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새 둥우리의 찬가 - 박미서

박미서 승인 2024.01.14 15:18 의견 0

새 둥우리의 찬가

박미서


우리네 집기슭 빈 자리에
천리향 빛의 둥우리,
느닷없이 닥친 폭풍우에서도
매듭지은 잎줄기들
슬기로운 둘레를 느끼네.
의롭고 곧은 불꽃으로
들썩였을 빛의 알 속에
미지美地로 나아갈
푸른 꿈을 가지고,
신뢰信賴의 햇살로
그릇됨없는 순리의
씨앗들 이롭게 하네.
그 푸르름 넓게 뻗은
침착한 감각들,
수천 수만의 황금빛 뿌리들,
어슬녘, 신성의 초승달,
맑음 더 맑게,
살아있는 화답의 해로
헌신하는 천사들,
아주 눈부신 도덕나무들
부쩍 자란 높은 이름처럼
간직한 염원을 품은 둥우리
흐뭇하게 다다른
그 향기조각을 입고,
공동의 푸른 강줄기처럼
눈꽃 녹은 빈 자리도
장중한 산 위로 번쩍이고
불러 보며 올려다 본 해
어우러지는,
임으로 가득하여라.

Artwork by Ann Craven

박미서 시인

◇박미서 시인은

▷2019년 현대시선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거꾸로 된 글씨처럼 뒤돌아 쓴 별똥별의 말》
▷시노래〈밝달〉 〈길목에 핀 별〉
▷현 두원네임컨설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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