, 시민들 대부분의 소득이 빠르게 향상되었다는 것, 그리고 민주주의에 적대하는 권위주의 라이벌들이 훨씬 덜 부유했다는 사실, 이 세 가지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주석은 중국에서 만나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습니다. 두 나라는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함께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지난 6월 8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함께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출처 : SBS방송 캡처

이 모든 요인들이 최근에 침식당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 보자. 1970년대에 상위 1% 소득자가 세전稅前 소득의 8%를 차지했다. 현재는 그들이 20% 이상을 점하고 있다. 20세기 대부분 동안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임금은 대충 한 세대에 두 배로 늘어났다. 그렇지만 지난 30년 동안 임금은 본질적으로 오르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을 뿐이다. 냉전 기간을 통해 구매력 기준 미국의 GDP는 소련의 2~3배였다. 오늘날 미국의 GDP는 중국의 그것보다 1/6 더 적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경제적 성과와 경쟁하는 독재정권의 능력은 특히 중요하고 새로운 사태의 전개이다. 영향력이 절정기일 때, 공산주의는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에서 자유민주주의 이데올로기와 경쟁했다. 그러나 그때에도 자본주의를 대체할 경제적 대안은 거의 제시하지 못했다. 진실로, 소련과 그 위성국들이 생산해낸 세계 소득의 몫은 1950년대 중반 13%가 정점이었다. 뒤따르는 몇 십 년에 걸쳐서 그 몫은 꾸준히 하락했고, 1989년에는 10%로 떨어졌다.

공산주의 국가들은 또한 서구자본주의 국가들의 안락과 경쟁할 수 있는 생활양식도 자신들의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없었다. 1950에서 1989년에 걸쳐서 소련의 1인당 소득은 서유럽의 2/3에서 1/2 이하로 떨어졌다. 독일의 작가 엔첸스베르거Hans Magnus Enzensberger가 레닌의 논문 제목을 따서 비꼬았듯이, 소비에트 사회주의는 “저발전의 가장 높은 단계”임이 증명되었다.

1인당 국민소득 상위 15개국 중 10곳이 비민주국가

새로운 형태의 권위주의적 자본주의는 결국 유사한 유형의 경기 침제를 겪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한 국가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장과 합리적으로 보장하는 소유권을 결합한 권위주의적 자본주의가 걸프 국가들과 동아시아에서 출현했는데, 현재까지는 잘 굴러가고 있다. 세계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15개국 중에서 거의 2/3가 비민주주의 국가이다. 이란, 카자흐스탄 그리고 러시아와 같이 비교적 성공하지 못한 권위주의 국가들도 1인당 소득이 20,000달러 이상임을 자랑한다.

20년 전과 같이 최근에도 1인당 소득이 아주 낮은 중국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시골 오지의 평균 소득은 낮지만, 중국은 그 지역보다 더 넓은 도시에서 더 높은 수준의 부를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중국 해안지역은 인구는 4억2천만인데, 그들의 평균소득은 23,000달러이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수억 명의 인구가 “권위주의적 현대성”의 조건 속에서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다.

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이 어떤 제도를 모방하고 싶어 하는데,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국가들의 현저한 번영은, 번영으로 가는 길은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를 통할 필요가 없다는 증거로서 작용하는 것이다.(25일<월>에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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