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이 읽어주는 좋은 시 (20)】 고발장告發狀 - 홍사성

인저리타임 승인 2024.01.04 05:28 의견 0

고발장告發狀

홍 사 성

인간들이 아주
작당을 한 게 틀림없습니다

빙산 다 녹이기로
북극곰
남극 팽귄 다 멸종시키기로

저 편한 대로 욕심껏 살기로
미친 듯
지구를 망가뜨리기로

헛말 아니라는 증거
차고 넘칩니다

- 『지구의 눈물』, 문학의 집 서울, 2023년

홍사성 시인의 고발장이라는 시를 문학의 집 서울에서 발간한 지구의 눈물이라는 책에서 발견하고는 이 고발장에 동조하면서 시를 음미해 본다.

’인간들이 아주 작당을 한 게 틀림없습니다‘라고 시를 시작하면서 지구의 온난화로 ’빙산 다 녹이기‘와 ’북극곰 남극 팽귄 다 멸종시키기‘로 한 인간은 ’저 편한 대로 욕심껏 살기‘와 ’미친 듯 지구를 망가뜨리기‘를 하여 현재의 우리뿐만 아니라 후손들도 호흡하기 힘든 삶으로 치닫고 있는 점에 경각심을 갖도록 고발을 한다. ’헛말 아니라는 증거 차고 넘‘친다고 했다.

얼음 녹아 북극곰은 쓰레기통을 또 뒤지고 비닐 가루가 위 속 가득해 굶주려 쓰러지는 생물들 늘 없는 나무 아래 느려지는 걸음들이 즐비하다. 짙은 구름 속의 해는 겨우 저물고 일어나지 못하는 별들 늘어나는 숨쉬기도 힘든 이 공간 저 공간을 과연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는가, 이 별을 다시 나의 별이라 하려면 별수 없이 과잉過剩이란 놈 하나만 내가 반백 년만 네가 반백 년만 가두어 보자.

절제된 삶으로 지구가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함께 경각심을 갖는다. 새해에 읽으니 마음이 더 새롭다.

조승래 시인


◇ 조승래 시인 : ▷경남 함안 출생,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 시집: 《칭다오 잔교 위》, 《뼈가 눕다》, 《어느 봄바다 활동서 어류에 대한 보고서》, 《적막이 오는 순서》 외 ▷계간문예 문학상(2020), 조지훈 문학상(2021) 수상 ▷단국대 겸임교수 역임(경영학 박사) ▷한국시인협회, 문학의 집 서울, 한국문인협회 이사,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시와시학,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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