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눈꽃 편지 / 박미서
박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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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5 19:32 | 최종 수정 2021.01.2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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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편지 / 박미서
가슴 켜켜이 달 뜬 날,
맑은 한밤중의 눈송이들이 구를 때
부드러운 빛을 이해했습니다.
나무들의 최초의
눈꽃 사랑 이야기도,
달빛 세례를 받습니다.
차가움은 깊어 갈수록
따뜻하게 아로새겨지고요.
기억의 모자를 쓰고서
일몰의 분홍색 눈꽃송이로
장식한 글씨 같기에
푸른 눈구름으로
풀 길 없는 눈빛도
그대에게로 활공합니다.
늘 바뀌는 새 울음을
조용히 받아내는 눈송이,
눈밭의 딱새들이 느릿하게
물어다 나르는 동안
막막한 미로마저 지우며,
침묵의 눈꽃들
넌즛이 열리고요.
단 한번 닿을 세례의 축복 속에
몽상의 눈꽃자리를 꺾꽂이합니다.
아픈 세상을 돕는 봄이 스며들도록
눈꽃 하늘이 키질을 합니다.
눈송이들과 구름 풀어가는 흰눈길,
환한 싹눈자리처럼 참스럽습니다.
◇박미서 시인은
▷2019년 현대시선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 《거꾸로 된 글씨처럼 뒤돌아 쓴 별똥별의 말》
▷시노래 〈밝달〉 〈길목에 핀 별〉
▷현 두원네임컨설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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