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장편소설】 저곳 - 6. 기백과 사라④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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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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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에서
남녀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되는
물권색
物權色
6-4. 돈방석에 앉게 된 인간
너에 대한 좋은 소문이라고? 그러니 내가 뭘 도와줄 게 있다고? 네가 해줄 나중 얘기라는 게 뻔한 거 아니야? 내가 보기엔 이미 넌 구제불능의 여자야. 인간말종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절대악녀야. 네 얘기 더 듣고 싶지 않아. 너한테 뭔 얘기 할 맘도 사라졌다. 그렇더라도 이제부턴 그냥 내 얘기나 들어. 내 얘기에 얼마나 잘 귀기울여 경청하며 공감하는지 봐서 네 얘기 다시 들을런지 판단할게. 그런데 사실 내가 너를 이렇게 비난할 사람인지는 나마저도 의문이 가네. 내가 직접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나는 죽이도록 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렇게 내가 죽인 사람은 상상초월이야. 네가 죽인 600여 명보다 훨씬 많아. 0을 네 개나 더 붙여야 해. 그러니까 600+0000→6,000,000명 정도 될 걸. 정확한 숫자는 나도 잘 몰라. 그래도 너처럼 직접 죽인 게 아니니까. 사실 난 그 살인현장에 한 번도 가본 적도 없어. 최대 1000만 명이라는 자료도 있던데 설마 천만 명까지 했겠어. 대충 때려잡아 600만 명이라고 하는 거야.
나는 여자인 내가 직접적으로 죽인 젊은 여자들이 600여 명 되는데 너는 간접적으로 죽인 인간들이 600만 명이나 된다고? 히틀러란 작자가 유대인을 600만 명이나 죽였다는데… 그렇다면 너도 히틀러급이네. 그런데 너랑 나랑 누가 더 잔인하고 악독한 것이지? 한 번 우리끼리 비교하며 반성해 볼까? 나는 아름다운 피부를 위해 사람을 죽였는데 너는 뭘 위해 사람을 죽였어?
뭐가 그리 급하다고 성급하게 질문을 던지고 그래? 일단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지 않아? 나는 황태자였어. 우리 아버지는 우리나라 1대 국왕이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나는 2대 국왕이 되었지. 당시 힘센 나라들은 식민지를 차지하느라 정신이 없었지. 우리나라는 국토도 작고 인구도 적은 나라라서 식민지를 차지할 수 없었어. 이에 나는 우리나라도 식민지를 가져야 나라가 부강하게 된다고 굳게 믿었지.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손재주가 좋았기에 물건을 잘 만들어 팔았기에 나라에 돈이 좀 있었어. 그래서 국가의 돈으로 식민지를 사려고 했었지. 여러 노력을 기울이며 시도했지만 실패했어. 그러다 아프리카 대륙 가운데에 놓인 광활한 땅에 꽂히게 되었지. 그 땅이 속한 나라는 바다에 접해 있지 않아서 당시 강대국들이 관심갖지 않았어. 탐험가들이나 가던 땅이었어. 땅이라고 해야 거의 열대 밀림이었지. 이 땅을 어떻게 차지할 수 있을까? 나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지. 아무리 강대국들이 눈여겨 보지 않는 땅이라 해도 약소국이 그 땅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았지. 나는 국왕이면서 외교관이 되었어. 나한테는 천부적으로 외교 재능이 있었나 봐. 선한 인도주의자임을 자처하며 국제사회에 이 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흑인 원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의 공익협회를 만들었어. 결국 그 협회는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았고 나는 그 협회를 실질적으로 소유하며 관리하는 오우너가 되었지. 그래서 우리나라가 그 땅을 차지한 게 아니라 나라는 국왕 개인이 그 땅을 차지하게 된 거지. 그게 어떻게 가능했겠어? 내 외교적 노력의 결실이기도 했지만 사실 그 밀림 땅을 가져봤자 나올 게 없다는 걸 강대국들이 알았기에 내 제안에 순순히 응했던 거겠지. 정말로 그 땅을 가져봤자 나올 게 별로 없었어. 기껏해야 코끼리 뿔이빨인 상아, 초콜렛 원료인 카카오 정도였어. 그것 가지고는 큰돈이 되지 못했어. 또 그 땅에는 끈끈한 액체가 나오는 나무가 많았는데 별 쓸모가 없었어. 먹을 수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 액체가 바로 천연고무였어. 그냥 지우개 용도로 쓰던 고무였는데 당시에 이 고무로 만든 튜브 안에 공기를 채운 바퀴인 타이어가 발명되었어. 이 고무 타이어 바퀴는 맨 처음 자전거에 달게 되다가 자동차에 달게 되었지. 그 이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금방 상상이 가지 않나?
고무 타이어의 원료인 고무를 생산하는 고무나무가 돈나무가 되었겠네. 네가 가진 그 넓은 땅에 온통 그렇게나 고무나무가 많았다며? 기백이 너는 돈방석에 앉게 되겠구만.
Exactly! 드넓은 땅에 수없이 자라는 돈나무를 가진 나는 정말로 돈방석에 앉게 되었어. 로또를 맞은 거지. 고무 타이어의 수요가 급증하니 타이어의 원료인 고무의 수요는 급증했지. 거의 부르는 게 값일 정도였어. 그렇게 나는 국왕이면서 떼부자가 되었지. 고무를 판 돈이 국고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내 개인 통장에 그대로 들어왔으니까. 지금 돈으로 따지면 조(兆) 단위의 엄청난 금액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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