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이야기(14) - 「3시의 다이얼」을 들으셨던 엄마

소락 승인 2021.01.26 19:55 | 최종 수정 2021.01.27 12:33 의견 0
1960년대 「3시의 다이얼」 DJ 최동욱

나는 금호동 논골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지만 그곳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다. 나에게 고향처럼 여겨지는 곳은 행당동 한양대 앞이다. 엄마는 여기에서 새댁이었을 것이다. 누나는 나한테 외할머니인 친정 엄마한테 맡겨 키우고 나를 여기서 키웠다고 한다. 20대 초반의 가녀린 새댁이 처녀 포대기에 나를 업고 다니며 억척스레 사셨다고 한다. 삶은 감자든 국수든 간장 비빔밥이든 뭐든지 나는 꿀떡꿀떡 잘 먹기에 돼지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시절이었으리라. 지금 한양대 앞 덕수고등학교 자리에는 당시 서울교대가 있어서 문방구도 하고 한양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집에서 김밥을 말아 파셨다고 한다. 

그렇게 힘든 삶속에서 엄마는 라디오를 들으며 음악을 즐기셨다. 당연히 나도 같이 들었다. 동아방송(DBS)에서 진행하던 「3시의 다이얼」의 시그널 송을 아직도 내가 기억하는 이유다. 그 경음악의 제목은 〈That happy feeling〉이다. 저 행복한 기분이라는 제목답게 참으로 들으면 행복감이 솟는다. 개인적으로 내가 꼽은 가장 멋진 최고의 시그널 송이다. 이 시그널 송과 함께 나오던 DJ 최동욱의 목소리도 기억난다. 국내 최초의 리퀘스트 음악방송이었던 「3시의 다이얼」은 1960년대 모두들 살기 어려웠던 당시에 국민들에게 힘을 주었던 방송이었다. 엄마도 이 음악 방송을 들으며 그나마 행복감에 젖어들기도 했었을 것이다. 엄마는 여기서 나오는 음악들 중에서 도리스 데이가 부른 〈Que sera sera〉와 수 톰슨이 부른 〈Sad movie〉를 좋아하시고 따라 부르셨다. 내가 음악적 감성을 지니며 팝송을 부르는 것도 아마도 이 때 엄마와 같이 들었던 이 음악 방송 덕택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엄마에게 위안이 되었던 「3시의 다이얼」 DJ 최동욱 님께서 TV에 출연하셨다. KBS 1TV가 방영한 'TV 회고록 울림‘이라는 프로그램에서였다. 엄마보다 서너살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정정하신 모습을 뵈니 참 반가웠다.

「3시의 다이얼」의 시그널 뮤직과 함께 나오던 1960년대 목소리 그대로 젊음을 유지하고 계셨다. 방송인으로서 기자로서 저술가로서 인생 이야기가 참 의미 있었다. 지금도 현역 DJ이시다.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라디오서울코리아www.radioseoulkorea.com에서 매일 4시간씩 6회를 방송하니 24시간 연속 방송을 하신다고 한다. 방송 도중에 젊은이들에게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준 방송을 진행했다는 자막이 나왔는데 참으로 사실이다. 엄마가 정말로 그러셨다. 엄마도 그 당시 세시의 다이얼을 들으며 힘을 얻으셨다. 만나 뵌 적은 없는 분이지만 참 고마운 분이다. 감사를 드린다.

<소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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