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주식시장을 접수한다?

조송원 승인 2019.10.16 17:33 | 최종 수정 2019.10.16 17:41 의견 0
(Joshua Sortino/Unsplash)
ⓒJoshua Sortino/Unsplash

삼성전자 주가가 1년 4개월 만에 5만 원을 넘어섰다. 14일 종가가 5만 원이고, 15일은 50100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4일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 분할한 뒤 주가가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올 1월 4일엔 3만745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7조7000억 원으로 발표했다. 시장 기대치를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또 반도체 업황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초에 4천만 원으로 주당 4만 원에 1천주를 매입했다면, 지금은 1천만 원의 투자 수익을 올린 셈이 된다. 그러나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어떻게 예상할 수 있겠는가. 주가 예상은 경제전문가들보다 원숭이의 무작위 선택이 더 적중률이 높았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이렇게 예측이 어렵고 변화무쌍한 주식시장에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가 개입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건 가정이 아니고, 월 스트리트(Wall Street·뉴욕 시에 있는 미국 금융·중권 거래 중심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서 표지 이야기로 다루고 있다*. 거칠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기계가 투자를 장악하고 있다. 주식을 사고파는 단순한 일뿐 아니라, 경제를 모니터하고 자본 배분이라는 아주 중요한 일까지 한다. 인간이 정해준 규칙을 따르는 컴퓨터에 의해 운영되는 펀드(funds)가 미국 주식시장의 35%, 기관 주식자산의 60%, 거래행위의 60%를 차지한다. 또한 새로운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자신의 투자규칙을 쓰고 있는데, 주인인 인간은 그 규칙을 부분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다.

피자배달부터 할리우드까지 모든 산업은 기술에 의해 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은 회사에 대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고, 부富를 재분배하며 경제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산업과는 아주 다르다. 월 스트리트 분석가들은 1980년대에는 엑셀(Excel)과 같은 스프레드시트 소프트웨어(Spread-sheet software)의 열렬한 애호가였다. 그때 이래로 컴퓨터는 금융 산업의 대부분을 장악했다. 제일 먼저는 사고파는 주문을 실행하는 따분한 일이었다. 요즘 주식거래소에 가 보면, 서버의 윙윙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주식거래인들의 외침소리는 들을 수 없다.

지난 10년간에 컴퓨터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서 졸업했다. 상장지수펀드(Exshange-Traded Fund·ETF)와 뮤추얼펀드(Mutual Fund)는 주식과 채권의 지수를 자동 추적한다. 지난달 컴퓨터들이 미국 주식에 4.3조 달러를 투자하게 했다. 이는 처음으로 인간에 의해 투자된 총량을 넘어선 금액이다.

그동안 줄곧 컴퓨터는 자율성을 확보해 왔다. AI를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인간의 도움 없이 그들만의 전략을 고안해 낸다. 일부 펀드 전문가들은 AI에 회의적이다. 그러나 정보처리력(processing power)이 향상함에 따라,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시장의 생명줄인 정보의 흐름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인간 펀드 매니저는 리포트를 읽고, 엄격한 내부자 거래 및 공개법에 따라 회사를 만난다. 현재는 거의 무한한 새 데이터 공급과 정보처리력은 투자를 결정하는 새로운 방식을 창조해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펀드는 소매상의 자동차 주차장을 추적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이용한다. 그리고 전자상거래 사이트로부터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긁어모은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이사회보다 회사에 관해 더 싱싱한 정보를 가질 수 있게 된다.

1997년에 IBM 슈퍼컴퓨터 딥 블루(Deep Blue)가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물리쳤다. 부분적으로나마 인간에 대한 기계의 승리이다. 딥 블루는 인간이 쓴 규칙을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인간 스타일로 체스를 했으나, 인간보다 훨씬 더 빨랐고, 더 잘했다.

2017년에 구글은 알파제로(AlphaZero)를 선보였다. 체스 규칙을 제공받고는 경기방법을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다. 불과 네 시간 훈련하고서 스톡피시(Stockfish)를 이겼다. 스톡피시는 인간의 전략으로 프로그램된 최상의 체스 기계였다.

“30년 전에는 최상의 펀드 매니저는 최상의 투자기관에 있는 사람이었다. 현재는 기계와 데이터와 AI를 사용하는, ‘과학적 접근방법’을 취하는 사람들이 우위를 가진다.” 헤지 펀드 투 시그마(Two Sigma) 공동대표 데이비드 시겔의 진단이다.

전통적인 자산 매니저가 이젠 더 이상 경쟁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공개 시장이 승자독식(winner-takes-all)이 되고 있다. 나는 이 게임에서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자브라 캐피탈(Jabre Capital) 창업자 필립 자브라의 말이다.

정녕 주식시장에서 AI를 장착한 컴퓨터에 인간은 경쟁할 수 없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조심스러워 한다. “한동안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투자 요인을 기계가 발견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가짜로 판명 났다.”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의 권위자인 예일대학교 브라이언 켈리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기계학습과 경제이론을 결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노골적으로 회의적인 사람도 있다. 체스 게임에서는 규칙이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시장은 진화한다. 특히 사람들은 배우고, 배운 것은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발견한 것을 다른 사람들도 발견하게 되면, 그것은 가치가 없을 뿐 아니라, 지나치게 평가를 낮추게 된다. 이러면 손실을 낳을 수도 있다. 그리고 예전에 유효한 전략이 다시 유효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인간의 논리를 적용하지 않는, 기계학습 전략은 깊은 이해를 동반하지 않는다면 결국 못 쓰게 되어 버릴 것이다.

기계로 발견한 투자요인으로부터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전망이 나오면 다른 자금 관리자들이 유혹되어 몰려들 것이다. 그 결과를 두려워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왜냐하면 미지의 세계에 뛰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하고 효율적인 시장일수록, 투자자와 회사에는 더 좋다.

어떤 거래의 이점은 처음에는 소수에게 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가차 없다. 그 이점의 원천은 대중에게 알려질 것이고, 누구나 모방할 것이다. 새로운 어떤 것은 결국 누구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주식시장에 관해서만이 아니라, 주식시장이 반영하는 세상에 대해서도 그렇다.

*1.Leader, 「Masters of the universe」, 『The Economist』(OCTOBER 5TH 2019), p.11. 2.Briefing, 「Automatic investing」, 『The Economist』(OCTOBER 5TH 2019 ), pp.20~22.

<작가·인저리타임 편집위원>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