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바람과 물 / 박미서
박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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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3 15:15 | 최종 수정 2020.11.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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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물 / 박미서
가고 오는 바람의 목소리는,
보라빛 소용돌이 성운을
열어젖힌 손,
흑단빛 낙엽색의 날짐승이
마시는 기억의 공기,
푸르스름하게 메아리 치며
너그러운 침묵의 숨결과
조우하는 동트는 미소,
청렬한 존재들의 공기처럼
그 은근한 물결을 입히는 빛과
깃든 생 몸의 나뭇가지
마치 한 무리 위안의 이정표를 따라
마주하는 서광의 은총 같은 것,
고운 탄생을 수호하기 위해
물고기가 쌓은 모래성에도
훈훈한 물결의 빈터
상아빛 뺨을 도닥이는
살구색 눈물,
흩어지는 그림자의 용기처럼
사무치는 최초의 불씨,
안과 밖의 온화한 물 속에
잔잔히 되살아나고 있네.
그 맨 끝에서 이어 보고,
그 뿌리들이 아우르고 있네.
◇박미서 시인은
▷2019년 현대시선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시집 《거꾸로 된 글씨처럼 뒤돌아 쓴 별똥별의 말》
▷시노래 〈밝달〉 〈길목에 핀 별〉
▷현 두원네임컨설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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