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13) - 아버지의 천사, 박씨 집안의 구심점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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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6 11:41 | 최종 수정 2021.01.2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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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 사진이 없다. 돌 잔치를 할 처지가 못되어서 그렇다고 들었다. 아버지가 취직을 했으나 회사 형편으로 회사를 다니지 못해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울 때 태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보다 두 살 위인 누나가 첫돌을 맞았을 때는 아버지가 겨우 취직이 되어 아주 약간의 경제적 여유가 있었나 보다. 그래서 저렇게 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것이다. 돌 상에 차려진 음식들도 풍성하다. 누나는 힘들고 어렵게 맺어진 사랑의 결실이었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너무 어렵게 살아 애를 낳을 처지가 못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누나는 태어나고 저렇게 근사한 돌상을 받았다. 시기는 1958년 2월 17일이다.
장소는 엄마와 아버지가 만났던 청파동을 떠나 보금자리를 이루었던 금호동 산자락에 위치한 논골이었다고 한다. 아주 오래 전에 내가 차를 운전할 때 엄마를 모시고 논골에 찾아 간 적이 있다. 이렇게 돌상까지 차리고 나서 두 달 후에 엄마와 아버지는 결혼식을 치를 수 있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아주 비정상적인 역행이지만 그 당시 아버지가 처한 기구한 삶속에 천사처럼 나타난 엄마의 사랑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생명의 은인이었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베푼 사랑이 없었다면 아버지는 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아버지는 지금도 말씀하신다. 특히 저렇게 아버지 밑으로 줄줄이 딸린 네 명의 동생들까지 같이 살면서 먹여 살려야 했으니 엄마는 박씨에게 시집을 와서 든든한 구심점이 되어 주었다.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 그래도 늘 하얀 치아를 드러내는 엄마의 일품 웃음을 보니 고생 속의 작은 행복감이 지금도 전해지는 듯하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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