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는 동서고금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두려운 존재는 아니었다. 가짜뉴스의 공포는 가짜뉴스 그 자체보다 공유와 확산에서 비롯된다. 인터넷 시대,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그 책임을 온전히 가짜뉴스의 공급자에게만 물어야 할까? 미디어 소비자 몫도 크다. 새삼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미디어 콘텐츠 해독능력과 비판적 이해 능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기사를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접하고 독자제현의 참고가 될 것 같아 번역,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가짜뉴스와의 싸움¹⁾
컴퓨터 앞에 앉자 오래지 않아, 종신직 역사학 교수는 수억 명의 사람들이 매일 부닥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곧, 인터넷에 나오는 정보들 중 신뢰할 수 있는 것을 결정하는 일이다.
그의 컴퓨터 스크린에는 학교에서의 집단 괴롭힘에 대처하는 법에 대한 미국소아과협회라는 단체가 발표한 기사가 떴다. 그 단체가 권하는 충고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다. 학교는 집단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특정집단을 강조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일시적으로 혼란에 빠진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트를 훑어보면서, 교수는 “.org” 웹 주소와 학문적으로 보이는 인용목록에 주목했다. 번지르르한 자동재생비디오가 없이 수수한 디자인의 그 사이트는 믿을 만하다고 교수는 생각했다. 5분 후에 교수는 그 기사를 의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나는 분명히 공인 사이트를 보고 있다.”
그 교수가 이 사이트의 겉모습에 초점을 맞추어서 깨닫지 못한 것이 있다. 문제의 그 단체(미국소아과협회)는 동성커플의 양자 입양 논쟁으로 미국의 주류 소아과 학술원(the mainstream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에서 탈퇴한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분파이다. 이 단체는 반게이 정책(antigay policies)을 조장한다고 비난을 받고 있으며, 인권단체인 ‘남부빈곤법률센터’는 혐오 단체로 지정했다.
신뢰는 당면한 문제였다. 학구적인 그 교수는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샘 와인버그가 수행하는 실험의 한 부분으로서 그 기사를 평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와인버그 팀은 인터넷 시대에 가장 골치 아픈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십 명의 피험자들에게 평가 작업을 부탁한 것이다. 두 가지 문제는 이것이다.
디지털에 익숙한 10대에서 IQ 높은 학자까지 가짜뉴스의 봉이 되기 쉽다
우리들 중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까지도 웹 사이트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왜 그렇게 서툰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와인버그 팀이 발견한 것은, 디지털에 정통한 10대부터 IQ가 높은 학자들까지 모든 연령대의 미국인들이 브라우저를 통해 만나는 내용물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하지 않는데, 이로 인해, 왜 우리는 온라인에서 속기 쉬운 봉이 되는가,에 대한 연구를 늘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다른 연구들은, 사람들이 트위터를 클릭하지도 않고 리트윗하며, 검색엔진에 너무 많이 의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6년 퓨(the Pew)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거의 1/4은 조작한 뉴스 스토리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MIT 인지과학자 데이비드 랜드는 자신의 실험에서, 평균적으로 사람들은 적어도 20%의 시간 동안 거짓 뉴스를 믿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우리는 모두 자동차를 몰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 중 아무도 면허증을 소지하지 않고 있다.” 와인버그는 우리가 온라인으로 정보를 소비하는 데 대해 이렇게 비유적으로 말했다.
물론 인터넷에서 진실과 허구를 분리해내는 데 대한 우리의 무능력은 학문적인 대상 그 이상이다. “가짜뉴스”와 그 사촌들-낚시질(clickbait)에서부터 “깊은 가짜들”(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을 실제인 것처럼 보여주는 비디오들)까지-은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협하는 두려운 것이다. 정치가와 기술자들은, 간섭자들이 그릇된 정보를 퍼뜨림으로써 전 지구의 선거를 조작하려 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에 의하면, 이것이 바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 요원들이 한 일이다.
지난 7월 31일에 페이스북은 2018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운동의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삭제된 어떤 웹 페이지의 저자들은 수천 명의 사람들을 조작한 항의집회에 참석하는 데 관심을 갖게 했다. 그 조작한 항의집회는 명백히 백인 민족주의자들과 좌파들을 같은 거리에 불러내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선거보다 더 큰 이해관계가 있다. 정보를 조사·분석하는 능력은 일상생활에서도 중요하다. 엄마가 구글에 자식들이 예방접종 주사를 맞아야 할지 여부를 물을 때마다, 아이가 트위터에서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글을 볼 때마다 중요한 것이다. 인도에서는 어린이가 납치되었다는 거짓 소문이 왓츠앱(Whatsapp)을 통해 퍼지자, 군중들은 무고한 사람을 때려 죽였다. “이것은 공중보건의 위기와 같은 것이다”고, 비당파적인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News Literacy Project) 설립자 알랜 밀러는 말한다.
"가짜뉴스 위험성, 공중보건 위기와 같다"
빠른 해결책은 없다. 비록 기술회사들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압력을 높이고 있지만 말이다. 페이스북은 7월 단 하루 만에 주식 가치로 1200억 달러를 잃었다. 왜냐하면 페이스북을 통하여 퍼지는 음모론에 대한 비판론을 포함하여 페이스북의 성장을 저해하는 일련의 문제들을 다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지니어들이 기계들에 어떤 게 진실한지 거짓인지를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론의 자유란 토대 위에 구축된 나라에서, 누가 온라인의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느냐에 대한 토론은 대단히 논쟁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 8월 주요 기술 회사가 화려한 음모론자 알렉스 존스의 계정을 퇴출키로 한 결정을 환영했다. 알렉스 존스는 여객기의 비행운飛行雲이 인간의 두뇌를 손상시키며, 샌디 훅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 가족들이 교묘한 속임수를 쓴 배우들이라는 주장을 퍼뜨렸다.
사람들은 검열을 요구한다. 그러나 법집행 기관이나 정보기관이 자판으로 장난치는 모든 나쁜 행위자들을 색출해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상에서 잘못된 진술을 삭제할 권한을 정부에 주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책임져야 할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악의적인 갈취꾼이나 대혼란을 즐기는 낚시꾼이나 돈벌이로 거짓 이야기를 퍼뜨리는 마케도니아 10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속기 쉬운 독자인 우리에게도 있다. 와인버그 같은 전문가는, 디지털 세계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들 더 잘 이해할수록, 우리가 그 해결책의 일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우리가 바보이기 때문에 가짜뉴스에 빠지는 게 아니다. 종종 이것은 잘못된 충동에 내맡기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평균 미국인이 일주일에 24시간을 온라인에 쓰는 시대에, 제목 이외에는 어떤 것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느끼기 쉽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라, 남에게 동조하고 싶은 욕망이 어떤 이야기는 위험하다는 잠재의식을 앞설 수도 있다. 정치적인 확신은 생각을 게으르게 한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충동이 있다. 바로 대답을 쉽게 얻으려는 우리의 욕망이다.
바보라서 가짜뉴스에 빠지는 게 아니다, 해답을 쉽게 얻으려는 욕망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들이 이성적 동물이라고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에 우리는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사고의 지배를 받는다. 심리학자들은 ‘휴리스틱스’²⁾라는 인지적 지름길 연구를 통해 이것을 보여준다. 이 시간 절약기(time-savers)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식료품점에 갈 수도 없다. “우리는 모든 브랜드의 요구르트를 조사·비교할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친숙성 휴리스틱’(familiarity heuristic)에 의존한다. 이것은 어떤 것이 친숙하다면, 틀림없이 좋고 안전하다고 간주하는 우리의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우리 선조들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었다. 문제는 특히 온라인 환경에서 이것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사람들을 미혹하게 한다는 점이다. 한 실험에서 MIT의 랜드는 ‘유창 휴리스틱’(fluency heuristic)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데, 유창 휴리스틱이란 과거에 우리에게 노출되었던 것을 믿는 경향을 말한다.
그 실험은 사용자(user)가 페이스북에서 본 것과 똑같은 형식으로 된 제목-일부는 거짓이고 일부는 진실한-을 피험자들에게 제시했다. 그랬더니 단순히 가짜뉴스에 노출된 것만으로 사람들은 그 이야기가 정확한 것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곧, 전에 본 적이 있다면, “뇌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전에 본 것)을 진실이라는 표지로 사용했다.”
(곧 ‘하’편이 이어집니다.)
※1)Katy Steinmetz, 「Fighting Fake News」, 『TIME』, AUGUST 20, 2018. 2)heuristics.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사용하는 어림짐작의 기술(심리학용어사전).
<칼럼니스트·인저리타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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